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허영만의 타짜 4부 '벨제붑의 노래'에서 나오는 대사다. 왜 자꾸 타짜에서 나오는 대사를 인용하는 거지? 도박판에서 승자가 계속 바뀌는 것처럼, 인생도 계속 굴곡이 있다는 이야기. 사실 이 만화를 읽을 당시에는 별 감흥을 못 느꼈는데 요즘 들어서 이 대사가 자꾸 생각이 난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때로는 잔잔하고 때로는 거친 인생이라는 이름의, 파도를 타고 있으니까.
얼마 전 친구들과 장성규의 '워크맨' 유튜브 방송을 보다가 (아마~존이에요!) 그가 처음 데뷔했던 공중파 아나운서 채용 프로에서 떨어졌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때문에 공중파가 아닌 종편방송에서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고. 하지만 지금은 남 부럽지 않을 정도로 유명한 예능인이 되었다. 만약 장성규가 그때 그 아나운서 채용 프로에서 1등을 했어도 이렇게 성공했을까? 물론 그랬을 수도 있겠지만, 공중파 아나운서로 일하느라 그가 가진 끼를 다 펼칠 기회를 못 가졌을지 모른다. 이렇게 생각해보면, 그때 그에게 안 좋은 - 1등을 못 해 공중파 아나운서 자리를 놓친 - 일은 지금 보면 안 좋은 일이 아니었다. 비록 당시에 크게 실망을 했을지언정 말이다.
만약 현재 상황이 원하는 대로 풀리지 않아 세상이 원망스럽다고 느껴지거나, '잘못된 선택'을 했다며 자신을 자책하고 있다면, 나는 우선 한 걸음 물러서서 상황을 바라보라고 말해주고 싶다.
몇 년 전, 사귀고 있는 여자 친구와 결혼을 해야 할지 망설이다 상담소를 찾은 내담자가 있었다. 결혼을 했다가 더 불행해지는 것은 아닐지, 또는 헤어졌다가 배우자를 놓친 후회를 하지 않을지. 약 1년 정도의 기간 동안 상담을 통해 많은 이야기를 다룰 수 있었지만, 그가 상담을 통해 찾아낸 가장 큰 메시지는 '결혼을 해도, 결혼을 하지 않아도, 둘 다 옳은 선택이다'는 점이 아닐까 생각한다. 자책은 스스로를 긴장하게 만들고 재촉받는 기분이 들게 한다. 따라서 의도치 않은 실수 또한 잦아진다. 반대로 '둘 다 옳은 선택이다'라는 메시지는 그를 심리적 중압감에서 벗어나게 해 주었고, 상황을 조금 더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행복이란 멀리 있는 것이 아니고, 쉽게 잃어버리는 것도 아니라고 이야기한 적이 있다 (여기). 하지만 종종 엉뚱한 곳에서 행복을 찾고 있는 것처럼 , 눈 앞의 선택 하나하나에 너무 많은 부담감을 느껴 실수와 자책을 반복하는 하는 우리 자신을 발견하곤 한다. 그럴 때 이렇게 소리 내어 말해보는 것은 어떨까? 세상에 '잘못된 선택'이란 없다고. 그냥 '선택'이 있을 뿐이라고. 우리가 선택을 망설이는 이유는 고민을 너무 가까이서 보고 있기 때문이라고. 그리고 내가 내린 선택이 나에게 당장 실망을 가져온다고 하더라도, 또 시간이 지나 되돌아보았을 때 그때 그 선택이 내게 어떠한 선물을 가져온 건지는 모르는 일이라고.
왜냐하면, 데이비드 킴의 말처럼,
끗발은 계속 돌고 도는 것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