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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iraiano Mar 08. 2020

데이비드 로완 - 디스럽터

다채로운 기업 예시들에 만족할 만한 책

주장을 강하게 하는 책들은 굳이 비판적인 태도로 읽지 않아도 궁금증이 들기 마련이다. "주장하는 바가 모든 조직과 문제에 대입되어도 해결책으로 작용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다. 이 물음에 대해서 책들은 크게 두 가지 방법으로 자신을 뒷받침한다.


1. 많은 사례를 제시하여 납득을 유도

2. 주장하는 바의 이유를 인간 본연의 욕구로 유도

3. 1과 2의 혼용


 3이 가장 이상적인 방식으로 작용한다. 우수 사례와 그 우수 사례가 어떻게 발생하였는지 자신의 논리로 풀어내기 때문이다. 그런데 간혹 저자가 너무 열성적인 나머지, 3이 아니라 1이나 2로 빠져드는 책이 있다. 이들은 사례를 많이 제시하여 논지를 뒷받침하려고 하나 논지에 알맞게 짜여진 사례들만을 가져왔다는 느낌을 들거나, 인간 본연의 욕구에서부터 기인하는 논지를 구성하지만 모호한 개념을 끼워맞추었다는 느낌을 들게 한다. 


 그리고 이 책은 1번에 가깝다. 14장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각 장마다 2개 가량의 기업 예시가 있기 때문에, 25개 가량의 예시가 기존의 산업 표준과 틀을 뒤바꾸어 성공한다는 교훈을 뒷받침하고 있는 셈이다. 그리고 이는 기업가정신과 용기, 영향력 등의 가치를 추구함으로써 추구 가능하다는 말도 내포하고 있다. 구글X와 웨이모, 내스퍼스 등의 표준을 뒤틀고 그에 따라 성공한 기업들이 있는데, 문제는 독자들이 이러한 교훈에서 그치기를 원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업계를 교란시키라는 말은 모두가 어떤 매체들을 통해서라도 자주 들었던 말이다. 스티브 잡스의 해적론과 DDS의 Hack the pentagon 등 기존의 질서에 묶이지 않아야 자유로운 사고가 가능하고, 업계의 틀을 부술 수 있다는 말은 지극히 멋있다. 그러나 그 모든 관점은 조직적 측면에서 이루어지는데, 기업가라는 뜻을 품지 않은 대다수 독자가 이에 공감할 수 있을까? 라는 의문이 들었다. 이 책의 관점과 독자의 관점이 맞지 않는데, 다수의 예시들로 그 관점을 이식하려는 느낌이 들었다.


 이는 중요한 내용을 기록하는 습관을 통해서도 느낄 수 있었다. 의미있는 내용이 나오면 그 쪽수와 내용을 간략히 기입해두는 습관이 있다. 대부분 논지를 책에서 발전시키는 책들을 읽으면 처음부터 끝까지 고르게 쪽수를 기입해둔다. 그런데 이 책의 경우 앞과 뒤의 논지가 크게 다르지 않다 보니, 의미있는 내용을 앞부분에서만 기입해두었다. 뒤에서 나온 예시와 내용들은, 앞의 다른 예시와 내용들과 다른 점이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굳이 이렇게 많은 예시들을 하나의 주제에만 관통시킨 이유가 궁금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가지고 가려하는 주제만큼은 마음에 들었다. 조직적 관점이긴 하나, 모두가 마음속에 품고 있을 욕망을 건드리고 있다는 생각이다.


1. OP의 사례 - 핀란드의 금융 기업 OP는 건강을 직접 다루는 병원과 디지털 서비스라는 신사업을 런칭하여 성공적으로 고객을 유치하였다. 


"우리는 다른 길을 택했어요. 고객은 은행이 아니라 서비스를 필요로 하죠. 고객은 주택담보대출이 아니라 쉴 곳을 필요로 하고요. 차를 사고 싶은 게 아니라 이동을 원합니다. 우리는 건강보험을 팔았는데 사람들은 건강을 필요로 하는 거거든요. 미래에도 여전히 사람들은 건강을 필요로 할 겁니다. 그래서 우리의 목표는 사람들이 건강을 유지하도록 디지털 서비스를 만드는 것입니다."


