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의 고통 마음의 고통

by 최희정


작년 여름에 엄마가 척추 압박 골절로 병원에 한 달 반 동안 입원을 하셨다. 큰 언니랑 작은 언니랑 나, 이렇게 딸 셋이 번갈아 가면서 간병을 했다.


엄마가 퇴원할 무렵이 되자 나는 이유 없이 마음이 힘들었다. 힘들다가 아팠다. 특별한 일이 있는 것도 아닌데 그랬다. 먹어도 그랬고 자도 그랬다. 먹고 싶지도 않고 잠도 잘 자지를 못했다. 출근을 앞두고 너무 가라앉아서 멍하니 앉았다가 찔끔 눈물이 나기도 했다. 도대체 이유를 알 수 없어서 더 힘들었다.


어느 날 퇴원한 엄마를 보살피러 갔다가 삼십 분도 앉아있지 않고 집으로 와버렸다. 집에 와서 과일이며 밥이며 음식을 챙겨 먹었다. 먹으면 좀 나아질까 싶어서 배고픈 느낌도 없는데 먹었다. 먹고 뒹굴어도 여전히 힘들고 우울했다.


그런데 밤이 되면서 엉금엉금 바닥을 기던 마음이 조금 괜찮아졌다. 문득 괜찮아졌다. 다음 날 오전에는 전날보다 좀 더 마음이 추슬러져서 빵을 굽고 차를 만들어 제대로 아침을 챙겨 먹었다. 낮에 친구들을 만나 점심을 먹고 수다를 떨고 집에 오는데 마음이 더욱 가볍고 팽팽했다. 다리와 허리에도 힘이 생긴 게 느껴졌다.


갑자기 마음이 괜찮아진 이유는 뭘 까? 답은 몸이었다. 단지 내가 깨닫지 못했을 뿐 출퇴근과 엄마의 간병을 같이 하면서 몸의 피로가 쌓여가고 있었다.


몸이 지치니 마음도 같이 지쳐간 것이다. 어제오늘 식사도 충분히 하고 휴식도 하니 몸에 힘이 생기면서 마음도 힘을 얻은 것이다. 어리석게도 나는 몸을 생각하지 않고 마음만 들여다보면서 특별한 근심거리도 없는데 왜 자꾸 힘들까 고민했다.


마음을 지키기 위해서는 몸을 살피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깨닫는다. 마음이 항상 몸의 영향을 받는 것은 아니지만 몸이 건강하고 힘이 있으면 마음이 겪는 고통의 양도 적어진다. 몸의 건강을 잘 유지하는 것은 별 일없는 일상을 유지하기 위해 아주 중요하다. 이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바빠지면 몸을 돌보는 것을 소홀히 하게 된다.


시든 식물에 물을 주면 서서히 잎에 생기가 돈다. 시들 때까지 들어간 시간만큼 회복되는 시간이 걸린다. 그 시간을 기다려줘야 한다. 몸도 마찬가지다. 내가 돌보지 않고 무신경했던 시간만큼 잘 먹이고 입히고 재우며 돌봐야 다시 건강해진다.


우리가 깨닫지 못할 뿐 마음을 지켜주는 것은 몸이다.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다. 바람이 선선하다. 기온이 낮아지니 몸의 혈관도 수축되고 피돌기도 조금 느려질 것이다. 몸을 따라 마음이 느려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니 가을 탄다며 마음만 챙기지 말고 몸도 좀 챙겨야 한다.


몸 챙기라고 가을에 먹을 것들이 풍성해진다는 억지 결론을 내려본다. 힘들고 어려운 일이 생기면 웅크리고 앉아 고민만 하지 말고 햅쌀로 새로 밥을 지어 고봉으로 퍼서 두둑하게 먹어보자.




이거 먹어

이거 먹어
따뜻할 때 먹어, 냄새 좋지?
여기 물도 마셔, 시원하지?

다들 그렇게 산다고 말하진 않을거야
너는 다들이 아니니까

우는건 내가 할게, 넌 먹어
울음이 컥 목구멍을 막는 소리,
울컥,
꿀꺽 삼키고 먹어

한 숟갈 남았네, 마저 먹자
다 먹고 졸리면 자

저기 소파, 잠깐 기대서 자

응, 그렇게
거기, 담요, 그걸로
발 좀 덮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