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어머님께 공진단 보내 드려야 겠어요

공진단 권하는 사회

by 김형찬

“원장님~ 엄마가 요즘 부쩍 피곤하고, 기억력도 더 안 좋아졌다고 하세요. 주변에서 공진단이 좋다고 해서, 보내 드리고 싶은데, 엄마한테 맞을까요?”


가끔 소화가 안 되어서 내원하는 영미씨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어머니에 관해 묻는다. 말씀하신 영미씨의 어머니를 마지막으로 뵌 것은 작년 겨울이었다. 남편분이 돌아가시고 난 후에도 시골에서 혼자 농사를 짓고 사시는데, 겨울이 되어서 딸네 집에 잠시 놀러오셨을 때였다.


영미씨는 자식들이 농사일 그만두고 편히 지내시라고 해도, 자주 올라오시라고 해도, 말을 듣지 않으신다며 할머니를 바라봤고, 할머니는 웃으면서 혼자 사는 게 세상 편하고, 내가 내 집 놔두고 왜 자식 신세를 지느냐고 말씀하셨다.


작년 겨울에 진료한 기록을 보니 할머니는 신경이 예민하고 위장 기능이 약한 체질적 특징을 갖고 계셨다. 이야기를 듣다 보니 최근에 친한 사람에게 돈을 빌려줬다가 기한을 넘기고도 받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적지 않은 금액인데다가, 아들들한테는 말도 못 하고, 속으로 삭이고 계시는데, 그때 이후로 부쩍 잠도 못 자고 밥도 못 드시는 것 같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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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기록과 지금의 상황을 봤을 때, 할머니는 공진단보다는 울체된 것을 풀어주는 치료약이 더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며칠 후에 친척분 결혼 때문에 서울에 올라오신다고도 해서 이렇게 말씀드렸다.

“어머님은 막힌 것을 잘 소통시키는 것이 우선일 것 같습니다. 공진단은 좋은 약이지만 이럴 때는 먼저 소통을 시켜서 몸과 마음을 편하게 해드리는 것이 더 좋습니다. 결혼식 전에 미리 올라오시라고 해서 영미씨 댁에서 주무시게 하세요. 진찰을 하고 어머님 몸 상태에 맞는 탕약을 처방해 드릴께요.”


유명세 때문인지 영미씨처럼 문의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최고의 보약은 공진단이란 이상한 통념이 생긴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의서에는 보약이라고 부를 수 있는 처방이 수백 가지가 넘고, 그 효능과 필요한 몸과 마음의 상태가 모두 다르다. 여기에 한의사는 환자의 상황에 맞게 처방을 재조합 하기 때문에, 어쩌면 보약이라고 부를 수 있는 처방의 스팩트럼은 셀 수 없이 많다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몸에 좋은 한약, 보약! 했을 때 환자분들이 떠올리는 것은 몇 가지가 있다. 지금은 반려견도 복용하는 홍삼과 경옥고부터 한때를 풍미했던 침향환과 요즘 시대에 왜? 라는 생각이 드는 흑염소 그리고 보약의 제왕처럼 여겨지는 공진단까지. 이중 사향이 포함된 공진단은 전문한의약품으로 한의원에서만 처방받을 수 있고, 나머지 약들은 한의원 뿐만 아니라 건강식품으로 유통되고 있다.


먼저 흑염소에 관해서 말하면, 개인적으로 흑염소 제품을 사서 복용하고 있다는 환자의 이야기를 들을 때 마다, 왜? 라는 생각이 든다. 일전에 개고기의 식용이 금지되면서 그에 대한 대안으로 흑염소가 떠올랐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어쩌면 정말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아직도 우리는 몸에 좋은 것 하면 고기를 먼저 떠올리는구나 라는 한다. 이런 현상을 보면 생존과 성장에 필요한 열량이 부족하던 힘든 시절의 그림자가 아직 우리 사회에 꽤 남아 있는 것 같다.

그런가 하면 한편에서는 레몬생즙이 유행이다. 레몬생즙을 물에 타서 음용하는 것은 대표적인 해독요법 중 하나이고, 나도 해독이 필요한 환자에게는 권하는 방법이다. 재밌는 것은 한쪽에서는 흑염소로 채우고, 다른 한쪽에서는 레몬생즙을 먹어서 배출하는, 서로 상반된 방식이 유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흑염소의 유행은 개인적인 관점에서는 기묘한 현상이고, 아마 얼마 가지 않아 잠잠해질 것이라고, 또한 잠잠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음으로 환자들이 많이 복용하는 한약은 홍삼으로 대표되는 삼이다. 홍삼은 넓게는 삼의 범주를 벗어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다만 성분 분석을 하면 홍삼으로 가공을 하면 인삼에서는 볼 수 없는 생리활성 물질이 생긴다고 알려져 있다.


