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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각두두 Dec 11. 2022

그림책 스토리보드 작성하기

이거 안 하면 나중에 힘들어요.

이쯤 되면 한번 오프라인으로 모여야 된다.

7명의 진도가 모두 같지 않을뿐더러, 중간 점검 및 향후 계획에 대해 설명을 해야 한다. 물론 매일 책소리 활동으로 학교에서 만나긴 하지만 일부러 창작 진도에 대한 피드백은 하지 않았다. '피드백은 단체 대화방에서만! 특정인 지목하지 않기. 개별적인 피드백은 먼저 하지 않기.'가 이끌어가는 사람으로서 내가 세운 규칙이다. 그렇다 보니 더 개별 진도를 알기가 힘들다. 그래서 한 번씩 모여야 한다.


서로 다른 날을 3일 정해 투표로 올렸고 가장 많은 인원이 참여할 수 있는 날로 모임 날짜를 정했다. 장소는 학교가 아닌 분위기 있는 강변의 갤러리 카페로 정했다. 왠지 돈 쓰고 싶은 날이라 브런치 세트를 내 돈으로 사서 회원들에게 대접했다. 말의 압박이 아닌 돈의 압박이다.


10월 27일까지의 미션은 '그림책 스토리보드 작성하기'다.

본격적으로 그림책 각 페이지마다 넣을 글과 그림을 구상하여 배치시키는 기획안이다. 이 미션을 공지할 때까지도 창작 멤버 7명 중 3명의 글이 감감무소식이었다. 그래도 믿고 기다려보기로 했다. 아직 글이 완벽하지 않다 해도 그림을 구상하면서 또 글이 써질 수도 있으니 포기하지 말고 함께 해 달라고 읍소할 뿐이다.  


먼저, 스토리보드 양식은 단체 대화방에 미션을 공지한 목요일에 공유했다. 출간 기획서가 그림책의 주제와 타깃 독자, 주요 내용 등을 구상하는 기획안이라면, 스토리보드(썸네일)는 그림책의 페이지마다 글을 어느 정도 넣을지, 어떤 그림을 그려 어디에 배치할지 등을 구상하고 대략적으로 넣어보는 기획안이다. 이미 글은 나왔고, '그림은 그리다 보면 어떻게 그려지겠지.' 하는 마음으로 이 단계를 건너뛴다면 나중에 진짜 힘들다.



미션 제출일까지 스토리보드를 작성한 사람은 나밖에 없었다.

글은 워드 파일에서 페이지별로 나누어 구분을 해 놓았고, 스토리보드에는 글의 위치와 그림을 구상해 간단히 스케치했다. 나는 회원들에게 설명을 해야 하니, 이미 오프라인 모임 이전에 작성했다. 그다음 주부터는 실제 그림 작업을 시작했는데, 11월 중순까지도 스토리보드를 작성한 회원은 없었다. 하지만 그 과정을 지나온 지금, 그림 마감 일주일 전 회원들은 급하게 작성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필요했기 때문이다.


몇 명은 그림 작업을 하던 중간에 스토리보드를 작성했다.

글이 완성이 된 사람도, 글은 완성되지 않았지만 그림을 먼저 시작한 사람도, 처음 몇 장은 잘 그린다. 그려야 할 몇 장면은 명확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이후부터는 어떤 그림을 그려야 하지? 글의 어디부터 어디까지 한 장면이어야 하지? 생각이 엉키고 그림이 엉켜서 스스로 혼란스러워했다. 그제야 '스토리보드가 필요했구나.'를 깨달았다.


몇 명은 그림까지 다 완성하고 마지막 인디자인 프로그램으로 출판 디자인 작업을 하면서 스토리보드를 작성했다. 다 했는데 왜 그때 했냐고? 실제 출판될 페이지에 글과 그림을 배치시켜야 한다. 전면 그림을 넣었는데 글이 들어갈 자리가 부족하다거나, 글과 그림의 정렬, 배치가 어울리지 않는다거나 하는 이유에서다. 그제야 양식이 아니더라도 드로잉북에 글을 옮겨 쓰고 그림을 배치시켜 작성해보는 회원도 있었다.


미션 완료 여부에 대한 피드백이 강하면 너무 부담을 줄까 싶어 최대한 자율성을 존중했다. 중간에 포기할까 봐 회원들의 눈치를 보면서 '하긴 하겠지.' 믿기만 했다. 물론 나 또한 이 분야의 전문가가 아니니 확신을 갖고 모든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하지 못한 점도 있다. 이제 와서 보니 스토리보드는 정말 중요한 과정이었다.




* Photo by dix sept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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