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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보 Aug 08. 2022

통영에서 한 달 살기

10화 : 통영의 거리엔 의자가 많다.

서울에서 동네별로 산책하는 것이 자연스러운데, 막상 여행지에서는 그렇게 해 본 적이 없다. 주로 가고 싶은 곳을 정해서 빠르게 도달하기만 할 뿐. 한 달 살기를 하며 그런 여행법에서 벗어나 느슨하게, 자유롭게, 목적지 없이 걸어볼 수 있었다.  

미수동, 봉평동, 도남동, 당동, 도천동, 명정동, 서호동, 항남동, 중앙동, 문화동, 태평동, 동호동, 정량동, 무전동, 북신동. 통영의 17개의 법정동 중 15개의 동네를 산책했다.(물론 동네의 모든 길을 다 걸을 수는 없었다.)

통영의 동네를 걷다 보니 크게 두 가지가 눈에 계속 들어왔다. 첫 번째로 길 곳곳에 놓여있는 많은 의자들. 두 번째는 가게의 입구마다 놓여있는 크고 많은 화분들.

문에 달려 있던 의자를 봤을 때 의자 주인의 성격을 상상했다. 실용적이고, 소유욕이 강하며, 꼼꼼할 것 같다. 의자를 사용하는 사람을 유추하는 일은 산책의 또 다른 재미였다.  

높낮이가 있는 의자를 보면 가족들이 함께 쓰는 의자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실제로 같은 장소를 여러 번 걷다 보면 의자에 앉아 계신 분들을 보기도 했는데, 그럴 때마다 묘한 기분이 들었다.

모양이 같은 의자가 나란히 있거나, 같은 디자인의 의자가 약간 떨어진 거리에 두 개가 있다면 그건 그분의 활동 공간이 거기까지 닿아있음을 알 수 있었다.

명정동에서 발견한 의자 컬렉터님의 집 앞. 마을 이장님이나 회장님 댁은 아닐까 상상해 보았다.

집 앞, 가게 앞, 버스정류장 앞 등 길 곳곳에 마련된 의자엔 잠시 쉼이 필요한 사람들이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기도 하고, 더운 여름을 피하고 있기도 했다. 처음에는 의자의 개별성과 특징을 파악했다면 점점 더 의자의 미묘한 방향의 전환과 의자 사이의 관계 등이 보였다.


여행지에서 특별히 눈에 띄는 것이 있다면 주제를 정해서 계속 바라보는 것도 또 다른 여행법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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