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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도 Sep 02. 2021

"나는 래번클로야. 너는?"

'배움이 짧아서 빈말을 못 배웠어요' 2 - 굿즈에 진심인 CGV 직원

"나는 래번클로야. 너는?" 

누군가 영국으로 교환학생을 가거나 유학을 떠날 때, 나는 괜한 부러움에 이런 멘트를 농담 삼아 자주 던졌다. 해리포터 세계관에 익숙한 이들이라면 잘 알겠지만, 래번클로는 해리포터에 등장하는 4개의 기숙사 중 유명한 곳이 아니다. 


해리포터와 헤르미온느, 론 이렇게 주인공 3인방이 속해있는 그리핀도르와 이들의 라이벌인 입 닥치지 않는 말포이가 속한 슬리데린이 가장 유명하다. 이외에 래번클로 보다도 덜 언급되어 거의 존재감이 없는 후플푸프까지 해리포터의 주인공들이 다니는 마법학교 호그와트의 기숙사는 총 4곳이다. 


초등학교 고학년 때 책으로 해리포터를 처음 접하고 영화에 빠진 내게 이 세계관은 청소년기의 일정 기간을 지배했고, 머글인 내가 만약 호그와트를 간다면 어떤 기숙사에 배정될지를 궁금해하며 공부했다. 그리고 창의성과 개성을 중요한 가치로 여기며 뭔가에 참여하는 것을 싫어한다는 점이 마음에 들어 래번클로를 택했다. 

하지만, 세월은 흘러 해리포터 세계관에 몰입했던 시절은 입시와 취업 앞에 옅어졌고 그저 추억으로만 내 안에 자리하게 되었다. 레고나 티셔츠 등의 상품을 볼 때 잠시 구매욕을 불러일으키는 정도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다가 인터뷰를 기획하면서 해리포터 세계관을 기반으로 한 굿즈로 기업을 살리고 코로나19를 극복하는 이를 만났다.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업종 중 대표 격인 영화관의 극복 방안과 관련된 인터뷰를 기획하다가 '굿즈를 만드는 사람'에게 관심이 생겨 연락했고 CGV 씨네샵 김나연 파트장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올해가 해리포터 개봉 20주년인 점에 착안해 기숙사별로 상징적인 오브제를 선별해 뱃지로 만들고 소장할 수 있도록 고급 액자 프레임까지 포함한 상품을 그는 가장 마음에 드는 상품으로 뽑았다. 

이들의 활동 영역은 해리포터에 머무는 것이 아니다. 토이스토리 4, 겨울왕국 등 모든 개봉작과 시리즈들을 소재로 씨네샵의 직원들은 굿즈를 만든다. 영화를 안 본 이도 사고 싶게 만드는 굿즈, 지나가다가 영화관에 들리게 만드는 굿즈들이 모두 이들의 작품이다. 

장난감을 좋아한다. 라이언을 비롯한 귀여운 것들과 수많은 캐릭터를 애정 한다. 다소 어린이 같은 취향을 부끄러워하며 말하지 않던 때도 있지만, 지금은 내가 가진 애정과 관심에 대해 솔직하고 자신 있게 말한다. 빈말이 아니라 진심으로 가능한 타인의 취향을 존중하며 작품들이 가진 세계관을 존중한다. 

세계관에 진심인 점 하나로 작품 수준의 굿즈를 만들고 회사를 살리는 이를 인터뷰를 통해 만났다. 진정성을 담아 쓰인 세계관은 서사가 끝난 후에도 오래도록 사랑받는다. 해리포터는 빈말을 할 필요가 없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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