삼은 한약 처방에서는 주로 입맛이 없고 소화가 잘 되지 않을 때 쓴다. 이렇게 말하면 ‘응? 삼을 먹으면 기운이 나는 것 아니었어?’ 라고 묻는 분들이 있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자. 실질적으로 삼에 들어 있는 에너지가 얼마나 될까? 게다가 그것을 가공해서 만든 건강식품에 함유된 양은 또 얼마나 될까?

삼의 효능은 음식을 잘 먹게 하고 소화를 잘 되게 해서, 우리 몸의 에너지 시스템이 활성화 될 수 있도록 돕는 일종의 촉매역할을 한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점이 이 점이 삼의 장점이자, 또한 한계이기도 하다.


우리 몸의 회복탄력성이 좋고, 끌어다 쓸 수 있는 물질적인 자원이 풍부할 때는 삼은 우리가 원하는 좋은 효과를 낼 수 있다. 하지만 몸의 상태가 기능적으로나 구조적으로 모두 쇠약해져 있을 때는 한계를 보인다. 때로는 삼이 활성화하는 시스템에 과부하가 걸려 있는 사람은 부작용이 발생하기도 한다. 삼이 함유된 제품을 먹고 가슴이 답답하고 열이 나고 머리가 아픈 경우가 그렇다.


모든 사람, 모든 상태에 맞는 약이라는 것은 없다. 만약 누군가 어떤 제품이 그렇다고 말한다면, 그것은 약효가 없거나, 부작용이 일어나지 않을 정도로 낮은 함량의 유효성분이 들어 있다는 고백일 것이다.

제대로 된 음식을 먹지 못하고, 시도 때도 없이 먹고, 가공식품에 노출된 현대인에게, 삼은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왜 필요한지, 한계는 무엇인지를 알고 이용해야 하고, 어쩔 수 없이 잠시 도움을 받았다면, 제대로 된 식사와 운동과 같은 더 좋고 부작용도 없는 약을 복용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


환자들 특히 어르신들에게 좋은 것으로 알려진 한약으로 경옥고가 있다. 과거에는 경옥고가 귀한 약이었고 주로 노년층 보약의 대명사처럼 여겨졌지만, 하지만 최근에는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복용하고, 귀하다기보다는 안 먹는 것보다는 낫겠지 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 같다.

전통적인 경옥고는 앞서 이야기한 삼과 꿀 그리고 백복령을 생지황즙에 버물려서, 여러날 공을 들여 중탕을 하는 방식으로 만든다. 지금이야 기계로 대량생산을 하지만, 학창시절에 식구들을 위해서 만들어 본 경험으로는 약재의 준비부터 만드는 과정에 상당한 공이 들어간다.


경옥고가 유명한 것은 아마도 동의보감의 1번 처방이란 영향도 있을 것이고, 의서에 소개된 효능을 보면 정말 최고의 약 같기도 하다.

『정수를 보하고 진기를 길러준다. 노인을 젊게 하고, 모든 손상된 것을 보충해준다. 모든 병을 낫게 하고 정신을 충만하게 하며 오장을 채운다. 흰머리를 검게 하고, 빠진 이가 다시 나게 하고, 말처럼 힘차게 달리게 해준다. 매일 여러번 복용하면 하루 종일 배 고픈 줄 모른다. 그 효과를 이루 다 말할 수가 없다.』

와우! 처방 해설만 들으면 정말 경옥고만 먹으면 무병장수 할 것만 같다. 하지만 옛날에도 그렇지 않았고 지금도 역시 마찬가지다.

진료를 할 때 경옥고는 마른 나무에 물기를 더하는 약이라고 생각하고 처방한다. 나무가 나이를 먹으면 잎과 꽃이 무성하지 않고 가지가 메마른 것처럼, 사람도 나이가 들면서 몸의 체액과 진액이 부족해진다. 피부가 건조해지고 윤기와 탄력이 없어지는 것 외에도, 눈과 입 그리고 목과 같은 점막도 건조해지고 입맛도 줄고 몸도 뻣뻣하고 굳는다. 무엇보다 체액의 감소는 수량이 줄어든 강물의 오염도가 증가하는 것처럼 대사와 해독과정의 활성을 떨어뜨려 만성화된 염증을 일으킨다.

