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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z Nov 09. 2018

6. 취업난에 등 떠밀려서?

'진로' 선택과 '객실 승무원'

먹고 사는 걱정 많이 하던 때의 '나'

  지방에서 올라와 대학 다니는 동안, 자영업 하시는 엄마와 아빠에게 학비며, 생활비, 방세까지 감당하라고 책임 지우는 게- 내가 아니더라도 세상살이 퍽퍽한 부모님께 너무 죄송스러웠다. 학비는 장학금으로, 생활비는 아르바이트로, 방세는 기숙사 관리 일로 대체하면서 8학기를 다녔다.


  사실 정말로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은 외무영사직이었다. 타국에서 생활하는 재외국민과 국가를 위한 업무를 하는 외무영사직이 명예롭고 의미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포기를 하게 된 이유는 내가 그리 생산성이 높은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부모님께서 경제적으로 지원해주실 수 있는 한계 기간 내에 그 꿈을 이뤄낼 자신이 없었다.


  그렇게 꿈을 잃고 방황하다가- 외교부 들어가겠다고 몇 번 끄적여 본 중국어와 영문과 4년 내내 씨름한 영어, 그리고 밝고 친절한 성격에 서비스 아르바이트 경험을 더해 보니 객실 승무원을 하면 내 능력도 발휘하고, 적성에도 맞아 행복하게 일을 할 수 있을 거라 결론짓게 됐다.


  어떻게 보면, 전공도 살리고, 성격에도 맞는 일인 데다 월급도 비교적 많다고들 하니까 호기심이 생겼다고 할 수 있겠다. 뭐든 시작하면 열심히 하는 편이고, 그 의욕이 좋은 점수를 받으면서 입사에 성공하게 된 것 같기도 하다. 어쩌면 그냥 단지 운이 좋았던 걸 수도 있다.




  그런데 조금 더 자세히, 승무원들의 속사정을 들을 수 있었다면, 내가 이 직업을 위해 그렇게 고군분투했을까 하는 약간의 회의적인 감정이 겉돌 때도 종종 있다.


  승무원들의 고충은 피로도 관리와 스트레스 중압감이 가장 크다고 볼 수 있다. 건장한 체력의 남자 승무원들도 불규칙한 비행 스케줄에 힘겨워하고, 잠을 못 자 한두 시간 자고 나와 비행을 하는 경우도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또, 크루들끼리 서로 위계서열을 따지며, 태도를 운운하고, 안전과 매뉴얼을 명목으로 무시하고 조롱하고 무안을 주는 그 와중에도 고개를 조아려야 뒤탈 없는 분위기가 서로의 자존감을 갉아먹게 하는 경우도 있다. 정시성에 대한 압박은 뭐든 빨리빨리- '빨리 문 닫고 빨리 출발'해야 한다는 통제 안 되는 상황 속 무리한 업무 속도를 강요받을 때도 있다.


  그래서, 어렵게 입사해 놓고도 금방 그만두는 인원이 1년만 해도 몇 백 명에 달하는 것이다.


  물론, 내가 지금 퇴사를 하겠다거나 하고 싶다는 뜻은 아니다. 좋은 사무장님과 좋은 선배분들도 너무너무 많다. 저런 사람이자 저런 승무원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사람들, 그런 분들과의 비행은 버겁던 것들을 모두 망각하게 하고, 세상에 이렇게 행복한 직업이, 일이 또 있을까 싶게 만든다.


  나는 좋은 점만을 이야기하며,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하루빨리 이곳으로 와 이 ‘환상적인’ 세계에 합류하라고 말하고 싶지 않다. 당신은 선택의 여지가 있고, 이 직업을 취한 본인의 삶을 현실적으로 그려보아야 마땅하다.




  이번 글에서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생활고에 등 떠밀려서, 취업난에 등 떠밀려서 ‘승무원’이라는 직업에 선뜻 발을 들여놓지 말라는 것이다. 어디라도 빨리 붙어서 일을 시작해야 내 앞가림을 잘하는 것이라는 생각에 사로잡히면, 옳은 방향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얼떨결에 끌려가기 마련이다.


  진로를 정하는 것에 있어 나를 자유롭지 못하게 했던 것은 결국 '돈', 비용이었다. 1) 타향살이로 인한 주거비 부담, 2) 부모님께 타서 쓰는 생활비 부담 때문에 자꾸만 마음을 조급하게 먹었던 게 사실이다. 고향에 내려가서 준비하기엔, 스터디나 취업 정보를 얻을 만한 설명회 같은 것들이 그곳에는 없었다. 하루하루 지출하게 되는 그 금액들이 내 어깨를 무겁게 했다.  


  그런데, 어차피 나갈 비용이라면, 많든 적든 정말 본인이 원하는 것을 위해, 제대로 투자하는 것이 더 현명하다.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확신할 수 없기에 더 불안하다면, 취업 준비를 멈추고, 고향에 내려가 휴식을 취하거나 공부를 좀 더 하거나, 혹은 하고 싶었던 일들을 하는 것이 장기적인 안목으로 보았을 때, 내 인생에 더 도움이 되는 것 같다. 가령, 제주도 게스트 하우스에서 스텝으로 일해보는 것처럼 말이다.


