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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각두두 Nov 21. 2022

책 읽어주는 엄마들

금요일에 만나는 '우리 아이들'


금요일 아침.

나는 두 딸이 다니는 초등학교로 등교한다. 배정받은 학급에 들어가 15분 동안 책을 읽어주고 나온다. 학부모 동아리 회원으로서 자발적인 자원봉사이며 재능기부다. 집에서 내 아이에게만 읽어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 아이들'을 위해 읽는다. 교실 바닥에 매트를 깔고 옹기종기 모여 앉아 귀를 쫑긋하는 아이들을 보면 미소가 절로 지어진다. 고맙게도 아이들은 책엄마, 책아빠와 함께 하는 15분만큼은 어떤 책을 들고 들어가도 골고루 맛있게 받아 듣는다.


쉽지 않다.

책 선정은 회원 스스로 자율적으로 해야 하고, 심지어 내 아이가 없는 다른 학년에도 들어가야 한다. 고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가 저학년에 들어가는 경우는 그나마 낫다. 저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가 고학년에 들어가는 경우는, 아직 경험해 보지 못한 사춘기 아이들의 눈빛과 예의는 있으나 열정은 없는 경청 모드를 견뎌내야 한다. 용기 있게 질문을 던져 보았으나 답변이 돌아오지 않았을 때, 이마에 송골송골 맺히는 식은땀도 겪어봐야 안다. 그나마 아이들 반응에 일희일비하지 말라는 선배 학부모의 조언이 땀방울을 식혀주더라.



매번 고민한다.

 '이 책이 괜찮을까?'세계평화의 날이라든지, 환경보호의 날, 스승의 날 등 각종 기념일과 사계절, 24절기, 학교 행사 등도 중요한 참고 요소다. 때로는 도서관에서 목적 없이 서가를 배회하다 제목이나 표지 등에 이끌려 고르기도 하고, 어떤 때는 그 학급에 요즘 필요한 메시지, '친구와 사이좋게 지내기', '배려하기', '다름을 이해하기' 등을 주제로 한 책을 찾기도 한다. '이거다!'싶거나 '괜찮겠는데?' 싶은 책 두 권을 손에 쥔다.


리허설 필수!

수요일쯤 집에서 먼저 리허설을 해 본다. 발음과 읽는 속도, 질문거리를 15분이라는 시간에 맞춰 예행연습을 한다. 두 딸은 주관적이면서 의외로 냉철한 의견을 준다. 리허설 반응이 성공이면 십중팔구 다른 학년, 반의 아이들에게도 성공이다. 어쩌다 집에서 리허설을 하지 않고 바로 학급에 들어가면, 발음이 꼬이거나 급작스러운 질문을 해서 아이들을 당황하게 하거나, 시간을 너무 남기거나 혹은 넘겨버리는 경우도 있다. 알고 보니 다른 학부모 회원들도 다 리허설을 하고 있다. 나는 미리 연습을 해 볼 수 있어서 좋고, 아이들은 책 한 권을 더 읽으니 일석이조다.


단 15분의 시간.

학급에 들어가는 시간은 15분이다. 그러나 그 학급 아이들을 생각하고, 책을 선정하고, 예행연습을 하고, 교실에서 책을 읽어주고, 활동 리뷰를 하는 데 들이는 시간과 노력은 적지 않다. 이 활동을 첫째가 1학년 입학할 때 시작해 졸업을 하고 또 둘째가 있어 8년째 하고 계신 분도 있다. 일단 시작하면 아이가 졸업할 때까지 그만두지 못한다는 블랙홀 같은 활동이라고 말하시더라. '내 아이'가 아닌 '우리 아이들'을 위해 한다는 말이 마음을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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