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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각두두 Dec 14. 2022

그림 못 그리는데 그림책을?

디지털 드로잉은 희망이다

미국 하버드대 출신 코미디언 B.J. 노박은 <그림 없는 책>을 펴냈다. 그림이 진짜 없지만 서점에는 그림책 카테고리에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나도 그림 없는 그림책을 그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림 그리기와 친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림책 창작 프로젝트 회원 7명 중에는 패션디자인, 공간 디자인, 일러스트, 전공까진 아니어도 고등학교 때 입시미술을 2년 준비했었다는 분들이 있다. 모두 다른 전공이지만, 전혀 미적 감각과 관련이 없는 비전공자의 관점에서 그들은 그냥 미술 전공자다. 그 외에 나를 포함한 3명은 그림책을 만들겠다고 도전한 것도 신기한 일이라고 할만하다.


7명의 공통점은 디지털 드로잉으로 그렸다는 것이고, 차이점은 표현방식은 각자 다르다는 것이다. "뒤로 가기"가 된다는 것 하나가 어마어마한 장점이다! 직업이 애니메이터였던 K는 아이패드 드로잉 앱의 절대 강자 프로크리에이트를 활용했다. 아이패드가 있으나 기존 어도비 구독자였던 J와 그를 따라 시작한 P는 어도비 프레스코로 작업했다. 갤럭시탭을 보유한 나는 오토데스크 스케치북으로 했고, 비전공자인 내가 기능이 심플하고 쉽다는 추천에 역시 비전공자인 A와 L도 스케치북을 활용했다.


내가 활용한 오토데스크 스케치북은 갤럭시탭과 아이패드 두 가지 기종 모두 사용 가능한 어플이다. 사실 내가 이용한 기능이 몇 가지 안 되기 때문에 심플하다고 생각하는 것이지, 그 어플의 화려한 뒷 세계는 알지 못한다. 너튜브에서 검색해 간단한 기능을 설명해주는 영상을 몇 차례 보고 일단 시작했다. 나는 단지 테크니컬 펜, 지우개, 레이어, 변형, 자, 레이어 복사, 레이어 붙여 넣기, 그림 가져오기, 페인트 정도만 사용했다. 


굉장히 미흡하지만, 내가 디지털 드로잉 어플을 활용해 그림을 그린 과정을 소개해본다. 그림 못 그리는데 그림책을 만들기로 한 용기 있는 자세로 말이다.

아이가 일어나 멍~ 놀이를 하는 장면


'오. 그래도 좀 그리는데?'라고 한다면 고맙고 미안하다. 사진을 불러와서 투명도를 낮추고, 그 위 레이어에 그대로 라인을 딴 것이다. 실제로 아이에게 재연해 달라고 부탁한 후 사진을 찍었다. 그 사진의 라인을 심플하게 따서 그린 것이다. 사실 이 정도 라인도 몇 번을 다시 그렸다. 펜 굵기에 따라서도 다르고, 옷이나 이불 구김 표현을 얼마나 하느냐에 따라서도 느낌이 다르다. 

색과 명함 추가


라인 딴 것에 레이어를 하나 더 생성해서 색을 입혔다. 디지털 드로잉에서 정말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바로 레이어 사용이다. 라인 딴 레이어, 색 입히는 레이어, 다른 오브젝트가 들어서면 그건 또 다른 레이어. 여러 레이어를 사용해서 숨겼다 보였다 하기도 하고, 위아래 순서를 바꾸어 색칠의 편의성을 도모하기도 한다. 


처음엔 한 레이어에 선 따고 색 칠하다가 나중에 수정이 어려운 낭패를 경험했다. 그리고 다른 영상을 보면서 이 레이어의 중요성을 알게 되고 최대한 분리해서 레이어를 썼다. 그러나, 레이어가 많을수록 혼동되어 다른 레이어에다 색을 칠해 다시 해야 하는 경우도 많았다. 기능을 제대로 배운 다음에 해야 시간과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


아, 처음 색을 입힐 땐 그냥 단색으로 칠해서 밋밋했다. 그러다 라인 드로잉, 캐리커쳐 그리기 등 영상에서 명암 주는 법을 배워서 적용했다. 스포이드로 칠한 색을 추출해 명도를 어둡게 하면 딱 좋은 컬러가 나왔다. 명암을 주니 한층 그림이 업그레이드됐다.


숲 이미지 추가


사진에서 선을 따고 색칠을 한 것으로 끝내니, 너무 그림 요소가 빈약해 보였다. 그래서 창작 요소를 추가했다. 덩달아 글도 추가했다. 아이가 멍~하게 있는 장면이 어떤 것을 연상시킬까 생각하다 숲 속 명상을 떠올렸다. 그래서 역시 무료 이미지 사이트에서 저작권 상관없이 사용할 수 있는 사진을 다운로드해 마찬가지로 덧대어 선을 땄다. 그리고 색을 칠하고 명암을 좀 주었다. 글에는 "마치 고요한 숲 속에 와 있는 것 같군."을 추가했다.


배경 추가


그림 작업이 거의 끝나갈 무렵, 스케치북 어플을 활용한 도서를 빌려 읽었다. 지금까지 테크니컬 펜만 사용하였는데, 그 책에서 소개된 코스 워터컬러 브러시를 사용해보고 싶었다. 나무 초록잎 색을 스포이드로 추출해 밑에 깔고, 그것보다 밝은 색, 그것보다 노란빛 나면서 밝은 색을 위에 펼쳤다. 나름 숲 속에 와 있는 듯한 연상을 불러일으키는 효과가 있어 보인다.


이렇게 나열해보면 금방 금방 하나씩 추가해 완성한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첫 라인 따는 것부터 몇 번을 그렸다 삭제했다. 색도 몇 가지를 입혀봤고, 중간에 레이어를 잘못 쓰거나 병합해버려서 수정하기 어려워 다시 그린 적도 있다. 이제 됐다 싶어 며칠 두었을 때 갑자기 허전한 느낌이 들어 숲을 추가한 것이고, 또 이제 그만 그려야지 싶다가 괜히 끝무렵에 알게 된 기능을 하나 더 사용했다.


기능을 익히면 익힐수록 더 나은 그림이 되고 더 원하는 대로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전문가 회원은 디지털 드로잉 어플을 활용해 수채화 느낌을 내고, 영상 이미지를 표현했다. 어플로 이렇게까지 할 수 있구나 싶더라. 나는 그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해 단색을 입히고 명암을 주는 정도의 그림체를 선택했다. 시작할 때도 "할 수 있는 만큼만 하자!"라는 마인드였기에, 이 정도에서 만족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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