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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철없는아내 May 19. 2021

난자채취 후 통증

휴직 일기 #2 _2021년 5월 12일

 난자채취 후 3일째-, 몰랐던 내 자궁, 난소의 위치를 정확히 느끼며 통증에 시달리고 있다.

크게 아프다고 할 순 없지만, 무언가가 내 난소를 코옥코옥 찌르는 느낌.

방광에 소변을 채우거나 방귀만 차도 난소에 찌릿찌릿 통증이 온다.


 39개, 무려 39개의 난자를 채취했다.

시험관 시술 때에는 보통 10~20개의 난자를 채취한다고 하던데...

첫 채취때도 26개, 두번째 채취도 39개. 과한 난자 채취가 내 몸에 부작용을 일으키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앞선다. 어제 밤에도 난자 채취와 폐경기에 관한 영상을 수십개 찾아본 후에 잠들었다.

무엇이든 너무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적당한 것'이 좋은 것 같다.


 난자채취를 39개를 해도 이 중 '수정란'이 되는 아이들은 50%정도-, 또 잘 냉동시키고 녹여 착상에 '사용'할 수 있는 아이들은 그중 50% 정도. '착상' 성공 확률은 30% 이하.

 그저 내가 다니는 병원의 '기술'을 믿으며 확률보다 좀더 많은 아이들이 잘 '수정되기를', 잘 '살아남기를', 잘'녹여지기를', 잘'착상되기를' 기다리며 기도하는 수밖에 없다.


 첫번째 채취 때는 정말 아무것도 몰랐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오전에 난자채취, 오후에 출근을 강행했다. (난자채취에 대한 설명을 들을 때, 오전에 채취하면 오후에 일상생활이 가능하다고 들었다.) 심지어 당일 야근도 했었다.  난자채취 후 이틀 뒤, 통증이 가시질 않아 병원에 갔더니 의사가 매우 당혹스러워 하며 '복수가 찬것 같으니 이온음료르 많이 드세요~' 라고 했다. 채취 직후 '복수가 찰수 있으니 이온음료를 많이 먹어라'라는 주의 사항은 들었지만 그것이 내 경우인지는 전혀 모르고 있었다. 그제서야 내 살인 듯, 내 살이 아니는 듯 퉁퉁부어 있는 배가 눈에 들어왔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미련했다. 과자극으로 인해 난소도 붓고, 복수도 가득 차 있는데.. (꽤- 자유롭긴 하지만)출근 복장으로 그 배를 꽉꽉 누르고 있었다니. 좀 쉬지. 왜그리 바득바득 오후에 출근해서 일을 했었을까? 그 때는 그 일을 '내가' 꼭 해야하는 줄 알았다. 누가 알아주는 것도 아니었지만, 내 '일'이니까 내가 해내야 하는 줄 알았다. 정말 미련했다.


 가만히 누워 바깥 풍경을 바라보다가- 통증이 오면 배를 쓰다듬어 주다가- 포카리스웨트(이온음료) 1.5L를 벌컥벌컥 마신다. 3일정도 지났으니 이젠 좀 괜찮아 진것 아닐까? 싶어서 아침에 산책을 강행했었는데.. 30분만 걸어도 땀이 삐질삐질, 아픔이 가실질 않는다. 이렇게 아픈데.... 아픈지도 모르고 출근해서 일했었구나.. 과거의 내 몸에게 너무 미안하다.


 휴직을 했으니, 내 몸을 좀더 돌봐줘야겠다. 일단 1일 1이온음료 부터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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