  예를 들어, 계속되는 공채 지원에도 불구하고, 불합격 소식만 듣게 돼 기운이 빠질 때쯤, 그만두어야 하는 건 아닌지 낙담하게 되는 때가 있다. 나와 함께 승무원 준비를 하던 한 친구는 어느 날 갑자기 삼 개월 정도 본인을 위해 시간을 보내겠다며 제주도로 내려갔다. 그 삼 개월은 생각보다 빠르게 흘러갔고, 그 친구는 이번 공채에서 내게 합격 소식을 전했다. 제주도 게스트하우스에서의 업무가 팀워크나 공백기 답변에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또한, 우리 사회는 노력하는 청춘들을 응원하고, 지지하고, 우리의 가능성에 투자하는 프로젝트를 생각보다 많이 진행하고 있다.


1) 한국장학재단 대학생연합생활관(for 대학생)

: 최초 입주 시 보증금 15만 원에, 월 15만 원 생활관비를 내고 생활할 수 있는 곳.

http://www.kosaf.go.kr/ko/domitory.do?pg=PTHB_Domitory_01_01


2) 11번가XWOOZOO셰어하우스(for 취준생)

: 보증금 없이, 월 11만 원의 월세를 내고 생활하는 셰어하우스.

https://youtu.be/YXTeOn4v04Q


3) LH 청년전세임대주택

: 청년들의 주거안정을 위해 LH한국토지주택공사에서 시행하고 있는 청년 전세임대주택.

https://youtu.be/wPUYRP48SBU


4) 고용복지센터가 지원하는 단계별 맞춤형 취업지원서비스, "취업성공패키지"

 : 진로탐색, 구직활동, 취업 관련 정보를 얻을 수 있다.

http://www.work.go.kr/pkg/succ/index.do;WORKNETSESSIONID=Y3HZbvrNkdNxpCVh1kSYpgvX7XbTdGQJWChnW1qxSzzndTLyL1Yw!-321318777!1163565848?viewType=A&isIapIng=false



  나는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면서, “할아버지의 재력, 아빠의 무관심, 엄마의 정보력”이 한 개인의 성공에 꼭 필요한 것이라 이야기되는 것이 서글펐다. 정보화 시대이면서도, 정보를 얻으려면 돈을 지불해야만 하는 구조가 아쉬웠다. 정보는 흘러넘치지만, 정작 도움이 되는 정보는 돈을 지불해야만 얻을 수 있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상이 결코 그리 무심하고, 계산적이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누군가 본인의 미래를 진지한 태도로 고민하고, 무엇인가를 간절히 원한다면, 분명 그 갈망에 도움을 주고, 응원을 보내는 사람들이 생겨난다. 우리는 서로에게 공감하고, 그 공감은 어떤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도움을 받은 누군가는 사회를 건강한 눈으로 보고, 내가 받은 것들을 여러 사람과 나누고 싶어 하게 된다는 것 역시 순환된다고 생각한다.



  

  지금 잘 안 풀린다고, 다음에도 풀리지 않으리라는 법은 없다. 오늘까지 느끼고 있는 이 막연함이 내일은 조금 더 구체적이고 명확해질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실천하고 행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취업준비를 할 때, 삶이 퍽퍽해서 답답하고, 언제 끝날지 모르는 이 과정이 막막해서 한숨만 푹푹 내쉬던 나를 뒤돌아보게 되었다.


  그래도, 길은 있고, 방법은 다양하며, 우리는 끝내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래에 과거의 내가 ‘나’ 힘내자고 써둔 일기와 엇비슷한 글을 하나 첨부해두었다. 글을 읽고 계신 분들에게 공감과 위로를 주는 글이길 바라며.


프랑스의 어느 해변가, 그리고 해변을 달리는 사람들

“  지금 어떤 목표를 향해 가는데 어렵고 힘이 든다면, 어쩌면 긍정적인 과정일 수 있다. 어떻게 하면 얻을 수 있는지 도저히 모르겠다 싶은- 어렵고 복잡한, 때로는 추상적인 그 과정을 뚫고 나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명확히 알게 되기 때문이다.
_
  무엇인가 간절히 원하는 것이 있고, 그것을 안간힘을 써서라도 이룰 수 있다면, 행복한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노력하지 않고 얻어지는 것들은 곧 불안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너무 당연하게, 또 자연스럽게 내 손안에 들어온 것들은 내 의지와 상관없이, 또한 자연스럽게 사라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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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실격 읽다가 (모든 것이 유리한 상황인 듯 보였던) 주인공이 불안으로 많은 것을 잃어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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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수기까지읽은 #인간실격 #불안극복 #여유좀부리면어때 #결국잘될거 ”


  이 글을 쓰던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내 생각은 다르지 않은 것 같다. 나는 여전히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좋다. 여유는 형편이 넉넉한 사람들만의 것이 아니기에, 마음이 조급해질수록 여유를 갖길 바란다.  




그럼, 다음 글에서 또 뵐게요. :-)

궁금하거나 듣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시다면, 댓글로 알려주세요.


#오늘을살아가게하는힘 #내일을꿈꾸게하는여유 #희망 #진로선택 #진로고민 #직업으로써의객실승무원 #현실고민 #청년지원프로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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