날아라, 날치!

by 최희정


날아라 날치!


우울은 그림자처럼 들러붙어 떨어지지 않고요. 걱정은 중력처럼 아래로 자꾸 잡아끌어 내리지요. 한숨은 강물처럼 영혼을 적시고 흘러내려 바다처럼 커지지요. 우울과 걱정과 한숨이 켜켜이 깊다고 넋 놓고 앉아 있을 수는 없죠. 살살 실실 빠져나갈 궁리를 해봐야죠.


왜냐고요? 지금 여기, 살아있으니까요.


하루 한 시간 일부러 재미있는 일을 찾아보려고요. 재미있게 살아보려고요. 그것도 어려우면 삼십 분, 아니 십 분이라도 재미의 막대사탕을 핥아 보려고요. 재미 하나가 비늘 하나예요. 십 분 혹은 오 분의 작은 비늘 같은 재미들이 모이고 모여 우리 몸을 단단하게 감싸 줄 거랍니다. 우울의 바다를 헤엄치기 쉽게요.


재미있는 일을 찾다 보면 명랑해져요. 명랑해지면 눈이 초롱초롱해지고요. 입꼬리가 살살 올라가면서 뭐 더 재미있는 일이 없나 궁리를 하게 되죠. 명랑은 지느러미예요. 도도한 등지느러미로 삶의 중심을 잡고요, 빳빳한 꼬리지느러미로 앞으로 나갈 수 있어요. 명랑함이 파닥거리는 가슴지느러미는 좌우 균형을 잡고, 방향을 잡고 조정하는 역할을 해준답니다. 캄캄한 걱정의 바닷속에서 방향을 놓치지 않게요.


명랑해지면 즐거워져요. 즐거움은 아가미예요. 우울과 걱정이라는 불순물들이 한숨에 섞여 들어와도 즐거움이 걸러줘요. 명랑과 재미만 흡수하죠. 이쯤 되면 여유와 재치라는 부레가 생겨요. 부레가 커졌다 작아졌다 하면서 몸을 두둥실 떠올렸다 사르락 내리기도 하지요.


우리가 한 마리 물고기라서 삶의 너른 바다에서 우울과 걱정과 한숨이라는 거친 물결 속을 헤엄칠 때 우리에게 필요한 건 재미라는 비늘과 명랑이라는 지느러미와 즐거움이라는 아가미랍니다. 여유와 재치라는 부레까지 생기면 우리는 절대로 익사하지 않아요. 어쩌면 한 마리 날치처럼 바다 위를 날아오를 수도 있어요. 꺄아~


갑자기 왜 이러냐 고요? 지금 여기, 살아있으니까요. 살아가야 하니까요. 자 지금부터 나는 금빛 날치랍니다. 그래서 사진은 날치알 비빔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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