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형만 n번째
햇살 가득한 이국적인 풍경의 휴양지, 배를 타고 가다 자연의 폭포에서 뛰어내려 자유롭게 수영하는 외국 친구들의 여행 영상을 보며 수영을 배워야겠다고 생각했다. 생각보다 수영장의 물은 무서웠고 나는 세 달 만에 물이 너무 두려워 수영을 포기했다. 몇 년이 지나 그 사이 물에 대한 두려움은 극복했지만 결혼 후 다시 남편과 도전한 수영 한 달 만에 임신이 되어 그만두게 되었다. 아이 낳고 1년 후 회사 복직 2개월 전 수영 학원에 다시 도전했으나 한두 달 후 다시 복직하며 애매한 자유형에서 끝나고 말았다. 그러고 또 몇 년이 지나, 다시 또 수영학원을 끊었다.
시간을 효과적으로 쓰기 위해 화, 목 6시 첫 강습으로 끊었다. 작년 5시 기상하는 새벽 챌린지를 2년 동안 꾸준히 해왔기에 5시에 일어나 수영 가는 건 어렵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일어나는 건 역시 어렵지 않았지만 즐겁게 가는 게 어려웠다. 처음 수영을 등록하고 n번째 다시 시작하기까지 16년이 지나니 나의 체력은 저하되었고 숨도 딸려 레인을 한 번에 헤엄쳐 가는 게 어려워졌다. 게다가 나이 들며 힘든 건 그만둬 버리는 게 습관화된 건지, 조금만 숨이 딸리면 바로 일어서 버린다. 그나마 다행인 건 수영을 다시 시작한 지 한 달이 되니 키판을 떼고 자유형이 익숙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16년 전과 달라진 건 유투부에 웬만한 정보는 다 있다는 것이다. 숨이 너무 차서 나의 호흡법이 문제가 있나 싶어 자유형 호흡법을 검색하고, 알고리즘에 따라 발차기 영상까지 보게 되었다. 유투버가 가르쳐주면 너무 쉬워 보이고 다음 수영땐 잘할 수 있을 것만 같은데 막상 실전으로 가면 숨이 꼬이고 가르쳐준 데로 되지 않는다. 화, 목요일 가다 보니 목요일 쉬고 다음 화요일에 가면 다시 숨이 차고 힘들다.
게다가 뒤에 따라오는 사람이 나 때문에 페이스를 놓칠까 싶어서 급하게 가다 보면 더 숨이 찬다. 몇 사람 앞으로 보내고 잠시 숨을 고르고 다시 뒷사람과의 차이를 조금 벌리려고 또 달린다. 몇 번의 숨 가쁜 자유형을 하다가 물이 점점 편해지고 호흡이 조금 안정됨을 느낄 때쯤 수업이 끝이 난다. 끝날 때쯤엔 차가웠던 물이 미지근해지며 내 몸과 비슷한 온도로 느껴지고, 팔사이로 다리 사이로 느껴지는 물살이 익숙해짐이 느껴지지만 다음 시간에는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는 것 같다.
수영강사가 다른 회원에게 ’ 지금이 제일 재미없을 때예요. 조금만 지나면 재미있어져요 ‘라고 하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나에게도 해당되는 이야기 같았다. ’ 요즘은 존버만이 답이다!‘라는 생각으로 버티고 있는데 조금만 버티면 가능할 것 같은 희망이 생겼다. 이번 수영의 목표는 세 달만 버티자였다. 새벽 수영의 제일 안 좋은 점은 수영장 가는 길에서 노출증 환자를 만날 확률이 높다는 것이라 날이 밝은 여름만 다니자고 생각하고 세 달 치를 먼저 끊었는데(10프로 할인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 달 후엔 재밌어서 더 연장할 수 있을지가 나의 수영 관전 포인트가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