 다른 접근을 어떻게 가져갈 수 있었을까? 사실 OP의 답은 새롭지 않아 보인다. 대다수의 인간이 내릴 수 있는 답이다. 그렇다면 그들은 질문을 다르게 가져감으로써 답을 다르게 가져갔다고 생각한다. 주택담보대출과 자동차, 건강보험의 존재론적 질문, 왜 그들을 이용하는지에 대해 질문을 더 내린것이 그 차이라고 생각한다. 이는 OP의 CEO 톰 달스트룀이 2015년, "은행과 금융 서비스 제공자가 필요할까? 은행과 금융 서비스가 필요하기는 할까?"라는 질문에서 출발하였다는 인터뷰를 통해 뒷받침 해볼 수 있었다. 병원을 런칭한 이후, 그들은 또다시 물었다. 기본적 욕구나 가치사슬을 생각해보면서. "건강과 웰빙 외에 고객이 우리에게 해결해주길 원하는 근본 문제는 무엇일까?"


 그런데 신기한 점은, 이들도 논리적으로 엉뚱한 아이디어는 고려 목록에서 제외한다는 점이다. 이들은 어떠한 기준으로 아이디어의 유효성을 나누는 것일까. 이에 대한 답은 결국 기본적 욕구와 가치사슬에 돌아감으로써 해소된다. 전화서비스 사업과 디지털 교육과 같은 아이디어들은 내부에서 거절된 아이디어이다. 기본적 욕구와 가치사슬에서 다른 아이디어들보다 더 멀리 있었던 안건들은 논리적으로 제외되는 것이다.


 반영해봄직한 아이디어로는, 완제품 출시보다 페이스북 광고와 구글 설문을 통하여 수요를 알아보았던 점이다. 에어비앤비 보험이라는 아이디어를 실제 기획하지 않고, 눈에 보이는 기획만 잡은 후 광고와 설문으로 가수요를 체크하여 진입 여부를 결정한 아이디어였다.


2. 록히드 마틴 스컹크 워크스의 사례 - 록히드 마틴은 스컹크 워크스라는 개별 조직을 운영하여, 기존의 조직과는 다른 권한과 상부 결정 구조를 지니도록 하여 획기적 발명을 촉진하였다.


 "실리콘 밸리에는 창조적 파괴 문화와 가장 안전한 내기가 아닌 최상의 내기를 건다는 자부심이 있습니다. 그리고 실패를 부끄러워하지 않죠. 사실 실리콘 밸리에서 지적받아야 할 부끄러움은 홈런 대신 도루로 이기려고 인생을 낭비하는 겁니다."


1. 스컹크 워크스의 매니저는 모든 측면에서 자신의 프로그램을 실질적으로 완전히 통제하도록 권한을 위임받는다

2. 작지만 튼튼한 사무실 제공

3. 프로젝트 구성원은 지독하다 싶을 정도로 철저히 제한한다. 일반 체계의 10~25%가량으로

4. 보고서 작성은 최소화하되 중요한 업무는 철저히 기록한다

5. 월별 경비 보고서는 지금까지의 지출과 할당 내역을 비롯해 종료 시 예상 비용까지 포함한다

6. 외부인과 인사부가 프로젝트에 접근하는것은 엄격히 제한한다

7. 성과에 따른 보상은 감독 하에 있는 인원수를 기준으로 계산하지 않는다


이러한 구조를 어떻게 가져갈 수 있었을까? 그들은 통찰력의 규정을 다르게 가져갔다. 어떠한 믿음도 부정될 수 있으며, 돌이켜 볼 때 옳았다고 밝혀진 경우에만 통찰력이 있다고 규정되었다. 이 믿음 하에 어려운 문제부터 해결하라는 정신이 뒤따르게 되었고, 모든 연구원이 초기 연구에 극한을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예상 답안에 집중하기보다 질문을 개성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결과가 실패했을 땐 사후분석 보고서를 쓰자.

 결국 본질은 Why?인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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