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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각두두 Nov 22. 2022

우리 그림책 만들어 볼까요?

누구나 가슴속에 책 한 권 있잖아요

책을 좋아하는 사람, 혹은 책을 읽어주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 그저 엄마가 교실에 들어가면 아이가 좋아하니까 한다는 사람. 다양한 이유로 이 학부모 동아리에 가입하지만, 한 학기만 지내보면 공통적으로 느끼는 것이 있다. 이 활동이 아이들 뿐만 아니라 학부모 자신에게도 뿌듯함과 의미감을 준다는 것이다.


나는 이 동아리의 일 년 차 대표다. 활동을 시작한 지 겨우 6개월 만에 대표직을 맡게 되었다. 이전 대표로부터 인수인계를 받다 보니 매주 하는 활동보다 더 힘주어 말한 것이 아이들을 위한 이벤트였다. 보통 2학기 때 3개월을 준비해 인형극, 그림자 공연, 팝업북 공연 등 아이들을 위해 별도로 준비하는 행사를 매년 했었다는 것. 아이들이 매우 좋아했다는 것과 엄마들도 뿌듯했다는 후기가 덧붙였다.


의문이 들었다. 아이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학부모 자신을 위한 이벤트는 어떨까. 이미 충분히 다양한 문화 경험을 하고 있는 아이들이 아니라 학부모 자신에게 남는 무언가를 해보면 어떨까. 평소 애들 학원 다니는 것보다 내가 배우러 다니는 것에 더 관심이 많은 사람이기에 가능한 발상일지도 모른다.


아이들의 2학기가 시작되는 9월, 나는 낯선 프로젝트를 하나 제안했다. 바로 '나만의 그림책 창작 프로젝트'다. 취지는 책을 읽어주는 낭독자에서 창작자로 성장한다는 것이며, 기대효과는 자신의 이름 석자가 박힌 책 한 권을 냄으로써 스스로 느끼게 될 뿌듯함, 직접 작가로서 자신의 책을 읽어주는 활동을 통해 아이들에게 '누구나 창작할 수 있다'는 동기부여를 줄 수 있는 것 등이다. 각 한 권의 제작 비용은 동아리비로 충당하고 책 읽어주는 활동 후 학교 도서관에 기증한다. 창작을 억지로 할 수 없는 법. 동아리 회원 14명 중 6명 이상이면 진행하는 것으로 했다. 그리고 개별적으로 참여 의사를 알려 달라고 한 후 3일을 기다렸다.


8명이 지원했다. 정기회의 때 제안 내용을 설명하자마자 '정말 재미있겠네요.'며 손을 들고, '책 만드는 거 한 번 해보고 싶었어.'라며 손을 든 사람이 있었다. 고민해 보겠다면서 3일을 기한을 다 보내고 마감 직전에 개별 메시지로 '자신은 없지만 한 번 해볼게요.' 하는 사람도 있었다. '모두 안 한다고 해서 대표님 마음 상할까 봐 하는 거야.' 하면서 참여한 사람도 있었다. 6명이나 될까 했는데 8명이 하겠다고 하여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해보자고는 했지만 막상 시작하니 리딩 하는 사람으로서 부담감이 확 밀려온다. 어차피 개인의 창작과정을 스스로 견뎌야 하는 것이지만, 실제 책을 출간해 본 적도 없는 내가 리드해야 한다니. 분명히 난 오픈했다. 내가 출간 작가도 아니고, 출판사 편집자 경력도 없고, 다만 여름방학 때 그림책 출판에 관한 온라인 강의를 열심히 수강했다. 기본적으로 해야 하는 것들을 알려주고 가끔 당근과 채찍을 선사하겠지만, 결국 온전히 자신이 견뎌야 하는 창작의 고통을 잘 이겨내 주시길 바란다고.


그리하여 책 읽어주는 학부모가 아니라 책을 쓰고 그린 작가로서 아이들을 만나자고. 창작의 즐거움과 뿌듯함을 전해 주자고. 너희들 누구든 어떤 내용이든 다 창작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고. 이런 마음이면 이번 프로젝트 성공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Photo by Daria Shevtsova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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