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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각두두 Mar 21. 2021

강제 결합: 과학자라면 너의 고민을 어떻게 해결할까?

생각을 확장시켜주는 강제 결합법


나무가 아닌 숲을 보기 위해서는 '거리 두기' 방법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아이가 자신과 지금, 이곳에서 한 발짝 떨어져 사안을 볼 수 있도록 도와주자.
김경희 저 <틀밖에서 놀게 하라> 중


다양한 사고기법들을 아이에게 접하도록 하는 이유는 아이가 경험할 여러 가지 상황과 문제, 고민들을 해결할 방법들을 스스로 생각해내는 힘을 기르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사람의 사고방식 또한 습관이 되는 것 같아요. 과거에 성공했던 해결 방법이 또 다른 상황에서도 효과가 있을지 우리는 알 수가 없습니다. 과거의 방법은 현재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 중 한 가지가 될 뿐이잖아요. 더 다양한 아이디어를 머릿속에서 짜내야 합니다. 그중에서 최적의 아이디어를 선택해서 실행하는 것이 필요하죠.


아직 어리기만 하다고 생각하는 우리 아이들도 얼마든지 자신의 앞에 닥친 문제들에 대해 고민할 수 있어야 합니다. 다양한 사고의 틀을 이용해 틀밖의 생각들로 확장시킬 수 있도록 연습이 필요하죠. 그중 한 방법으로 아이의 생각 틀 안을 벗어나 거리 두기 할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해 볼게요.





오늘의 생각도구 : 강제 결합법


강제 결합법은 전혀 상관없는 무작위의 단어를 결합하여 문제와 연결해 아이디어를 발산하는 방법입니다.


문제에 몰입되어 있는 나의 한정된 생각, 아이디어에 거리두기를 하는 데에 의미가 있어요. 이 문제에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는 내가 아니라, 전혀 상관없는 사람, 혹은 미래, 심지어 동물이나 물건 등이 해결한다고 상상해 보는 거죠. 전혀 생각해 보지 않았던 방향으로 흘러가기도 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들이 샘솟기도 합니다.






강제 결합법으로
아이의 고민 해결하기


알아두기

목적 : 다양하고 창의적인 문제 해결 아이디어를 생각해낸다
준비물 : 전지, 마커펜, 스티커
소요시간 : 40분~1시간



진행방법

1. 마음 열기를 위한 간단한 활동을 한다
2. 해결해야 할 문제를 정의한다
3. 자유 연상법으로 1차 브레인스토밍을 한다
4. 사물/ 직업 단어를 이용한 강제 결합법으로 2차 브레인스토밍을 한다
5. 실천하고자 하는 아이디어를 의사 결정한다




마음 열기를 위한 아이스브레이킹


생각을 열어야 하는 브레인스토밍은 시작 전에 마음을 열어주는 간단한 아이스브레이킹을 해 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마음이 열려야 몸이 열리고 뇌가 열려 자유로운 아이디어가 발산되기 때문이죠. 5분 내외로 할 수 있으면서 편하게 생각하고 표현할 수 있는 간단한 활동이면 됩니다.


"여기 색깔 펜 중에 좋아하는 색을 하나 골라 볼래?"


아이들에게 이 질문을 건네고 색깔 펜을 하나 고르도록 합니다. 참여하는 아이들이 하나씩 모두 골랐다면, 다시 이 질문을 두 번째로 건네어 또 선택하도록 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좋아하는 색을 하나 더 고르도록 해서 총 3개의 색깔 펜을 손에 쥘 수 있도록 합니다. 이제 이유를 물어봐요.


"왜 색을 좋아하는지 이유를 말해 줄래?"


그러면 저마다 왜 그 세 가지 색을 골랐는지 이유를 설명할 거예요. 고개 끄덕여주고, 수용해 주세요. 아이가 좋아하는 색과 그 이유에 대해서 잘 경청해 주세요.


이제 세 개 중 딱 하나만 고르고 나머지 두 개는 다시 색깔 펜 케이스 안에 넣어 달라고 부탁해 보세요. 그 짧은 시간 아이들은 아주 간단하고 자연스럽게 자신의 생각을 열고 그중에 선택하는 의사결정 작업을 경험하게 됩니다. 색을 골라서 이유를 말하게 함으로써 뇌를 깨워 생각해 냈고, 그중 하나를 다시 선택함으로써 우선순위를 정해 의사결정을 내린 것이죠.



해결해야 할 문제 정의하기


이왕이면 아이들에게 최근 어떤 고민거리가 있는지 물어보고 그 해결방법을 찾아보는 시간이 되면 좋겠습니다.


"요즘 들어 고민 있는 사람? 이런 것이 힘들어요~ 하는 걱정거리가 혹시 있니?"


걱정이 없어서 걱정이라고 말하는 순진무구한 자유로운 영혼의 아이가 있을 수도 있어요. 어쩌면 애처로운 표정으로 최근 힘든 일이 있다고 조심스럽게 말을 꺼내는 아이도 있을 수 있고요. 조금이라도 표정이나 자세가 움찔움찔하는 아이가 있는지 유심히 살펴보시고 함께 고민해 보자며 용기를 북돋아 주시는 것이 좋겠죠.


아이가 이야기를 시작한다면 차분히 들어주고, 문제 상황을 정리해 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아이디어를 발산하기 위한 주제문으로 정의를 해 줘야 하는데요. 이때 주제문은 문제 상황 그대로는 적는 것이 아니라 해결하고자 하는 바라는 이미지를 생각하며 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예를 들어, 동생들이 자신의 시간을 너무 방해해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아이라면 주제문은 "어떻게 하면 나의 시간을 방해받지 않을 수 있을까?" 혹은 "어떻게 하면 나만의 시간을 존중받을 수 있을까?" 정도로 정의 내리는 좋아요. 이왕이면 긍정적인 표현들을 쓰는 것이 좋지만, 이것도 그 상황을 제시한 아이에게 선택하도록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네요.