고령층의 만성통증은 이런 이유 때문에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특별히 다치거나 무리하지 않아도 그냥 힘들고 아프고 소염진통제를 복용해도 별 효과를 보지 못한다.

옛사람들도 노화에 따른 이런 변화를 알았을 것이고, 그 해결책으로 다양한 처방과 식이들을 내놓았는데, 경옥고도 그 중 하나다. 일반적인 보약에는 지황을 여러번 찌고 말린 숙지황이 들어가는데 반해, 경옥고에 생지황의 즙을 넣은 것도 한의학적으로는 어혈의 상태, 요즘 말로 표현하면 만성염증상태를 개선할 목적이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그리고 허준은 자신의 철학에 따라 경옥고를 동의보감 1번 처방으로 선택했다.

경옥고는 마치 고목에 물을 주는 것처럼 꾸준히 복용하면 도움이 된다. 하지만 역으로 생각하면 빠르게 채워주는 힘이나 기능을 활성화하는 효과는 상대적으로 약하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점은 실제 환자에게 처방을 하면서도 경험한다. 말하자면 환자의 몸에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힘이 부족하다고 할 수 있다.

사람들도 이런 점을 느끼고 있기 때문에, 크게 기대하기 보다는 막연하게 먹으면 뭔가 좋겠지~ 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또한 경옥고에는 상당한 양의 꿀이 들어간다. 에너지 시스템이 활발하게 작동하고 혈당 조절에 문제가 없는 사람들은 괜찮지만, 대사증후군 진단을 받은 사람들에게는 안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런 경우와 기저질환이 있는 분들은 평소 본인을 잘 아는 한의사에게 문의한 후에 복용하는 것이 좋다.

경옥고의 복용 시 또 한 가지 유의할 점이 있다. 바로 좋은 것도 일년 내내 복용하면 해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것은 다른 영양제도 마찬가지고, 화학약물은 더욱 그렇다. 환자들에게는 3개월 복용하면 한 달 정도는 쉴 것을 권하는 편이다.


이렇게 해야 하는 첫 번째 이유는 모든 약에는 일정한 독성이 있기 때문이다. 필요에 의해 복용을 하더라도, 약의 중단하고 몸이 약의 영향으로부터 회복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또 다른 이유는 계속 같은 약물이 들어오면 우리 몸은 그 상태에 적응해 버리기 때문이다. 약물이 작용하는 상태가 변수가 아니라 상수가 되면, 우리 몸은 이에 맞춰 셋팅값을 바꿔버린다. 간혹 영양제를 복용하다가 깜빡 잊고 안 먹었더니, 컨디션이 안 좋아져서, 역시! 영양제를 꼭 먹어야 한다고 말하는 환자가 있다. 이런 분들은 어쩌면 영양제에 중독된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약물을 끊으니 일종의 금단현상이 발생한다. 개인적으로는 병원 처방약이나 영양제를 달고 드시는 분들에게는 주기적으로 해독요법을 시행할 것을 권한다. 약독을 풀어내는 것이다. 경옥고 복용시에는 이런 점들을 고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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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들이 선호하는 보약으로는 지친 현대인의 만능열쇠처럼 여겨지는 공진단이 단연 으뜸이다.

공진단을 말하기에 앞서 한 때 유행해던 침향환에 관해 잠깐 이야기 하면, 시중에 판매되는 침향환은 공진단에 들어가는 천연사향을 대신해서 침향을 넣은 것을 기본으로 하고, 여기에 다양한 약재를 추가해서 만든다.

의서에서 사향 대신 침향으로 대신해도 좋다고 기록되어 있는데, 침향은 그 나무가 물에 가라 앉는다고 해서도 붙여진 이름이다, 그리고 복용했을 때 우리 몸의 내부 흐름을 차분하게 아래로 가라앉히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약효만 놓고 본다면 스트레스와 스마트폰 중독 등으로, 흐름이 온통 가슴과 머리로 몰린 현대인들에게 아주 유용한 약재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향수의 향을 맡듯이 일반적으로 향은 위로 떠오르기 마련인데, 침향은 특이하게도 흐름을 아래로 끌어가는 힘이 있다. 개인적ㅇ니 경험으로도 질 좋은 침향은 몸을 따뜻하게 덥히면서 순환을 활성화시켰다가, 그 흐름을 아랫배쪽으로 끌어주면서 몸과 정신을 상쾌하게 하는 효과를 낸다.


