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속에서의 (새로운) 감각
수영을 배우기 시작한 지 한 달이 조금 넘었다.
몇 가지 운동을 배웠던 역사가 있지만, 수영은 난생처음 배운다. 대부분 청소년기가 끝나기 전 한 번씩은 배운다고 하는데 나는 그런 경험이 없다. 물놀이를 제대로 한지도 제법 오래되었고, 오래된 추억 속의 나는 항상 튜브와 함께 물 위에 떠있거나 수영이 필요 없을 정도의 수심에서 발을 담그거나 했다. 여름에 한 번 정도씩 갔던 동해바다나 집 앞에 흐르던 개울물 같은 장소에서 말이다.
아무튼 사는 동안 수영은 할 줄 아는 게 좋지 않나 싶어 수영을 배우기로 했다. 혹시나 수영을 해서 살아남아야 할 일이 생길 수도 있고... 단순하게는 그냥 수영을 할 수 있는 사람이고 싶었다.
그 와중 다행인 부분은 물 공포증이 없다는 점이다. 아직 뭘 모르긴 하지만 오히려 전혀 모르기 때문에 집중해서 배울 수 있다. 다리를 첨벙이고 팔을 돌리며 물속에서 어떻게 자유로울 수 있는지 배운다. 힘을 빼고. 어깨를 내리고. 배와 골반에는 힘이 딱 들어가게. 다리를 쭉 펴고 힘 있게 움직이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아직 키판과 함께라고 하더라도) 무엇보다 서두르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하다.
물에 떠있는 순간 느낄 수 있는 완전히 새로운 감각. 공기에 비해 무겁게 가득 찬 공간이다. 이불의 푹신함과는 또 다르지만 그 나름의 평온함이 있다. 머리를 물속에 넣고 숨을 뱉으며 앞으로 전진할 때, 눈앞을 스쳐 지나는 수영장 바닥의 일정하고 네모난 타일들. 혹은 천장의 타일들. 푸르게 일렁이는 락스 물. 물과 친해질수록 물 안에서 좀 더 유연하게 움직이고 싶다는 욕심이 생긴다. 물에 뜨는 것만으로도 새로운 삶의 방식을 하나 더 터득해가는 기분이다. 아직은 아주 초보지만 조바심 내지 말고. 다만 아프지 않기를 바라면서. 겨울이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수영을 마친 후 대충 말린 머리를 털고 나와 팩으로 된 블랙 티를 사 마셨다. 블랙 티에서는 수영장 맛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