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마다 다채로운 이야기
10월 6일.
나만의 그림책 창작 프로젝트의 첫 번째 미션은 "나의 관심사, 가치관 등을 고려하여 주제를 선정한 후 간단한 출간 기획서를 작성하는 것"이다. 각자의 마음속에 들어있던 생각들을 꺼내기 시작하는 단계다. 그리고 책의 뼈대를 잡는 첫 발자국이기도 하다.
오후 5시 24분.
단체 대화방에 알림이 울렸다. 언제부턴가 초등학교 근처에서 눈에 띈 길고양이를 입양한 분이 동물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이야기를 쓰겠노라고 출간 기획서를 업로드했다. 아이들이 동물의 관점으로 길고양이들을 담담히 바라봐주길 바란다는 내용을 기대효과란에 채워 넣었다. 평소 길고양이들에게 줄 고급 사료와 츄루 간식을 늘 차에 싣고 다니는 분이라 주제가 딱이라고 생각했다.
오후 6시 58분.
삶의 여정 중 만나는 다양한 관계에 대한 시선을 담고 싶다는 또 다른 출간 기획서가 올라왔다. 사람과 사람, 자연과 사람, 사람과 사물 등 다양한 관계를 아주 가까이에서 바라본 시선을 담겠다고 했다. 왠지 간단한 기획서만 봐도 사람과 삶의 이야기가 잔잔하면서도 깊게 들어갈 것이란 예감이 들었다.
몇 시간이 흐른 오후 10시 16분.
축구를 좋아하는 아들과 친구들의 우정 이야기를 담겠다는 내용이 올라왔다. 아들이 실제 경험한 내용을 바탕으로 함께 하면 얼마나 즐거운지에 대해 얘기하겠다고 했다. 벌써부터 역동적인 축구 모습이 눈에 그려지는 듯했다.
이후 마감시간인 자정을 넘기지 않겠다는 의지로 연달아 기획서가 업로드됐다. 지갑에 있는 만원을 보다가 만원의 여행기를 쓰겠다는 분, 친구를 사귀고 싶은데 쉽게 다가가지 못하는 아이가 꿈과 현실을 넘나드는 요정을 만나 용기를 얻는다는 창작 이야기까지. 정말 다채로운 소재들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물론 지각생도 있다. 마감시간을 넘겨 다음날 오전 9시에 마지막 출간기획서가 올라왔다.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통일 동화였는데 '사람의 배경과 환경이 아니라, 사람이기에 사랑하자.'는 메세지였다. 어쩌면 밤새 생각했을지도 모르는 고민의 깊이가 느껴졌다. 몇 시간 늦은 게 뭐가 대수라고. 통일을 주제로 한 책이 들어가니, 골고루 맛있는 그림책 라인업에 힘이 더 실어졌다.
목요일 자정, 우리가 정한 미션 마감시간은 쫄깃한 긴장감을 선사했다. 잘 해낼 수 있을지, 창작 멤버들은 한걸음 나아가는 게 이렇게나 어렵다며 걱정을 내비쳤다. 하지만 각자의 그림책 주제와 기획 의도, 간단한 내용 구상을 공유하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이 참 골고루 맛있는 주제들을 품고 있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이제 우리는 이미 마음속에 들어있던 이야기를 밖으로 꺼낼 준비를 마쳤다.
이제, 마음껏 꺼낼 일만 남았다!
* Photo by Kimberly Farmer on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