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의 아침시간.
우아한 음악을 들으며 지하철에서 책도 보며 하루를 활기차게 시작하려고 애쓰는 시간.
8시 전후로 울려대는 카톡 알림음. 불청객이다.
'팀장님, 저 아침에 일어나니까 몸이 너무 안좋아서요, 병원에 좀 가봐야 할 것 같아요'
'팀장님, 저 오늘 애가 아파서, 어린이집을 못 보내서 출근 못할 것 같아요'
'팀장님, 저 오늘 아침에 늦게 일어나서 아침에 좀 늦을 것 같아요'
....
오전 9시가 되지 않은 시간이지만,
워라밸을 중시하는 그들에게도 '워라밸을 지킬 수 없는 사정'이 생긴다.
팀장의 워라밸 따윈, 팀장이 알아서 챙기란 거겠지.
구구절절한 사정에 성의없이 답을 할 수도 없고, 뭐라 답을 할지 고민하며..
톡에 답을 안하면, 전화가 온다
'에구.. 몸이 안좋군요. 병원가보고 푹쉬어요'라거나
'애가 아파 고생이겠네요...'라거나
'알겠어요. 너무 급하게 오지말고, 이따 봅시다..'라는 대답을 하다보면
아침의 내 평화는 무너지고 출근도 전에 감정이 지친다.
한 사람이 쉬면, 다음날은 두명이 쉬고, 다음날은 세명이 쉬는 전염병이 돈다
한동안은 하루를 거르지 않고 아침마다 울려대는 카톡소리만 들어도 심장이 내려앉았다
아침마다 스트레스가 극심하여, 이건 아니다 싶어 답장을 달리 보냈다.
'본인 연차 사용하는 거니까, 그냥 편히 써요, 알려만 주고 편히 써요'
아프다고 하는 사람에게 당장 나오라고 할 정도로 급한 일이 있었던 적이 단 한번도 없었다.
그러니 당일에도, 전날 저녁이나 주말에도 말만 하면 승인해주고,
출근해서 연차신청서를 올리라고 했다.
지각은 나쁜 습관이니 꼭 고쳐주어야 한다.
출근시간 기록이 다 남고, 감사 때 그 기록을 들여다보니 알아서 잘 관리해야 한다고 말해준다.
팀장만 눈감아주면 되는 일이 아니고, 결국 그 책임이 자신에게 돌아온다는 것을 알려주면 된다.
이제는 '오늘 연차 쓸게요' 로 바뀌어 굳이 아프니 어쩌니 이야기를 나누지 않게 되었다
업무 외적인 시간 날 괴롭히던 감정 노동이 덜어졌다.
업무 시간 외에는, 연락하지 않는 것이 팀장에게도 해당되는 일이어야 하지 않을까?
팀원에게 절대 어떤 일이 있어도 연락하지 않지만
팀원들은 본인들의 사정이 생기면 연락을 하는 것. 이게 과연 맞는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