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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피보이 Oct 27. 2021

[책] 2021 김승옥 문학상 수상작품집

블라인드 심사가 발견해낸 문진영이라는 낯설고도 준비된 이름

저도 본격적으로 책 이야기를 하기 전에 배경 설명을 해야겠네요. 

'책 주모'라는 매거진을 시작하게 된 배경 말이죠.

어느 날 <잘 쓰기 위한 재테크>의 저자 토리텔러님의 연락을 받았습니다.

전 직장 동료이기도 하고,  존경하는 인생 선배이기도 하고, 가끔 놀려주고 싶은 편한(?) 형님이기도 한 이 분의 연락은 항상 반갑습니다. 바람맞은 약속 장소에서 우연히 만나게 되어 난처함과 당혹감을 편안함과 안도감으로 채워주는 그런 반가움을 항상 주시죠.


아무튼,  이 분이 무언가를 같이 해보자고 하셨습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 올리는 책. 책을 좋아하는 그러면서 문과의 감성과 이과의 밥벌이를 영위하는 사람이 읽는 책을 소개하면 좋을 것 같다면서요. 

저로서는 영광이지요.  그리고 재미있을 것 같았습니다. 적어도 한때 둘이 작당모의했던 팟캐스트보다는 덜 무모할 것 같았습니다. (저는 아직 미련은 좀 남아 있습니다만...) 

혼자서 책 읽고, 혼자만의 감성으로 낯 간지러운 글은 덜 쓰게 되겠다 싶기도 하고, 무엇보다 외롭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토리텔러님이 마련해 주신 자리에 좌판을 깔게 되었습니다.  

괜한 폐나 끼치지 않았으면 좋으련만, 판을 깔아 주신 분 책임이 팔 할은 되지 않을까 하는 뻔뻔함으로 시작해 보렵니다. 언제든지 책이 생각나실 때는 '책 주모'를 불러주면 좋겠습니다.

<무진기행>을 좋아하는 저로서는 김승옥 문학상 작품집 읽기가 이제는 매년 반드시 치러야 하는 의식이 된 듯합니다.


해마다 200편 가까이 발표되는 단편소설을 대상으로 블라인드 방식으로 평론가와 소설가로 구성된 심사위원들이 열띤 토론을 통해서 추린 작품집은 어릴 적 신문에서 설날과 추석 TV 편성을 오려내어 일일이 표시를 하며 기다렸던 특선영화를 기다리는 마음입니다.


올해도 다양한 소재와 주제의 단편소설  7편이 실려있습니다. 


읽자마자 스쳐 지나가듯 바로 잊혀지는 작품도 있고, 읽는 내내 가슴이 먹먹해지는 작품도 있습니다. 

사실, 단편소설은 감정 이입과 몰입의 시간적 여유가 장편보다 부족하기에 어느 정도는 취향과 익숙함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삶의 한 단면을 한입 베어 문 듯 한 그만의 매력이 있습니다.


이번 수상작들을 읽으면서 제게 유독 관통하는 단어가 있었습니다.

그것은 "상실"이었습니다.

그리고 "상실" 이후 삶을 지속해 나가는 우리의 모습이었습니다.


어쩌면 코로나 시대를 통과하면서 일상의 많은 것들을 잃어버린 감정이 그렇게 읽혔는지 모르겠습니다.

특히, 죽음 뒤에 살아있는 자들의 삶, 남은 자들의 일상이 아직도 마음 한편에 웅크리고 있습니다.


수상작 중에 정용준 작가의 <미스터 심플>에서 화자가 중고거래 중에 만난 호르니스트에게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퇴고의 방법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첫째는 완성한 이 글이 엉망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겁니다. 둘째는 이걸 다시 쓰면 나아질 수 있다는 것을 믿는 겁니다. 그리고 마지막, 실제로 다시 쓰는 겁니다. 그 과정에서 조금씩 고치고 다른 단어로 바꾸는 것이죠."


이 문장이 "상실"의 치유와 닮아 보이는 이유는 뭘까요?


상실을 치유하는 첫째는 무언가가 혹은 누군가가 없다는 것을 인정하는 겁니다. 둘째는 삶을 수정하면 나아질 수 있다는 것을 믿는 겁니다. 그리고 마지막, 실제로 고쳐 다시 사는 겁니다. 그것이 상실을 극복하고 남아있는 삶을 살아가는 방법이 아닐까요?


단편 소설이 주는 여백과 여지의 매력을 이 가을에 한 번쯤 느껴보는 것은 어떨지요...


<수상 작품>

문진영 두 개의 방

윤대녕 시계입구가게앞검문소

손홍규 지루한 소설만 읽는 삼촌

안보윤 완전한 사과

진연주 나의 사랑스럽고 지긋지긋한 개들

정용준 미스터 심플

황현진 우리집 여기 얼음통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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