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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도 Oct 24. 2021

[인터뷰] 코로나19에 맞서는 CGV의 무기…'굿즈'

['굿즈'를 만드는 사람들] 김나연 CJ CGV 씨네샵 파트장



   

“위기가 생각보다 빨리 찾아왔지만, 극장은 죽지 않는다. 변모할 뿐” 

CGV를 비롯한 영화관 업계는 코로나19가 원망스럽다. 

많은 산업군이 코로나19로 인해 타격을 입었지만, 영화관 업계는 폭격으로 건물이 사라지듯 직격탄을 제대로 맞았다. 사람들의 일상에서 차지하던 비중이 아예 0에 가까워졌다. 2020년 전체 극장 관객 수는 총 5952만명으로 전년 대비 약 74%가 줄었다. 대신 일상 속 그 빈자리는 넷플릭스, 왓챠 등 OTT 플랫폼이 채웠다. 

그렇다고 마냥 한탄만 하고 있을 수는 없는 일. 영화관들은 진화하고 있다. 스포츠 중계와 행사 대관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며 새로운 돌파구를 찾는 중이다. 

그 돌파구 안에 ‘굿즈’가 있다. 영화관에 오게 만들고 영화가 끝난 뒤에도 머물게 하며, 오프라인이 아니더라도 온라인 몰에 찾아오게 이끄는 굿즈들. 과거 씨네필들이 포스터와 티켓을 모았다면, 요즘은 의류, 사무용품 등으로 굿즈의 형태는 확장되는 중이다. 

토이스토리 글라스와 해리포터 뱃지, 올라프 가습기까지…영화팬이 아니라도 한번쯤 '어머 이건 사야해'를 외친 적 있지 아니한가? 이는 실제 매출로 드러나는데, 씨네샵은 2019년 하반기 겨울왕국2 굿즈 출시 뒤 전주 대비 10배 오른 매출을 기록했다. 2017년 용산아이파크몰 씨네샵 론칭 후, 이듬해 47% 매출 성장을 기록했다. 말 그대로 CGV의 효자들이다. 

그래서 <컴퍼니타임스>는 CGV에서 굿즈를 만드는, 씨네샵의 김나연 파트장을 만나봤다. 굿즈는 어떻게 만들어지는 걸까?

   

-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CGV 씨네샵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김나연입니다. CGV 마케팅팀에서 마케팅 업무를 하다 지금의 씨네샵 사업을 기획해 런칭했고 현재는 씨네샵 전담 조직을 맡고 있습니다. 새로운 도전과 재미있는 기획을 좋아하는 기획자입니다. 반갑습니다.


- 파트장님께서 맡고 계신 업무가 궁금합니다.

씨네샵은 PB상품 기획을 가장 큰 차별화 역량으로 삼고 있습니다. 기획부터 디자인, 샘플링, 생산관리의 과정을 통해 상품을 제작하고 씨네샵 온오프라인 리테일을 기획, 운영하는데요. 상품 촬영 컨텐츠 제작과 SNS 채널 마케팅 업무까지, 씨네삽 브랜드가 고객에게 전달되는 업무를 저희팀에서 진행하죠. 

업무의 시작은 영화 스토리 분석부터라고 하는게 더 좋겠네요. 영화 팬들이 좋아할 수 있도록 최대한 영화 컨텐츠 스토리를 굿즈에 담아 내기 위해 많은 고민을 하며 깨알 디테일이 살아 있는 상품 기획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코로나19로 극장 방문이 어려워진 관객들을 위해 라이브 커머스 방송으로 영화와 캐릭터에 대한 얘기도 하며 굿즈를 언택트로 판매하는 활동도 하고 있어요. 

   

- 코로나19 장기화로 영화업계 적자 상황에도 CJ CGV 씨네샵은 꾸준한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기획 비결이 있으신가요?

모두가 힘든 한해를 보낸 2020년이긴 했지만, 영화와 극장 업계 타격이 심각했어요. 빠르게 사업 방향을 바꿔 온라인 판매 전략을 수립하고 약 한 달 만에 씨네샵 온라인 스토어를 오픈했죠. 

오픈 초기에 온라인 광고 노출이 부족한 상황에서도 이슈 몰이 할 수 있는 다양한 기획 상품을 미끼로 지속적으로 고객을 유입하고 단골 고객을 확보하는 데에 전력을 다했어요. 업계 최초로 시도한 '영화 굿즈 라이브 커머스'가 좋은 반응을 얻기도 했고요. 

저희팀 별명이 'CGV 속 스타트업'인데요. 굿즈를 기획할 때는 일반 리테일 상품과는 다른 구매 자극 요소를 넣어주는 게 비법이라고 할까요. 굿즈는 팬덤에서 파생돼 나온 상품이에요. 영화, 컨텐츠, 아이돌, 브랜드 등 모든 영역에서 굿즈는 같다고 볼 수 있죠. 팬덤을 이해하고 최대한 굿즈에 반영되도록 노력하는 것이 저희의 차별화된 상품 기획 역량입니다. 팬들에게는 세상에 하나 밖에 없는 굿즈지만, 팬이 아닌 분들에게는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인거죠. 