그런데 문제는 질 좋은 침향은 천연사향 만큼이나 때론 더 귀하고 고가라는 점이다. 침향이 들어간 기능성 식품을 복용한다는 환자들이 많아서, 기회가 될 때 마다 시중에 유통되는 제품들을 복용해 봤지만, 내가 경험하고 기대했던 침향의 약효를 느낀 경우는 없었다. 도리어 첨가된 물질들 때문에 두통이나 위의 불편함이 느껴진 경우가 더 많았다. 물론 이것은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에 의한 주관적인 견해다. 하지만 내가 그렇게 경험한 것을 환자들에게 권할 수는 없는 일이어서, 깊이 호흡하면서 천천히 걷는 것이 침향보다 좋다고 말한다.

이제 다시 공진단에 관해 살펴보자.


이전부터도 유명했지만, 요즘에는 방송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알려져서, 공진단은 정말 몸에 좋은 보약의 대명사처럼 여겨진다. 직접 제작해서 처방한 적도 많았고, 치료하는 입장에서 보면 제대로 만든 공진단은 필요한 사람에게는 좋은 효과를 발휘한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몸만 좀 안좋으면 공진단을 찾는 환자들에게, 공진단이 모든 병에 다 좋으면 의서에 다른 처방들은 다 사라졌을거라고 말한다. 그러고는 환자에게 맞는 약을 먼저 처방하는데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이름을 붙인 약들의 실제 조합은 다양하지만, 본래 처방은 당귀, 산수유, 녹용 그리고 천연사향과 꿀로 구성된다.

환자들에게 공진단을 설명할 때 ‘반짝’ 하는 약이라고 말하곤 한다.


살다보면 무리를 해서라도 무언가를 해내야 하는 때가 있다. 야구로 치면 코리안 시리즈나 월드 시리즈가 그런 기간이다. 이럴 때는 없는 힘 있는 힘 다 끌어써서 승리를 하고 난 후에 그 후를 생각한다. 공진단은 이런 ‘단기결전’을 위한 약이다. 에너지 회로를 빠르게 돌려서 즉각적으로 피로를 회복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목적이다.


공진단은 원나라의 명의였던 ‘위역림’이 당시 황제에게 올린 약으로 알려져 있다, 일화에는 어느날 위역림에게 황실에서 스카웃 제의가 들어왔다고 한다. 그런데 당시는 자고 나면 황제가 바뀐다고 할 정도로 극도로 혼란한 시기였다. 대대로 유명한 의사가문에서 태어나 당대의 명의로 남부럽지 않게 살던 위역림으로서는, 황제의 주치의란 제안이 썩 매력적이지 않았을 것이다. 도리어 신상이 위험해질 확률이 더 컸다. 그렇지만 마냥 황제의 명을 그냥 거부하기도 어려웠을 것이다.


나는 이런 상황에서 정중한 거절의 방법으로 올린 처방이 공진단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어느날 갑자기 역모가 일어나서 죽을지도 모르는 살얼음판 같은 상황에서, 당시의 황제가 받았을 스트레스도 상당했을 것이다. 어쩌면 공진단을 복용하면서 하루하루를 버텨냈을지도 모른다.

이처럼 서로의 요구가 맞아떨어지면서 공진단은 황제의 약이라는 명성을 얻게 된다.

그래서일까? 예로부터 부와 권력을 가진 사람들은 공진단을 즐겨 먹었다. 그리고 영조가 삼을 즐겨 먹으니 전국에 삼의 품귀현상이 일어났다는 일화처럼, 공진단은 높으신 분들이 먹는, 귀하고 좋은데 비싸서 먹지 못한다는 환상적인 이미지까지 씌워진다. 그리고 지금은 대중적 영향력이 큰 방송과 연예인들에 의해 유행이 주도되고 있다.

하지만 앞서 말한 것처럼 공진단은 반짝 하는 단기결전의 약이다. 컨디션이 좋아졌다고 약을 장복하면서 계속 무리를 하면 언제고 대가를 치르게 되는 것은 사필귀정이다. 마치 뿌리는 약한데 위로 가지와 잎과 꽃만 무성한 나무가 되는 것처럼, 저축 없이 마이너스 통장에서 돈을 끌어다 쓰는 것처럼, 잘못하면 건강의 근본이 뿌리 채 흔들릴 수 있다.


공진단과 관련해서 개인적으로 재밌는 일화가 있다.

