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재열 Jan 22. 2020

"괜찮아, 그럴 수도 있지"

생각

'하고 싶은 대로 해라', '네가 옳다', '이렇게 살아도 괜찮아'


언제부턴가 서점가에 위로의 말을 전하는 책 제목들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마음이 힘들고 지쳤을 때, 따끔한 충고도 좋지만, 이런 위로의 말 한마디가 때로는 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사람은 본디 서로 이해받으며 살아가는 동물이니까


상담에서 내담자와 대화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접근방식을 'Non-judgemental approach'라고 한다. 한국어로는 '선입견 없는', 또는 '편견 없는' 접근방식, 정도라고 표현하면 맞을까? (마땅한 표현을 생각하지 못해서 고생했는데 네이버 사전에는 '개인적 판단을 피하는 접근법'이라고 나와있다.) 어떠한 이야기를 듣더라도, 서둘러 옳고 그름을 따지기보다, 상대방의 입장에서 마음을 우선적으로 이해하는 방식. 이러한 대화를 통해 다른 사람에게 '이해받고 있다'라고 느끼는 감정은, 우리의 마음 치유에 커다란 역할을 한다.  


얼마 전에 친구들과 신년 겸사 다 같이 밥을 먹다가 '세이프 스페이스 (Safe Space)'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심적으로 편안하게 느껴지는 공간, 내가 내 생각을 비판과 비난 없이 편안하게 표현할 수 있는 곳을 세이프 스페이스라고 한다. 그래서 어쩌면, 이러한 책들이 많이 팔리는 건, 주위에서 '괜찮다' '너의 마음 이해한다', 고 말해주는 사람이 하나도 없어서는 아닐까라는 씁쓸한 상상을 해 본다. 우리가 주위 사람들에게서 받지 못하는 위로를 책을 통해서 받으려는 것은 아닐까. 물론 그것이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연말 휴가 동안 하완 작가의 '열심히 살지 않아서 다행이다'라는 책을 읽었다. (워낙 유명하기도 하고,  서점에서 들춰보다 프롤로그에 나오는 '이 길이 아니다 싶으면 우선 멈춰라'라는 문구가 마음에 들었었다) 사실 나는 심리 에세이는 거의 안 읽는 편이다. 어쩌면 '나는 심리치료를 하는 사람이잖아, 이런 책 필요 없어'라는 오만함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세상에 안 지치는 사람은 없고 넘어지지 않는 사람은 없다. 나도 그렇다. 원래 중이 제 머리 못 깎잖아. 그 책을 읽으면서 한동안 내가 받았던 스트레스와, 고민들을 이 작가도 똑같이 경험했다는 점에서 '공감', 그리고, '그래도 괜찮다'라는 위로를 얻었다. 마치 책이 '그래, 힘들지? 이해해. 나도 그랬거든'하고 말하는 느낌. 아 좋은 글이다. 읽기 편한 글. 


그래서 결론은? 다른 사람들의 마음에 공감해주기 연습을 해보기로 했다. 만약 모두가 위로받고 싶다면, 그리고 심적 세이프 스페이스를 만들고 싶다면, 나부터 내 주위 사람들에게 공감해주고 위로해 주는 사람이 되어야 하는 게 아닐까? 옳고 그름을 따지는 것을 잠시 미뤄두고, '괜찮아' '그럴 수도 있지' 지금 네가 느끼는 감정을 '이해해',라고 말해주는 사람. 생각해보면 힘든 일도 아닌데 말이다. 돈도 안 들어. 

이전 16화 '잘못된 선택'이란 없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