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팥빵이 피었습니다

마음이 달콤 빵빵한 날

by 최희정

이상하지만 다행한 오후

노곤한 봄날 오후 낮잠을 자다가 눈을 떴다. 달콤한 게 먹고 싶다. ‘단팥빵을 사러 가야겠어.’ 옷을 챙겨 입고 가방을 들고 운동화를 신고 나섰다. 친구도 단팥빵을 좋아하는 것이 떠올랐다. 팥이 많이 들어있는 빵으로 사서 같이 먹어야지 생각하면서 신이 났다.

어라, 빵집이 문을 닫았다. 아주 커다란 건물에서 온종일 빵을 굽고 팔던 집이었는데 '임대'라는 종이가 걸려있고 문이 닫혀있다. 이 집 빵이 맛있었는데 갑자기 문을 닫아서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우리 동네에서 좀 멀지만, 단팥빵을 맛있게 잘 만들기로 소문난 빵집으로 갔다. 그 집도 문을 닫았다. 일요일이라서 쉰단다. 할 수 없이 그 근처 유기농 빵집에 들어갔다. 단팥빵 하나가 삼천 이백 원이란다. 아이참 너무 비싸다. 그냥 나왔다.


친구에게 허탕 친 얘기를 하면서 깔깔 웃어야지 생각하면서 빈손으로 친구가 하는 카페로 갔다. 커다란 유리문이 잠겨있다. 불이 꺼져있고 실내가 컴컴하다. 안에 인기척도 없다. 아픈 허리로 엉금엉금 장사를 하더니 큰일이 났나 싶어 가슴이 철렁한다. 전화를 걸었다. 받지 않는다. 가슴이 두근두근 뛰면서 걱정이 된다. 집으로 찾아갔다. 집에 일이 있어서 하루 쉰단다. 휴우 다행이다.

허탕치고 허탕 치고 허탕 친 이상한 날이지만 친구에게 아무 일도 없어서 다행한 오후였다.


마음이 달콤 빵빵한 날

신기하게도 다음날 단팥빵 선물이 왔다. 멀리 충청도에서 왔다. 반죽을 쌀로 만들고 우리 팥을 넣어 만든 빵이란다. 잘게 다진 호두도 들어있어 씹는 맛도 좋다. 열 개가 넘는 것이 푸짐하다. 팥을 얼마나 많이 넣었는지 묵직하다.

“이거요. 드세요.”

마침 집에 책 배달을 오신 택배 기사님께 빵을 드렸다. 선물 받은 거라고 자랑하고 싶지만, 기사님 당황하실까 봐 얼른 빵만 드리고 택배 받아서 후딱 돌아섰다. 언뜻 보이는 기사님 얼굴에 살짝 웃음꽃이 핀다.

“자 단팥빵, 무려 우리 쌀 단팥빵이야. 나눠 먹으라고 선물 받았어.”

몇 개 챙겨서 허리 아픈 친구가 하는 카페로 갔다. 의기양양하게 빵을 꺼냈다. 할매 입맛이라 팥 좋아하는 친구가 맛있다며 잘 먹는다. 팥이 살아있다며 냠냠 먹는다. 어깨가 으쓱으쓱 해진다. 언니도 아닌데 언니처럼 챙겨 빵을 보내준 마음이 입 안에 달게 퍼진다. 일상에 지쳐 피곤했던 머리를 멀리서 온 팥빵 한 입이 깨운다.

내가 쓰는 글이 재미있다고 칭찬까지 보내주시니 마음도 으쓱으쓱 해진다. 내 마음은 독학으로 지르박 탱고 마스터하고 살사 스텝 밟으면서 신나 있다. 구름빵만 사람을 붕붕 뜨게 하는 게 아니다. 단팥빵도 사람 마음을 붕붕 띄운다. 빵빵 부풀린다. 팥알이 터지듯 마음이 터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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