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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각두두 Mar 16. 2021

역발상 : 엄마의 잔소리를 줄여주는 방법은?

문제를 거꾸로 보는 역 브레인스토밍

참 순하고 착하기만 해서 오히려 걱정이 되었던 아직 어린 딸이 어느 날 이렇게 말하더군요. "엄마가 이래라저래라 하는 게 정말 싫어." 순간 '내가 너무 많은 "해야 하는" 행동들을 말했나?', '내 말투가 너무 명령처럼 느껴졌나?' 오만가지 생각을 했습니다.


 "엄마의 잔소리를 줄여주는" 이 부분이 마음에 드신 분들이 있으시겠죠? 아직 어린 아이니 엄마가 알려주고 도와줘야 할 것이 많다는 생각에 친절하게 이거 해라 저거 해라 해 줬더니, 그것이 아이에겐 잔소리가 되나 봅니다. 기껏해야 씻어라, 옷 갈아입어라, 정리해라, 똑바로 앉아서 밥 먹어라 등 일상생활에서 기본적으로 해야 할 행동들인데 말이죠.


그래서 방법을 바꾸었습니다. 엄마가 열 마디 하는 것보다 스스로 생각하고 깨달음이 있어야겠다는 생각에서죠. 엄마의 입에서 나오면 잔소리가 되지만 아이의 입에서 나오면 뿌듯한 생각이 된다는 것을 경험해 보자고요.





오늘의 생각도구 : 역 브레인스토밍(Reverse Brainstorming)


오스본이 브레인스토밍 기법을 창안한 이후 많은 분야에서 다양한 사람들이 브레인스토밍 기법을 개발해 100여 가지도 넘습니다. 그중 역 브레인스토밍은 해결하고자 하는 주제를 거꾸로 뒤집어 생각하는 기법입니다. 이상적인, 바람직한 상황을 원 주제라고 본다면, 그 상황을 최악으로 만드는 방법을 먼저 생각한 다음 그것을 다시 거꾸로 바꾸어 원래 주제에 대한 아이디어로 발굴하는 것이죠. 한마디로 "거꾸로 보기"라고 할 수 있어요.



특히 반복적이고 고질적인 문제에 대해 새로운 시각에서 해결안을 찾고자 할 때, 뻔한 해결책이 눈에 보일 경우, 참여자의 수용을 도와주기 위한 경우에 효과적인 기법으로 많이 활용되는 브레인스토밍 방법입니다.


그렇다면 엄마는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요? 엄마가 잔소리해야 할 "바람직한 모습"을 그들의 입으로 말하게끔 하여 수용력을 높이는 방법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엄마의 잔소리를 줄여주는
역 브레인스토밍



알아두기

목적 : 바람직한 태도나 행동에 대해 인식하고 실천으로 옮기도록 동기 부여한다.
준비물 : 전지, 마커펜, 스티커
소요시간 : 30분~1시간



진행방법


1. 해결하고자 하는 주제와 거꾸로 주제 적기
2. 거꾸로 주제를 해결하기 위한(이루기 위한) 아이디어를 발산하기
3. 거꾸로 주제에 대한 아이디어를 다시 거꾸로 보기
4. 의사결정 : 내가 실천할 행동 정하기



해결하고자 하는 주제와 거꾸로 주제를 적는다


전지를 세로로 놓은 다음 가운데 세로 선을 긋습니다. 그리고 상단에 가로 선을 그어요. 그리고 첫 번째, 상단 왼쪽 칸에 "해결하고자 하는 주제"를 적습니다. 단, 문제 자체를 적는 것이 아니라 해결하고자 하는, 이루고자 하는 바람직한 상태를 기술하면 됩니다. 예를 들어 아이들의 식사 예절을 바로 잡고 싶을 경우를 가정해 보겠습니다. 그러면 주제를 "어떻게 하면 즐겁고 예의 바른 식사 시간이 될 수 있을까?" 정도로 잡으면 되겠죠. 물론 이 주제는 엄마가 제시해 주는 것이 좋습니다. 이번 활동의 목적은 엄마의 잔소리를 줄이고자 함이니 엄마가 신경 쓰이는 부분을 해결하는 것이 좋으니까요.


두 번째, 상단 오른쪽 칸에 원래의 주제를 거꾸로 기술합니다. 최대한 최악의 상황으로(나쁘게, 안 좋게, 부정적으로) 만들려는 주제를 생각해보는 거예요. 거꾸로 보기인 거죠. 이때부터 아이들에게 의견을 구하기 시작합니다. 그러면 "엉망진창 식사 시간을 만들어 버리자~~~" 의견이 나오기도 합니다. 그래, 엉망진창으로 한 번 만들어 보자! 이때 거꾸로 주제는 "어떻게 하면 엉망진창 식사 시간을 만들 수 있을까?" 정도로 정리할 수 있겠네요.



거꾸로 주제를 해결하기 위한(이루기 위한) 아이디어를 발산한다.


