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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컬리 Oct 06. 2024

3.팀장과 선생님의 차이점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 

팀 회의를 한창 진행하고 있는데, 갑자기 팀원이 손을 들고 말한다.

'팀장님, 저 혹시 화장실 좀 다녀와도 괜찮을까요?'라고.

그러라고 하자. 

'감사합니다' 하면서 벌써 이야기를 나눴던지 옆의 동료와 나란히 일어나 화장실로 향하면서 

'우리 꼭 학교 선생님한테 허락받고 가는것 같은 기분이네요' 하면서 둘이서 키득키득 한다

자신들의 행동이 본인들이 생각해도 조금 어색했던가 보다. 


그 후로 회의중에도 화장실은 '각자', '알아서' 다녀오면 된다고 했고, 더이상 그런 질문을 하는 팀원은 없다

하지만, 이날 이후로 아주 많은 날들 동안 팀장과 선생님의 차이점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대학시절, 과외를 꽤나 많이 했었기에 '선생님'을 했던 경험을 상기시켜 보았다. 

짧게는 몇달 길게는 3년을 가르친 아이도 있었고, 평균적으로는 늘 3명 이상은 과외를 하며 학교를 다녔다. 

그 때를 되돌아보면 아이들이 문제를 틀린다고 해서 화가 난 적이 단 한번도 없었다. 왜냐하면 틀린 것에 대한 책임은 오롯이 그 아이에게 있기 때문이다. 나는 가르칠뿐이지, 그 결과는 아이의 몫이다.

문제를 틀린 이유를 분석하고 노력하여 잘 가르쳐야 겠다는 생각만 했던 것 같다.  


그랬던 내가 팀원들을 만나서 함께 '일을 하겠다'는 마음을 먹으면 불화가 생겨났다. 

'일'에 대한 기본적인 개념과 태도가 너무나 다르기 때문에 '함께'가 될 수가 없었다. 

팀원이 일을 잘 못하거나 미루거나 대충하면, 그 결과는 팀 전체의 몫이자, 내 몫이된다. 

그러니 팀원의 '일'의 결과물은 내게 영향을 미치게 되니 화가 나는 것이다. 


팀장과 선생님의 공통점은 일이든 공부든 가르치는 행위를 하는 사람이란 것이고, 

그 학습의 결과가 무엇이며, 그것이 어디에 귀속되느냐에 차이가 있었다.


이 생각은, 내가 팀원들에게 화가 나지 않도록 해주는데 결정적인 계기를 주었다. 

MZ들 중 팀장이 화를 내었을때, 자신의 잘못으로 피해를 주었으니 앞으로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10% 도 안될 것이다. (내가 겪은 기준) 

대체로 화를 팀장을 원망하고 탓하며 자신의 잘못을 축소시킨다. 잘못도 별로 없는 자신을 혼내는 팀장을 미워하거나 두려워하게 되고, 소통은 잘 안되니 일은 더 엉망이 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팀원을 대할 때 내가 가르쳤던 학생처럼, 마치 결과물이 팀에 귀속되지 않는 것처럼 대해야 한다.  

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기다려줄수 있는 선생님의 마음으로 전환하여야 한다고 생각을 했다 

가르치고, 까먹으면 또 친절하게 알려주고  

이해를 못하면 눈높이를 낮춰서 알려주고, 이해했는지 꼭 체크하고,  

실수를 해도 격려해주고, 다음엔 이러면 안된다고 알려주고, 

질문을 하여 스스로 자기에게 맞는 답을 구하도록 한다.  

마음은 급하더라도 기다려주어야 한다. 

도저히 안되겠으면, 성과는 팀장이 따로 만들어낸다.   


그런 마음이 되면, 화는 좀처럼 나지 않고 무럭무럭 성장하는 학생들이 기특할 때도 있다.

그렇게 몇 년을 보내면, 자신의 몫을 거뜬히 해내는 일꾼으로 성장해 있을 것이다. 

그러는 사이 팀장은 잦은 야근과 밤샘으로 병원 신세를 지고 있을 테지만, 

MZ를 교육시켜 일꾼으로 성장시켰음에 보람을 느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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