단골 환자분 중에 사업상 무리한 일정의 해외 출장을 가야하는 분이 계셨다. 저녁마다 술자리가 있을 예정이었고, 환자는 본인이 먼저 쓰러지면 안된다며,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버텨내야 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공진단을 처방했다. 출장을 마치고는 꼭 쉬면서 회복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는 말도 함께 처방했다.

얼마 후 다시 내원한 환자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덕분에 무사히 일정을 마칠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때 주신 약 그거 큰일 날 약이더군요. 매일 독한 백주를 한 병 이상 마셨는데, 다음날이면 말짱해져서 또 일정을 소화하고, 밤에는 또 술을 마시고... 렇게 일정을 버텨내면서 뭔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람이 그렇게 술을 마시고 과로를 하면 힘들어야 하는 것이 정상이잖아요. 약 믿고 계속 이렇게 살면 내가 곧 죽겠구나 라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환자가 한 말이 바로 공진단의 장점과 단점을 단적으로 나타낸다. 공진단은 전쟁 상황의 약이지 평화로운 시기의 약이 아니다. 약을 믿고 매일을 전투적으로 산다면 수명이 짧아질 수 밖에 없다. 또한 어쩔 수 없이 전쟁같은 날들을 보냈다면 회복하는 긴 시간을 가져야 타고난 명을 보존하고 건강하게 살 수 있다.

또한 공진단은 에너지시스템을 회로를 급속충전 하는 효과를 내기 때문에, 평소 몸 안의 흐름이 울체된 사람에게 쓰면 탈이 날 수 있다. 따라서 소통이 막혀서 생기는 울증을 바탕으로 한 울홧병과 우울증에는 신중하게 투여해야 한다.


사람을 한 그루의 나무에 비유하면 경옥고는 나무속 체관과 물관에 흐르는 물과 영양에 비유할 수 있다. 나무도 나이가 들면 마르는 것처럼, 사람도 노화에 따라 진액이 마르고, 이에 따라 몸 속 생태계는 염증이 쉬운 상태에 놓이게 된다. 이럴 때 나무에 물을 주듯 쓸 수 있는 약이 경옥고다.

하지만 이 역시 제대로 된 식사와 운동 그리고 수면을 대신할 수는 없다. 일정 기간 도움을 받았다면 나중에는 약을 먹지 않는 것이 맞습니다. 한약이든 양약이든 모든 약은 약을 복용하지 않는 상태를 목표로 해야 한다.

공진단은 시들시들한 잎과 꽃에 주는 약이라고 할 수 있다. 약의 힘을 빌려 싱싱하게 보일지라도, 계속 그런 식으로 가꾸면, 결국 뿌리가 마르고 저장된 자원을 다 소진해서 나무는 병들게 된다.

환자를 돌보면서 공진단과 경옥고를 만들기도 했고 처방도 해왔다. 그 과정에서 현대인의 만성화된 긴장과 피로 그리고 만성질환이나 노화에 따른 기능 저하로 인한 퇴행성 변화에는 근간根幹의 힘을 키우는 약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무로 치면 뿌리와 중심이 되는 큰 줄기를 튼튼하게 하고, 그 속의 흐름이 원활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그럴 수 있다면 좋은 건강을 보다 오래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요즘 내가 환자를 돌보는데 가장 집중하는 것이 바로 근간을 강화하고 그 흐름을 원활히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이런 방식의 치료는 느리지만 분명하게 몸과 마음을 회복시킨다.

우리가 흔히 보약이라고 하는 한약의 종류는 정말 다양하다. 그런 다양한 처방이 존재하는 이유는 사람마다 몸과 마음이 힘들어진 이유가 다르고, 필요한 것들이 각기 다르기 때문이다. 요즘 유행하는 몸에 좋다는 한약들도 각기 장단점이 있고, 필요한 상황이 모두 다르다. 그것을 잘 알고, 필요할 때 필요한 만큼 복용해야 한다. 무작정 유행을 따라서 누가 먹고 좋았다고 해서 무작정 복용하는 것은 자신의 건강을 운에 맡기는 것과 같다. 시간이 걸리고 폼이 안날지라도 병의 치유와 예방 그리고 좋은 건강을 유지하는 것은 늘 기본에 있다.

먹고 마시고, 몸과 마음을 움직이고, 잠을 자는 것 일상생활이 가장 중요하다. 그 위에 먼저 근간을 튼튼하게 세우고, 잎을 무성하게 하고 꽃이 피게 해야 한다.

아무리 좋은 영양제를 들이부어도, 화병에 꽂힌 꽃은 척박한 들판에 핀 들꽃보다 오래 가지 못한다.


월,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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