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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찬 Aug 21. 2024

소금과 건강

건강을 위해 생각해야 할 것들

오늘은 우리 한의원 단골 환자분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이분은 동네에서 음식솜씨가 좋기로 소문이 났습니다. 한의원에 오실 때도 맛이나 보라면서 부침개 같은 간식을 만들어다 주시는데요, 쉽게 구할 수 있는 제철식재료들로 참 맛있게 만들어다 주십니다.     


그런데 오늘은 침을 맞으면서 저에게 하소연하십니다.     


"병원에서 혈압이 조금 높다고 싱겁게 먹으래서 그렇게 했더니, 음식이 너무 맛이 없어 죽겠어요. 국을 끓여도 심심하고, 나물을 무쳐도 맛이 안 나서 밥 먹기가 고역이네요. 애들 아빠는 병원밥도 아니고 이게 뭐냐고 성화에요."


최근 건강검진에서 혈압에 경고등이 들어왔다는 말에 음식을 싱겁게 먹기 시작했는데, 그랬더니 사는 재미가 하나도 없어졌다고 합니다. 동네분들도 음식을 해주면 맛있다고는 하는데 표정이 전 같지 않다고 합니다. 저 또한 이제는 아주머니의 그 솜씨를 맛볼 수 없다는 생각에 아쉬움이 큽니다.      


한의원 환자분들 중에는 고혈압 약을 복용하시는 분들이 꽤 많습니다.  

    

그중에는 저염식을 실천하는 분들도 있고, 앞으로 살면 얼마나 산다고 하시며 먹고 싶은대로 먹는다고 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재밌는 것은 동네한의원의 주관적 통계 상 두 경우 모두 고혈압약을 중단하지도, 혈압이 더 높아지거나 약을 늘어나지도 않았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혈압이 높으면 심혈관계 질환의 위험도가 높아지고, 이 때문에 소금을 많이 섭취하면 건강에 해롭다는 것은 일반적인 생각입니다. 그런데 무조건 소금을 적게 먹는 것이 꼭 정답은 아니다라는 연구결과도 있습니다.      

이것과 최근에는 이와 반대되는 연구결과들도 나오고 있습니다.     

 

그 중 일부 내용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이번 연구가 소금을 많이 먹을수록 면역력이 증가한다는 사실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랜돌프 교수는 말했다. "우리의 조상들은 항생제도 없었고, 수명이 길지 않아 심혈관질환에 걸릴 우려도 없었다. 그러한 상황에서는 고염식이 감염을 물리치는 유용한 수단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고염식의 해로운 효과가 면역력 증강효과를 능가한다. 다만 감염된 피부의 소금 농도를 외부에서 증가시키는 것은 무방해 보인다. 수액제나 젤(gel)이나 드레싱 등을 통해 피부의 염분농도를 상승시키는 것이 보다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할 수 있다"고 연구진은 말했다."

     

이 기사의 전체 내용은 소금이 면역력을 증강시키고, 우리 몸은 감염에 대한 방어를 위해 염분을 축적하는 방향으로 진화했다고 말합니다. 물론 위에서 언급한 대로 과도하게 섭취할 경우 그 피해가 이익보다 큰 것 또한 사실입니다.     


옛사람들도 과도한 염분의 섭취가 몸에 해롭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한의학의 고전인 황제내경에서는 지역에 따른 질병의 특징을 설명합니다.       


“동쪽지역의 바닷가 사람들은 생선을 많이 먹고 짠 것을 좋아해서 이로 인해 속에 열이 쌓이고 혈을 손상시킨다.”고 말합니다.   과거 사람들도 너무 짜게 먹으면 건강에 해롭다는 것은 알고 있었던 겁니다.   

   

그럼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싱겁게 먹는 것만이 능사일까요?     

 

저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간이 맞아야 음식이 맛있듯, 우리 몸도 소금간을 잘 맞춰야 건강할 수 있습니다.      

소금을 잘 먹기 위해서는 우선 좋은 소금을 선택해야 합니다.      


저는 소금은 단순히 염화나트륨이 아니고, 미량이지만 다양한 성분이 섞여 있는 혼합물이라고 생각합니다. 소금의 다양한 효능에 대해서 이야기를 많이 하지만, 저는 천연의 바닷물을 정제해서 불순물이나 독소를 제거한 깨끗한 소금이면 좋다고 생각합니다.       


고가의 소금이나 특정 지역 브랜드를 선택하는 것은, 건강보다는 미묘한 맛이나 개인의 취향 문제일 것입니다.      


다음으로는 모르고 먹는 소금의 양을 줄여야 합니다.      


직접 음식을 만들면 소금을 얼마 넣는가를 눈으로 보고 확인할 수 있습니다다. 하지만 외식을 하거나 밀키트나 가공식품을 먹을 때는 많은 염분을 먹는데도 그 사실을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공장에서 만들어진 식품의 섭취를 줄이고, 자연상태에 가까운 식재료를 이용해 음식을 만들어 먹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음식을 사 먹더라도 그런 음식을 선택해야 과도한 염분섭취를 피할 수 있습니다.      


실제 통계에서도 집밥에서 섭취하는 염분의 비율은 크지 않다고 합니다. 또한 집밥 중심의 식습관은 자극적인 맛과 첨가물에 중독된 우리 미각을 회복시켜 식재료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있는 힘을 키워줍니다. 무엇이 건강한 음식인지 알 수 있는 능력이 생기는 것이죠.      


이와 함께 어쩔 수 없이 과도하게 염분을 섭취했다면 효과적으로 배출해야 합니다.

     

갈증이 날 때 차나 음료 대신 물을 마시고, 칼륨이 풍부한 채소를 즐겨 먹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나이에 따라 식습관을 조금 바꾸는 것이 좋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우리 몸의 수분은 줄어드는데, 여기에 과하게 짜게 먹는 습관이 더해지면 건강에 문제가 생길 수 밖에 없습니다. 젊어서는 조금 자극적이고 짠 맛을 조금 즐겼더라도, 나이가 들수록 양념맛이 아니라 식재료 본연의 맛을 즐기는 담백한 식습관을 기르는 것이 좋습니다.    

   

앞선 단골 환자분께 너무 짜게만 드시지 않으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어쩌면 맛 없는 음식을 만들고 먹으면서 받는 스트레스가 더 해로울 수 있다고도 했지요.

     

건강한 소금을 먹고, 가공식품의 비율을 줄이고, 채소와 과일처럼 신선한 음식 즐겨 드시면서 지금처럼 꾸준히 운동하면 충분하다고 했습니다.      

모든 생물은 바다에서 진화했습니다. 우리 몸 속의 피도 옅은 바닷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적당한 염분의 섭취는 모든 생물의 건강에 매우 중요합니다. 간이 잘 맞는 음식을 맛있다고 느끼는 것은 어쩌면 일종의 생존본능 일 수 있습니다. 싱겁게 먹는 것이 건강을 위한 최선의 방법이 아닐수도 있습니다.

     

또한 현대인의 건강에서 알고 먹는 소금의 양보다 모르고 먹는 소금의 양이 훨씬 더 많고 위험합니다. 적당히 간을 잘 맞추는 것은 음식의 맛 뿐만 아니라 좋은 건강에도 매우 중요합니다.      


너무 싱겁게 살지도 싱거운 사람이 되지도 말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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