타깃 고객을 끊임없이 관찰하려고 해요. 메인 타깃인 MZ세대의 관심사와 소비 취향 분석에서 모든 기획이 시작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패키지도 구매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소라서 많은 공을 들이고 있는데, 이 역시 MZ세대의 소비 취향을 반영한 부분입니다. ‘그저 예뻐서’ 사는 가심비 소비 취향을 사로 잡기 위해서는 패키지부터 예뻐야 한다는 게 저희만의 전략이죠. 특화 시장을 공략하려면 타깃 고객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필요해요. 

       


   

- 국내 최초 영화 굿즈 스토어, 씨네샵 사업을 론칭하게 된 비하인드 스토리를 듣고 싶습니다.

씨네샵의 첫 시작은 CGV Cultureplex 브랜딩 활동의 일환이었어요. 영화를 보고 그 감동을 소장 할 수 있는 굿즈를 판매하는 전문 스토어가 극장 로비에 있다면 CGV를 찾는 관객들에게 또 하나의 즐거움을 제공 할 수 있을 거란 생각에서 시작됐죠. 여행을 가면 즐거운 기억을 소장하려고 기념품을 사는 것처럼요. 

시작은 정말 막막했어요. 당시 마케팅 업무를 담당하고 있던 제가 섣불리 시작하기에는 MD 경험도 없었을 뿐 아니라 회사 내부에서도 생소한 업무 영역이다 보니 도움 받기 쉽지 않았죠. 시작 당시에는 브랜드와 스토어 아이덴티티를 정립하고 상품은 시중에 있는 것 중에서 잘 골라 소싱하면 된다 생각했는데, 아니더라고요. 

극장의 주 관객층인 2030대 여성을 메인 타깃으로 했는데, 그때만 해도 국내에 유통할 수 있는 영화 캐릭터 상품은 대다수가 키즈 타깃이었고 키덜트 상품은 조립식 완구, 피규어류 정도였어요. 결국 '우리가 직접 기획하고 만들어 팔자'가 된 거죠. 그렇게 씨네샵 PB 상품이 시작됐습니다.

이후 상품을 만들기 위한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해 영화 IP를 확보하고 상품을 기획했어요. 상품 기획 과정 역시 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야 했죠. 머리 속 상상을 현실로 만들어 낸다는 건 '안되는 이유 100가지'와의 싸움 같더라구요. 하나씩 할 수 있는 방법들을 찾아 나가는 여정이었죠. 그렇게 2017년 7월 용산아이파크몰에 ‘국내 최초 영화 굿즈 스토어’ 씨네샵이 탄생해 매장 23개로 확대됐고 현재는 씨네샵 온라인 스토어를 오픈해 온라인 중심으로 사업을 하고 있어요. 물론 아직도 매일 고군분투 중이죠.

어찌 보면 CGV 브랜드 마케팅 활동의 하나로 시작돼 지금은 씨네샵 단독 브랜드로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거라 볼 수 있겠네요. 

   

- 기획했던 굿즈 중 가장 마음에 드는 것과 가장 큰 성공을 거둔 기획은 무엇인가요?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드는 상품은 최근에 출시한 해리포터 뱃지 컬렉션 이에요. 그린핀도르, 슬리데린, 래번클로, 후플푸프 기숙사별 상징적인 오브제를 선별해 뱃지로 만들고 소장할 수 있도록 고급 액자 프레임까지 포함됐죠. 특히 뱃지 제작 퀄리티는 역대 최고였다고 자부합니다.

해리포터 팬들에게는 각자 최애 기숙사가 있는데 (개인적으로 전 슬리데린이요) 컨텐츠를 좋아하는 팬들만 알 수 있는 디테일을 살려 반영한 '역대급 소장용 영화 굿즈 컬렉션' 이라고 소개 하고 싶습니다.

매출로 가장 성공한 기획은 2019년 토이스토리4 개봉에 맞춰 출시한 토이스토리 기획전 이죠. 오랜만에 개봉한 토이스토리 시리즈 영화 컨텐츠를 이용해 최고의 시너지를 창출한 사례로 뽑고 싶어요.

주인공 캐릭터 뿐 아니라 서브캐릭터들을 잘 살려 낸 것이 포인트에요. 토이스토리 팬이라면 영화 속 서브캐릭터들의 활약이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아실테니깐요. 토이스토리4에서 씬스틸러로 등장한 보핍 캐릭터 상품이 많은 인기를 끌었어요. Fun 마케팅 일환으로 기획돼 구매 고객들에게 증정된 토이스토리 캐릭터 옷걸이도 인스타그램 인증 후기 릴레이 등 많은 관심을 받았죠.

