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만능통치 운동은 없다.
점심 시간이 막 지난 조금 나른한 시간, 한의원 문이 열림과 동시에 악! 소리가 들린다. 큰일이 났나 싶어 얼른 밖을 내다보니 철수씨가 접수실 의자에 앉아 끙끙 거리고 계신다.
“원장님~ 나 죽겠어요. 아침에 일어나려고 하는데 허리를 옴짝달싹을 못하겠어요. 119 부를까 하다가 집사람한테 부탁해서 차로 겨우 여기까지 왔어요. 살려주세요.”
철수씨는 평소 운동을 좋아하는데 마을 조기축구 멤버고 배드민턴도 취미로 즐긴다. 하지만 60이 넘은 나이는 어쩔 수가 없어서 가끔 발목이나 어깨 그리고 좀 더 자주 허리가 아파서 치료를 받으러 오신다.
제대로 앉지도 서지도 못해서, 부축해서 베드에 눕히고는 어찌 된 일인지 물었다. 조금 원망이 섞인 목소리로 힘들게 자초지종을 꺼내 놓는다.
“평소에 내가 허리가 안 좋다는 것을 알고 있는 친구가 어제 유튜브 영상을 하나 보내줬어요. 이 운동이 허리에 그렇게 좋다면서, 자기도 이거 하고 허리가 많이 좋아졌다는 거에요. 그래서 당장 따라 했지요. 뭔가 운동도 되는 것 같고 좋더라고요. 그런데 조금 하다 보니 허리에서 뭔가 찌릿한 느낌이 나서, 왠지 예감이 안 좋아서 그만 뒀어요. 그런데 오늘 아침에 일어나려고 하니 허리가 움직이지 못할 정도로 아픈거에요.”
철수씨가 보여준 영상은 ‘이 운동을 했더니 요통이 싹 사라졌어요.’ 라고 소개되어 있다. 이게 사실이라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슬프게도 세상에 그런 운동은 없다. 이름은 요통으로 같아도, 겉으로 드러난 증상 뒤에 감춰진 속사정은 다 다르고, 허리가 아프게 된 이유도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운동을 하다가 탈이 나서 고생하는 경우는 비단 철수씨 뿐만이 아니다. 최근에만 해도 유튜브 영상을 보면서 요가를 하다가 다쳐서 몇 달을 고생한 영할머니도 있었고, 티비에서 허리에 좋다는 체조를 따라하다가 뜨끔 한 이후 병원치료를 받고도 허리가 펴지지 않아 몇 달째 한의원에 오시는 명할머니도 떠오른다.
그런데 이분들이 오셔서 공통적으로 하시는 말씀이 있다.
“정말 좋다고 해서 따라 했는데, 이전보다 더 안 좋아졌어요.”
운동을 하다가 다쳐서 오시는 어르신들을 보면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는 운동에 욕심을 내서 다치는 경우다. 몇 번 해보니까 몸이 좋아지는 것 같아서, 더 많이 하면 더 좋아질 것 같고, 여기서 조금 더 움직이면 뭔가 풀릴 것 같아서 오버 페이스를 하게 된다. 그러다가 몸이 버틸 수 있는 한계점을 벗어나면서 다치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젊을 때는 살짝 다치면 도리어 몸이 튼튼해지도 하지만, 나이가 들면 다친 곳은 잘 낫지 않고 오래 가는 경우가 많다. 또한 아파서 몸을 마음대로 움직이지 못하다 보니 그나마 좀 있던 근육들도 빠지고, 전체적으로 몸이 쇠약해지는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다치면 오래가고 오래 아프다 보면 마음까지도 우울해진다. 노년의 운동은 절대 다치면 안되고, 과유불급의 원리는 여기에도 적용된다.
