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박집 주인장이 알려주는 구석구석 제주 이야기 (13)
예전 어른들이 보시면 뭐 저런 자리에서 장사를 하누, 싶은 자리 구석구석에 예쁘고 센스 있는 가게들이 생기는 것이 최근의 트렌드라면 트렌드랄까. 제주뿐만 아니고 왜 을지로나 익선동 같은 곳에도 엥? 여기? 싶은 곳에 카페나 바 같은 것이 많이 생기지 않나. 또 숨겨진 보물 같은 곳을 찾아보는 재미도 여행의 쏠쏠한 재미 중의 하나이기도 하고 말이다.
카페 미와는 세화리 마을 한 복판에, 그것도 이렇다 할 간판도 없이 2층에 위치하고 있다. 사족이지만 미와가 생기기 전 그 자리는 지인이 살던(!) 집이어서 가끔씩 놀러 가기도 하던 곳인데 지금의 카페 미와는 상전벽해가 바로 이런데 쓰라고 있는 말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아기자기하고 따뜻한 공간으로 탈바꿈해 버렸다.
그러니까, 시골 마을 안에 위치하고 있고 - 그렇다고 시골의 정취가 있는 거리도 딱히 아니다 - 제주에 놀러 왔는데 바다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 이런 곳에 가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하면 바로 '좋은 카페의 정석' 이란 이런 것이다, 라는 답안지를 보는 듯한 느낌이기 때문이다. 카페가 응당 가져야 하는 덕목들을 충실히 따르고 있달까.
좋은 카페가 가져야 하는 첫 번째 덕목은 바로 무엇보다도 맛 일 테다. 미와는 매일 사장님이 손수 몇 가지의 케이크와 마카롱을 구워 내시는데 주변의 어느 카페와 견주어도 그 맛이 빠지지 않는다. 제주의, 특히 구좌읍의 카페라면 응당 기본 아이템으로 갖추고 있는 당근 케이크부터 계절 과일이 들어간 생크림 쇼트케이크라던지 그리고 그날 그 날 달라지는 오늘의 케이크까지 두루두루 맛이 보장되는 편이다.
마카롱도 꽤 다양한 종류로 매일 준비되는데 한 입 깨물면 파스락 부서지는 꼬끄와 쫀득한 필링의 조화가 아주 기분 좋다. 게다가 디저트에 꼭 곁들여야 하는 커피의 맛도 방문 때마다 거의 항상 일정하게 '맛있는 맛'으로 내어 주시는 점도 큰 매력 포인트. 사실 커피라는 것이 엄청 예민한 것이어서 분쇄도, 로스팅 정도는 물론 온도, 습도에 따라서도 맛이 달라지고 내리는 사람의 컨디션과 작업 방법에 따라서도 얼마든지 맛이 달라지고 맛이 없을 수도 있음에도 불구하고 항상 일정한 수준으로 맛있는 커피를 내리는 것은 꽤 어려운 일인지라 안심하고 갈 수 있는 카페란 그런 점에서 소중한 것이다.
좋은 카페의 정석 둘, 바로 편안함이다. 아무리 세련되고 경치가 좋은 카페라도 들어앉아 있으면 어쩐지 불편하고 '내 공간'이 아닌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곳이 있는 반면, 처음 가는 곳이라도 뭔지 모를 익숙함이 느껴지는 편안한 곳이 있기 마련이다. 미와는 아기자기하게 구석구석 사장님의 손길이 느껴지는 인테리어가 눈에 띄는데 혼자든 여럿이든 누구라도 관대하게 품어주는 자리들이어서 어디든 마음 편하게 엉덩이 붙이고 책 한 권 빼들고는 커피를 홀짝이며 얼마든지 편안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인테리어만큼이나 따뜻하고 아늑한 공간이어서 방문한 손님들도 약속이나 한 것처럼 크게 소란스럽지 않게 카페를 이용하는 편이라 자리 잡고 앉아 있으면 마음 편하게 시간 가는 줄 모르는 바로 그런 곳이니 가야 할 이유가 아니라 가지 않아야 할 이유가 딱히 없는 정도 아닌가.
마지막으로 좋은 카페의 정석 세 번째 포인트. 이 부분은 아주 적은 빈도로 경험할 수 있는 부분이지만, 당신이 아주아주 운이 좋다면 귀여운 고양이 가족들을 만날 수 있다는 점! 물론 아주 운이 좋으면 말이다.
농담 반 진담 반인 세 번째 포인트를 빼더라도 전체적으로 안심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중심은 바로 사장님에 있는데 쾌활하고 씩씩하며 적당한 친절함과 거리감을 절묘하게 유지하는 사장님을 보고 있으면 요시모토 바나나 소설에 나오는 골목 어딘가 카페 사장님이 떠오른달까. 아직 오픈 일 년도 채 안된 가게이지만 벌써 동네 주민들에게도, 관광객들에게도 슬슬 입소문이 나기 시작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닐 테다. 좋은 카페의 정석 답안지를 살짝 훔쳐 보고 싶다면 어서 오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