       

   

- 지난해부터 집에서 영화를 보는데 익숙해진 이들이 코로나19 종식 후 영화관을 다시 찾게 만들기 위해서 씨네샵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어떤 준비를 하고 계시나요?  

코로나 전에는 개봉 영화 라인업이 풍족해 개봉에 맞춰 굿즈 기획전을 하기에도 벅찼어요. 상황이 많이 달라졌죠. 개봉 영화가 없어도 국내에 많은 팬덤을 보유한 영화, 컨텐츠 IP들을 지속 발굴해 굿즈를 출시하고 소개하는 굿즈 큐레이터 역할을 하려고 해요. 

최근 진행했던 해리포터 굿즈 출시를 성공 사례로 뽑을 수 있는데요. 2021년이 해리포터 영화 개봉 20주년이란 것에 착안해 상품을 출시하고 해리포터 팬들을 불러 모으는 마케팅을 펼쳤는데, 이게 소위 매출 대박이 터졌죠. 해리포터 라이브 커머스는 방송 1시간 최고 매출을 달성했고 당일 방송은 네이버 쇼핑 셀렉티브 TOP5에 올랐어요. 방송시간 동안 ‘씨네샵’ 키워드는 네이버 20대 실시간 검색어 1위를 달성했고요. 관객이 저조한 극장에도 씨네샵에 해리포터 굿즈를 구매하러 오신 고객들이 많았어요. 이런 열풍에 힘입어 이후 영화가 재개봉됐죠. 

다음은 심슨입니다. 국내에서 쉽게 볼 수 없었던 심슨 굿즈를 통해 심슨 팬들을 공략 할 예정입니다.

       


- 잡플래닛에서 CJ CGV는 현재 5점 만점에 3.5점입니다. '타사에는 없고 CGV에만 있다'고 할만한 차별점이 있나요?

경력직 입사자로 CGV에서 업무를 처음 시작할 때 가장 놀랐던 부분 중 하나인데, 극장이라는 공간 안에는 정말 다양한 업무 영역이 존재하고, 각 분야 전문가들이 역량을 펼치며 일을 하고 있더라고요. 

'극장에서 일한다'고 하면 극장 운영이나 영화 상영만 떠올릴 수 있는데 매점 음식을 개발하는 쉐프도 있고 상영관이 아닌 극장 공간에 엔터테인먼트 요소를 부여하는 공간 기획자도 있고 CGV 디지털 플랫폼과 극장을 운영하기 위한 시스템 솔루션을 만드는 기획개발자도 있습니다. 물론 저희 같은 MD도 있고요.

회사 안에 다양한 업무 영역이 있다는 것은 다양한 업무를 해볼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거에요. 물론 본인의 의지가 있다면요. 마케터 출신인 제가 지금 MD 사업을 하고 있는 것처럼 말이죠.


- 잡플래닛 리뷰를 보면, ‘눈치를 보지 않는 소통' '자유로운 연차 사용' 등의 내용이 나옵니다. 정말 그런가요? 


회사의 유연한 조직문화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교류하고 다양한 기획을 하기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죠. 실무자의 아이디어가 주축이 되고 현실화 될 수 있게끔 잘 다듬어 같이 키워 나가는 업무 방식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MZ세대의 관심사는 저보다는 저희 팀원들이 더 잘 알테니깐요. 


- CGV가 그리는 미래와 그 안에 있는 굿즈의 역할을 들려주세요. 

위기는 생각보다 빨리 찾아왔지만, 극장은 죽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변모 할 뿐이죠.

OTT로 영화를 보는 것과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것은 다른 경험의 영역이라고 생각해요. 극장만이 줄 수 있는 차별화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는 것은 물론이고 극장이란 공간을 찾는 관객들이 영화 관람 외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소비 컨텐츠를 발굴하고 성장시키는데 많은 투자가 이루어져야겠고요. 씨네샵은 공간을 넘나드는 영역에서 다양한 경험을 제공해 영화와 극장에 대한 관심이 지속 되도록 노력할 겁니다. 


- 끝으로 알바생의 정식 명칭을 ‘미소지기’라고 부르는 CGV에서 파트장님을 미소 짓게 만드는 일과 기획도 같이 알고 싶습니다. 

개인적으로 씨네샵 업무를 하며 가장 미소 짓는 순간은 고객들이 올려주는 리뷰를 볼 때에요. 인스타그램이나 온라인 스토어를 통해 상품 구매 리뷰를 달거나 상품 출시 소식에 대한 댓글 반응을 볼 때 가장 힘이 납니다. 가장 좋아하는 댓글 코멘트는 “씨네샵 열일 칭찬해” 입니다. 고객들에게 직접 노력을 인정받는 느낌이 들어요. 이거야 말로 가장 큰 칭찬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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