거꾸로 주제인 엉망진창 식사 시간을 만들기 위한 아이디어를 생각나는 대로 말하도록 합니다. 그리고 아이들이 내뱉는 모든 아이디어들을 엄마가 왼쪽 하단에 빠르게 적어 줍니다. 아이들의 생각하는 속도와 손으로 글씨 쓰는 속도가 엄청난 차이가 나기 때문에 생각해서 말하는 역할만을 부여하는 것이 좋습니다. 대신 엄마가 잘 듣고 빠르게 정리해서 적으면 진행도 원활하고 아이의 생각도 촉진할 수 있습니다.


작성할 때 뭔가 어색하지 않으신가요? 거꾸로 주제에 대한 아이디어를 바로 그 아래 칸에 쓰는 것이 아니라, 원래의 주제 아래 칸에 작성하라니요. 우리는 문제와 답을 위아래, 혹은 옆에 써 왔고 그것이 익숙합니다.


그러나 역 브레인스토밍(Reverse Brainstorming)에서는 Z 형태로 작성을 합니다. 작성하는 방법도 역발상인 것이죠.


누구네 집 아이들이 쓴 것인지 딱 우리 집 아이들이 식사 시간에 하고 있는 행동들이지 않나요? 자신들이 했던 바람직하지 않은, 즉 엉망진창으로 만든 행동들이 아이들의 입에서 술술 잘도 나옵니다. 아는지 모르는지 한껏 웃으며 재미있게 아이디어를 쏟아내는 아이들에게 엄마가 해야 할 것은 표정관리와 인정의 말입니다. 엄마는 그저 내색하지 않고 아이들이 아이디어를 생각하고 말하는 그 행위에 대해 인정과 칭찬을 해 주면 됩니다. "그래~ 좋은 아이디어네. 이렇게 하면 진짜 엉망진창 되겠다~"처럼요.



거꾸로 주제에 대한 아이디어를 다시 거꾸로 보기


조금 전까지 아이들이 열심히 쏟아낸 "엉망진창 식사 시간 만드는 방법"을 각각 거꾸로 생각해 보는 시간입니다.


역 브레인스토밍에서는 원래 주제에 대한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는 것이 아니라 앞서 나왔던 거꾸로 주제에 대한 아이디어들을 거꾸로, 반대로 바꾸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말들이 쏟아집니다. 아주 바람직하고 이상적이고 도덕적이며 올바른 의견들이 바로 그 행동들을 해야 할 아이들의 입에서 술술 흘러나오는 것이죠. 이때 엄마는 또 내색하지 않고 아이들이 표현하는 행위에 대해서 칭찬해 주면 됩니다. "그래~ 좋은 생각이다. 이렇게 하면 즐거운 식사 시간이 되겠네~" 엄마가 하면 잔소리, 아이들이 하면 굿 아이디어.


엄마가 하는 잔소리 몇 가지는 줄지 않을까요?




의사결정 : 내가 실천할 행동 정하기


성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워크숍에서 역 브레인스토밍을 활용할 때는 나온 아이디어들을 비슷한 것끼리 묶고 상위 카테고리를 정해주는 계열화 작업을 합니다. 하지만 열 살 미만의 아이들에게 계열화가 어려울 수 있으므로 전체 아이디어를 대상으로 의사결정 단계를 간단하게 거치도록 합니다.

 

먼저 어떤 아이디어들이 나왔는지 세 명의 아이들이 번갈아 한 개씩 쭉 읽어보는 것도 좋습니다. 그리고 오늘의 주제를 이뤄내기 위해 아이들이 낸 의견들 중 스스로 지킬 것들을 정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의사결정의 투표권한은 총 아이디어 개수의 1/3 만큼을 부여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만약 열 개의 아이디어가 있다면 3개씩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죠.


원 주제인 "즐겁고 예의 바른 식사 시간이 되기 위해서" 아이들이 낸 의견들 중 이것만은 내가 꼭 지키겠다! 하는 것 3가지에 스티커를 붙여 보도록 했습니다. 스티커를 붙여도 좋고 서로 다른 색의 사인펜이나 마커펜을 하나씩 들고 표시를 하게 해도 됩니다. 그리고 표시한 것들을 한 명씩 발표하게 함으로써 실천의지를 다지면서 활동을 마무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보너스 활동 : 거꾸로 아이디어에서 반성하기


이 의사결정 단계에서 스티커를 더 붙이고 싶어 하거나 표시를 더 하고 싶은 아이들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 경우엔 반성의 시간을 갖도록 하는 것도 좋습니다.


거꾸로 주제에 대한 아이디어, 엉망진창 식사 시간을 만드는 방법들 중에 아이들이 했던 행동이 있는지 한 번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는 것입니다. 아이가 둘 이상이라면 서로 머리를 맞대고 하나씩 보면서 "오빠 이런 적 있잖아~" "맞아. 너도 같이 했잖아" 이러면서 서로의 행동, 자신의 행동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게 될 수 있어요. 엄마가 해 주고 싶어서 아까부터 답답했던 마음이 뻥 뚫리는 것 같은 사이다 마음은 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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