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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재열 Apr 14. 2020

잘못된 자기 반성과 거침없이 이불 킥

생각

한국과 달리 캐나다는 한참 COVID19 확진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탓에, 현재 필수 서비스를 제외한 모든 비지니스가 중단된 상태다. 공원에서 서성거리면 벌금. 그리고 덩달아 자택근무 4주째, 현재는 모든 상담 세션을 온라인 화상통화로 전환했는데, 처음에는 어색해하던 내담자들도 점점 익숙해지는 분위기다. '시선을  카메라에 둬야 하나요 화면을 봐야 하나요?'. 그리고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져서일까? 요즘 상담에서 'Self-reflection', 자기반성에 대한 이야기가 종종 나온다.


: "요즘 COVID19 문제로 외출도 힘드셨을 텐데, 어떻게 지내셨나요?"

내담자: "아무래도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져서. 이런저런 생각도 많이 하고... 좀 자기반성의 시간을 가졌어요."

: "아, 그렇군요. [내담자 이름]씨께서 말씀하시는 자기반성은 어떤 시간인가요?"

내담자: "글쎄요, 그냥 제가 옛날에 했던 잘못된 행동들을 돌아보면서? 난 뭐가 문제일까!, 하고 뉘우치는 시간 아닐까요? (웃음) 그래야지 발전이 있지요"

: "(웃음) 그런 건가요?  예 하나만 들어주실 수 있을까요?"

내담자: 저는 가끔 저도 모르게 다른 사람한테 상처 주는 말을 많이 해요. 얼마 전에는 남자 친구와 장을 보러 갔었는데... [중략]... 근데 문제는 이게 처음이 아니라는 거예요. 이러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자꾸 이러니까 자괴감도 들고. 저도 제가 왜 이러는지 도대체 이해가 되지 않네요.  

: "그렇군요. 어쩌면 그런 생각을 되새기는 것도 스트레스가 될 수 있었을 텐데, 자기반성이 조금 도움이 된 것 같나요?"

내담자: "아뇨. 오히려 더 안 좋았어요. 내가 왜 이랬을까, 하는 후회만 되고. 우울해지네요."


우리는 가끔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곤 한다. 과거에 있었던 일들을 되새기며, '나는 그때 어떻게 행동했는가', '어떻게 행동해야 했을까'. '왜 그렇게 행동했을까'등등. 대부분 잠들기 전 이런 생각들을 되새기다 거침없이 이불킥을 한다.  한편으론 스스로를 이해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이 될 수도 있지만, 과거 자신의 행동에 잘잘못만을 따지는 잘못된 자기반성은 '자기 비난'으로 이어질 수 있다. '못난 놈! 몹쓸 놈!'


반성이라는 단어를 풀어보면 돌이킬 ''(反)에 깨달을 ''(省)이다. 즉, 자신의 과거 행동들을 돌아보고 () 몰랐던 내면의 감정 구조를 이해()해간다는 뜻이다. 우리는 이러한 과정을 통해 자신의 감정, 생각, 욕구, 가치관을 이해할 수 있는 자기 인식 (self-awareness)과 자신의 감정과 행동을 적절하게 컨트롤할 수 있는 자기 조절 (self-regulation)을 기를 수 있다. 위에서 내담자가 말하는 '발전'은 아마도 이러한 것들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그렇다면 자기 비난을 피하는 건강한 자기반성법은 어떻게 이루어질 수 있을까?  


처음 자기반성을 연습하는 내담자에게 보통 두 가지 팁을 제시하는데 한 가지는 '직접 글로 적어보기'다. 과거의 생각들을 끄집어내다 보면 종종 여러 복잡한 감정들이 함께 섞여 뒤죽박죽이 되기 쉽다. 그리고 불편한 마음을 견디지 못해  중도에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머릿속으로 암산하듯 생각들을 정리하기보다는 하나씩 글로 적어보는 것을 권장한다. 다른 하나는 '잘잘못 따지는 것을 잠시 미루기'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과거를 돌아보다 보면 스스로가 저지른 실수들이 눈에 띄기 마련이고, 그것을 종종 후회와 비난으로 이어지기 쉽다. 만약 과거 행동의 잘잘못에 집착하는 자신을 발견한다면, 잠시 그 판단을 미뤄두고, 우선은 다독이며 '이해'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요즘처럼 자가격리로 혼자 있는 시간이 많은 우리, 이러한 계기로 자기반성을 통해 나에 대해 조금 더 이해해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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