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팅이나 인터뷰에서 회사 생활과 관련된 이야기 또는 웹드라마와 같은 콘텐츠 이야기로 주제가 넘어가면 올해 초의 나는 이 질문을 주로 했다. 그리고 이 질문은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은 극명하게 갈린다. 진심으로 반가워하며, 관련된 이야기를 시작하는 것과 반대로 처음 들어봤다고 말하는 것으로 나뉜다. 아는 콘텐츠가 나왔다고 하더라고 본인의 취향이나 콘텐츠의 성격에 따라서 반응이 다채롭게 갈리는 것과 달리 '좋좋소'에 대해서는 유독 많은 이들이 반가움으로 답했다.
짧은 생각으로는 '공감의 힘'과 '겪어보지 않은 일도 겪어봤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현실성'이 이런 반가움을 키운 듯하다.
회사를 떠났던 시기에 잡플래닛에 남긴 리뷰를 사장이 읽자 당황하는 좋좋소의 주인공 조충범
자신의 중소기업 이야기를 솔직하게 말하며 비슷한 아픔을 가진 이들의 사연을 맛깔나게 소화하는 유튜버 '이과장'과 세계 여행 유튜버 '빠니보틀'이 코로나 시국에 만나 만든 영세한 중소기업을 배경으로 하는 웹드라마 좋좋소는 D.P.가 시청자들의 군대 PTSD를 일으키기 전에 직장인들의 트라우마를 건드렸다.
스펙 좋고 능력이 출중한 이들이 글로벌 시장을 무대로 활약하는 기업에서 일하는 이야기가 아닌 마이너한 청춘이 무스펙으로 입사한 영세 기업에서 사장의 기분에 따라 승진도 연봉도 세상 쉽게 결정되는 상황을 견디며 도망과 재입사를 하는 이야기는 많은 이들의 공감대를 형성했다.
나 또한 그랬다. 면접에서 사장의 일대기를 듣고, 노래하는 극의 주인공 조충범을 보며 취준생 시절을 떠올렸고 부당한 대우에도 참는 모습에서 신입사원 시절을 떠올렸다. 여기에는 나 외에도 수백만의 사람이 공감했고 이에 왓챠가 좋좋소에 투자해 시즌 3로 극은 마무리되었다.
여러 미드가 끝이 안 좋은 것과 달리, 시즌제로 제작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좋좋소는 마지막까지 현실적인 결말로 호평을 받았다. 그리고 좋좋소에는 약소하게나마 내 일말의 노력이 반영되었다.
좋좋소가 시작되던 지난 2월 초 나는 잡플래닛에 입사했고, 회의에서 다른 팀원이 좋좋소의 총연출인 빠니보틀과의 인터뷰를 기획 아이템으로 내는 모습에 희열을 느꼈다. 이전 회사들에서는 팀이 지향하는 성격과 너무 달라, 기획하기 힘든 인터뷰였고 애초에 회사생활에 대한 불만, 비판을 담은 콘텐츠의 제작자를 만난다는 생각 자체가 쉽지 않았다.
인터뷰는 다른 팀원이 진행했지만, 나는 뭔가 다른 방법으로 잡플래닛도 좋좋소도 왓챠도 윈윈할 수 있는 뭔가를 하고 싶었다. 그래서 전 직장에서 콘텐츠 관련 취재를 진행하며 연을 맺었던 왓챠의 홍보팀장님과 맺었던 연을, '느슨한 연대'를 열심히 활용했다.
그렇게 회사와 회사, 마케팅과 홍보의 논의, 제작사의 촬영 등의 과정을 거친 뒤 정승네트워크를 떠났다가 돌아온 조충범이 복귀 전 잡플래닛에 남겼던 회사 리뷰가 사장에게 걸려 구박 받는 내용이 좋좋소에 간접 광고 형태로 삽입되었다.
이 과정에서도 나는 빈말로 맺었던 친교와 느슨한 연대가 진심과 진담으로 바뀌는 경험을 마주했다. 왓챠의 홍보팀장과의 통화, 마케팅 직원과의 메일, 컨택 포인트 전달 등에서 나는 그 어느 때보다 진심이었기 때문이다. 공감대는 빈말이 아닌 진담에서 더 잘 형성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