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용 콩장

마음의 넓이

by 최희정

”이 콩장은 콩이 물렁물렁해. 울 엄마용이거든. “

친구가 가방에서 주섬주섬 몇 개의 반찬통을 꺼낸다. 그중에 콩장이 들어있는 작은 통을 들어 보이며 말한다.


이 친구는 음식을 잘한다. 만두며 잡채며 김치 담그는 솜씨가 일품이다. 솜씨도 일품이거니와 만들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내가 겁내는 썰고 다지고 빚고 버무려야 만 완성되는 우리 음식을 척척 잘 해낸다, 항상 아이들 수업하느라 여기저기 왔다 갔다 바쁜데도 이렇게 손이 많은 음식을 뚝딱뚝딱해내는 것을 보면 감탄이 절로 나온다. 어제는 우리 집에 오면서 콩장과 멸치볶음을 가져왔다. 엄마 갖다 드리려고 만든 반찬인데 나 먹으라고 조금 싸왔단다.


친구의 엄마가 몇 개월 전부터 크게 아프시다. 수술도 하셨다. 원래 지병이 있으셨는데 이번에 큰 병을 더하게 되었다. 맏딸인 친구는 겉으로는 크게 걱정하는 내색은 없다. 하지만 얼굴에 살도 빠지고 어떤 날은 피곤해 보인다. 나는 그저 친구의 안색을 살피며 아주 가끔 엄마는 어떠시냐 묻는다. 가끔 차나 한 잔 타 준다.


어쩌다 친구가 엄마 드리려고 만든 반찬을 주면 그 반찬을 맛보면서 친구 엄마 안부를 묻는다. 오늘은 묻지도 않았는데 엄마용으로 무른 콩장을 했다는 말을 듣고 보니 혹시 소화기능이 많이 떨어지시나 벌써 그러면 어떡하나 나 혼자 속으로 걱정을 하면서도 직접 묻지는 않는다. 그래도 멸치볶음이 바삭한 것을 보니 아직은 괜찮으신가 보다 짐작해볼 뿐이다.


오늘 낮에 점심을 먹으려고 친구가 준 반찬을 꺼내보니 멸치볶음이 두 가지다. 달달하고 고소한 잔멸치 볶음과 고추장을 약간 넣어 매콤하게 버무린 것, 이렇게 두 가지이다. 아마도 친구는 자기 남편용으로 매콤한 멸치볶음 한 가지를 더 만든 것 같다.


소심하게 0.9인분 만들어서 한 끼 먹고 치우는 나는 이럴 때 이 친구의 품 넓음에 대해 더 생각해보게 된다. 무른 콩장과 바삭한 멸치볶음과 매콤한 멸치볶음 세 가지 반찬으로 점심을 먹으며 친구를 생각한다. 사람을 생각한다. 사람을 생각하며 밥을 먹는데 앞마당에 자리 잡은 더덕 한 줄이 기다란 꼬챙이를 타고 올라가는 모습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