자유 연상법으로 1차 브레인스토밍


자유 연상법은 주제에 대해서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마구마구 쏟아 내는 방법입니다. 가장 기본적인 브레인스토밍 방법이죠. 생각나는 대로 스피드 있게 말로 뱉어 내는 "Speed Talk"가 중요합니다. 마구 뱉어내다 보면 아이디어의 양을 보장하게 되고 그 양 속에서 질적인 아이디어를 가려낼 수 있게 됩니다.


"질보다는 양"이라는 브레인스토밍의 기본 규칙을 실천하기 위해 절대적인 수용과 인정, 격려로 자유로운 발산 분위기를 지원해 주세요.


여러 번 얘기하지만, 아직 아이들의 글씨 쓰는 속도가 생각하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합니다. 어른에게도 어려운 일인데 아이들에게 생각난 것을 직접 쓰라고 하면 머릿속 열 가지 생각 중 아홉 가지 생각이 날아가게 될 거예요. 그래서 스피드가 중요한 자유 연상 브레인스토밍은 엄마나 선생님 등 어른이 적어주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전지 한가운데에 주제문을 적고, 그 주변으로 빙 둘러가며 아이들이 말하는 아이디어를 빠르게 적어 내려갑니다.





강제 결합법으로 2차 브레인스토밍


주제와 전혀 상관없는 무작위의 단어가 필요합니다. 쪽지에 사물이나 동물, 직업 등의 단어를 쓰고 접어서 뽑기 식으로 해도 되고, 집에 있는 단어카드를 활용해도 좋습니다. 또는 일회용 수저에 네임펜으로 써서 활용하는 것도 좋습니다.


문제 자체에서 한 걸음 뒤로 떨어져 랜덤으로 뽑은 단어가 가리키는 그 사물, 동물, 직업의 특성을 연상해 보는 거예요. 그리고 우리가 만나고 있는 문제와 결합해 생각하면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샘솟는 경험을 할 수 있답니다.


생각 과정은 간단합니다. 만약 직업명의 단어들을 적은 쪽지나 뽑기 도구 중 아이가 "과학자"를 뽑았다고 가정해 볼게요. 그럼 아이에게 질문합니다. " 만약 과학자에게 이 문제가 있다면 과학자는 어떻게 해결할까?" 지금 예시로 들고 있는 주제문에 대입해 보자면, "과학자는 자신의 시간을 방해받지 않기 위해서 어떤 방법을 사용할까?"라고 질문하는 거죠.




그 직업이 하는 일이나 특성 등을 생각해 보고, 이 문제에 연결 지어 그 직업의 사람이 낼 수 있는 아이디어를 상상해 보는 것입니다. 이렇게 "나"와 거리 두기를 하고 "다른 사람이라면?"을 가정하여 다양한 생각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전지의 빈 공간에 적을 만큼 한 바퀴 빙 돌아 적어 보세요. 10번 내외로 이 작업을 반복한다면 아이들이 지치지 않고 재미있게 생각을 발산할 수 있습니다.




실천 가능성과 효과성을 고려한 의사결정


많은 아이디어들이 나와서 뿌듯한 마음이 가라앉기 전에 의사결정 단계를 거칩니다. 좋은 아이디어들이 많이 나왔는데 그중에서 우리가 실천할 수 있고 효과도 있을 만하다고 생각되는 아이디어들을 추려내는 것이죠.


가장 기본적인 의사결정 방법은 투표(Voting)를 통한 다수결의 원칙에 따르는 것입니다. 총 아이디어 개수의 3분의 1 만큼 투표권을 갖게 되는데요, 만약 아이디어가 18개라면 각자 6개의 투표권을 가지게 됩니다.


이때 어른이 해야 할 일은 아이들의 선택을 신뢰하고 지지해 주는 것뿐입니다. 어른이 바라보는 최적의 해결안과 아이들이 바라보는 최적의 해결안은 다를 수 있어요. 결국 실천해야 하는 주체가 아이들이라면 아이들의 선택을 전적으로 신뢰하고 존중해 주어야 하는 것이 당연하겠죠.




가장 많은 선택을 받은 상위 3가지 정도를 최종 아이디어로 선정합니다. 그리고 최종 아이디어를 그라운드룰(우리의 약속)로 하는 것에 동의하는지를 물어보고, 확인 후 별도의 종이에 정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정리한 종이는 당연히 그 고민 상황을 제기했던 고민 주인이 잘 볼 수 있는 곳, 혹은 그 고민을 해결해 줄 수 있는 실천 주체자들이 잘 볼 수 있는 곳에 부착해 두어야 합니다.





"나"와 "지금" 그리고 "여기"에서 한 발짝 떨어져 거리두기를 하는 것은 사실 어른에게도 어려운 사고법입니다. 당장 내 앞에 닥친 문제들에 대해 빠져서 전전긍긍하다 보면 전혀 상관없는 단어나 상황을 연상한다는 것 자체가 쉽지 않거든요.


하지만 어른들보다 더 유연한 사고를 가진 아이들에게는 이 강제 결합법을 활용해 다양한 생각을 할 수 있도록 알려주고 싶습니다. 어떤 고민을 마주하게 되더라도 여유를 가지고 한 발짝 떨어져서 나무보다는 숲을 보라고 얘기해 주고 싶어요. 그러면 아이는 스스로 더 괜찮은 생각을 해낼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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