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부부상담 문의 전화를 받을 때 ‘혹시 결혼하셨나요?’라는 질문을 받곤 한다. '아니오 노총각입니다......' 아마도 상담사의 결혼 경험이 부부 (또는 커플) 내담자를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인데, 내담자가 충분히 궁금해할 만한 사항이고, 나는 미혼인지라, 그것이 마음에 걸리면 다른 상담사를 소개해주겠다고 이야기하는 편이다. 미심쩍은 마음으로 상담을 받는 것은 피해야 하니까.
하지만 부부상담을 진행하다 보면 상담사의 결혼 경험 여부가 직접적인 영향력을 미치는 것은 아니구나,라고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곤 한다. 두 사람이 한 공간에서 함께 살아간다는 특수성을 제외한다면, 부부 갈등 역시 결국 대인관계에서 일어나는 갈등의 연장선이기 때문이 아닐까.
사랑의 반대말은 증오가 아니다.
사랑의 반대말은 기대다.
언제 브런치에 올라온 글을 읽다가 이러한 구절을 읽은 적이 있다. 서로에게 가진 어긋난 기대감이 갈등을 만든다는 이야기다. 어쩌면 우리는 '결혼한 사이 또는 ‘부부’라는 단어의 의미에 잘못된 선입견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건강한 부부관계란 서로를 이해하려 지속적으로 노력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단순히 부부가 되었다고 해서 갑자기 마법처럼 서로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서로를 사랑한다'는 것과 '서로를 이해한다'는 것은 다른 것이니까. 우리는 살면서 가족 이외에 타인과 사는 법에 대해 따로 배우지 않는다. 때문에 서로 전혀 다른 환경에서 자란 두 사람이 같이 생활을 시작하게 되면 이러한 오해와 갈등을 가지게 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다. 그리고 종종 '결혼한 사이니까', '부부니까'와 같은 말에 담긴 어긋난 기대감이 그 오해와 갈등의 중심에 서 있다.
서로를 이해하려 노력하는 것은 어떤 모습일까?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전혀 다른 환경에서 자란 두 사람이 서로를 무조건적으로 이해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무슨 성인군자도 아니고...) 때문에 이해심을 기르는 것 보다도,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는 것이 우선적으로 필요하지 않을까. 오해란 상대방이 가진 뜻을 잘못 이해하거나 잘못 풀이한다는 뜻이라고 사전에 나온다. 그리고 이러한 오해가 생겼을 때 '도대체 이해가 안 된다'는 손가락질보다, '그럴 수도 있구나'라는 호기심을 가지고 포용하는 시선이, 사랑하는 사람 간의 갈등을 해소해가는 첫걸음일 것이다.
어쩌면 사람과 사람 사이에 이해심을 기르는 것보다, 오해를 잘 풀어가는 연습이 더 필요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