두 번째는 내게 맞지 않는 운동을 한 경우다. 약물마다 약효가 다르듯, 모든 운동 동작은 동작마다 그 목적과 효과가 다르다. 내게 맞지 않는 운동은 약을 잘못 먹은 것처럼 부작용을 일으킨다. 다른 사람이 해서 좋은 운동이라고 해서 나에게도 좋다는 보장이 없다. 철수씨가 이런 경우다. 친구는 좋은 의도에서 추천했지만, 철수씨의 몸에는 도리어 해가 된 것이다. 음식도 약도 그리고 운동도 내게 맞는 것을 선택해야 효과를 볼 수 있다. 내가 스스로 판단하기 어렵다면 무턱대고 따라 하기 보다는 전문가의 조언과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당장은 조금 비용이 들더라도 길게 보면 훨씬 낫다.
세 번째는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운동이다. 준비운동을 하지 않고 운동을 한 경우도 부상의 위험이 커지지만, 더 큰 문제는 운동을 할 만한 몸이 안 만들어진 경우다. 근력 운동이 필요하다고 하니까 무턱대고 헬스장에 가서 기구 운동을 하는 경우가 가장 많고, 걷기가 좋다고 하니 열심히 걷다가 관절에 무리가 오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몸을 잘 움직이고 힘을 가해서 근육을 강화하기 위해서 맨 먼저 해야 할 것이 바로 균형 잡힌 몸의 구조를 만드는 일이다. 몸의 구조가 틀어져 있는 상태에서의 운동은 구조의 불균형을 악화시켜 도리어 몸을 망가뜨리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중년 이후에 운동이 필요한 환자들에게 요가와 필라테스처럼 몸의 구조를 바로 잡으면서 코어를 강화하고 유연성을 키워주는 운동을 권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수십년 동안 잘못된 자세나 동작들로 틀어지고 중심이 약화 된 몸은 마치 대들보가 기울어진 집과 같다. 집을 고치기 위해서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대들보를 바로 세우는 것부터 해야 하는 것처럼, 좋은 건강을 위한 운동 또한 몸의 구조를 바로 세우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운동은 독이 될 수도 있다.
사람은 동물이기 때문에 잘 움직여야 건강할 수 있고, 잘 움직이고 적당한 힘이 있다는 것은 건강하다는 증거일 수 있다. 특히 고령자들의 경우 운동능력은 생활의 질과 좋은 건강과 직결되는 문제다. 하지만 뭘 먹을까? 하는 것만큼 어떤 운동을 얼만큼 해야 할까?라는 고민을 하는 사람들은 드물다. 그것은 아마도 영양제를 챙겨 먹는 것이 좋은 음식을 해먹는 것보다 간단하고, 몸에 좋다는 것을 먹는 것이 운동을 하는 것보다 편하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편한 맛에 길들여 질수록 우리 몸의 기능은 빠르게 쇠퇴한다.
건강하게 오래 산다는 것은 우리 몸이 본래 가지고 있는 기능을 일정수준 이상으로 꾸준히 유지한다는 말과 같다. 운동은 좋은 기능을 오랫동안 유지하는데 필수적이다.
많은 환자들이 운동이 필요하다는 것은 다 아는데, 내게 어떤 운동이 필요하다는 것은 알기 어렵고, 또 알더라도 그것을 꾸준히 실천한다는 것이 보통 일이 아니라고 말한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별수가 없다. 그냥 해야 한다. 혼자 하기 어렵다면 잘하는 사람들의 도움을 받더라도 멈추지 말고 밥 먹듯이 잠을 자듯이 해야 한다. 그것 밖에는 방법이 없다. 다만 약간의 요령을 알면 다치지 않고 오래 할 수 있다.
건강을 위해 운동을 시작할 때 앞서 말한 세 가지를 기억하자. 서두르지 말고 운동을 할 수 있는 몸부터 만들 것, 멋이 없더라도 나에게 필요한 운동을 할 것 그리고 잘 돼도, 안 돼도, 서두르거나 욕심내지 말 것이 그것이다.
노년기의 운동은 기록경기도 아니고 단거리 경주도 아니다. 또한 다른 사람과 비교할 필요도 없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내 페이스를 잃지 않고 완주하는 것이라는 것을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