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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이지살롱 Dec 20. 2024

도서관에서 찾은 희망


20대 중반 어떻게 살아야 할까 고민이 많은 시절, 시립 도서관을 자주 찾았다. 취업이 되지 않았던 기간 동안 유명한 사람들의 전기, 자기 분야에서 성공한 사람들의 자기 계발서를 읽으며 용기와 희망을 얻었다. 그 뒤로 호주 워킹 홀리데이도 다녀오고, 취업하고, 결혼하고, 아이를 낳을 때까지 도서관 갈 생각도 못했다. 40대 초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다시 내 인생의 나침반이 필요하다고 느끼고 나니 도서관이 생각났다. 20대 때와는 사는 동네가 달라져 처음 가는 도서관이었지만 집 근처 도서관을 처음 갔을 때 어느 동네에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모습이라 익숙한 느낌이 들었다. 너무 크지도 작지도 않은 적당한 4층 짜리 건물 내부에는 지하 식당이 있고, 1-2층은 책 열람실, 3-4층엔 독서실이 있었다. 오랜만에 들어간 열람실의 오래된 책 냄새들 사이에서 방황하던 나의 청춘이 꿈틀거렸다.


오랜만에 간 도서관 열람실은 별천지 같았고, 두근두근 설렘이 느껴지며 내 안에 무언가 꿈틀거리는 걸 느꼈다. 인문, 교양, 예술… 칸의 신간을 보며 책을 뒤적이고, 미술, 디자인 쪽의 참고 도서들을 훑어보는 것도 행복했다. 도서관 안에 있는 책만 다 읽어도 내가 뭐가 될 것만 같고, 내 안에 지식과 지혜가 쌓일 것만 같은 기대감이 들었다. 그 많은 책들을 보면 나도 뭔가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래서 20대의 내가 생각이 난지도 모르겠다. 불안했지만, 꿈과 희망이 있던 시절. 40대가 되고 나니 30대와는 다른 불안감이 더 엄습해졌다. 자발적으로 그만둔 회사지만 2-30대에 일자리가 없을 때보다 더 불안했고 책임감이 더 크게 느껴졌다. 하지만 40대에도 꿈과 희망을 품을 수 있었고 20대의 내가 무엇이 되고 싶었는지 생각하며 나에 대해 깊이 생각하며 나를 찾고 있다.


다시 도서관을 찾았을 때 아이가 유치원생이었는데 지금은 초등학교 4학년이 되었다. 시간이 지나고 도서관은 이제 일상이 되었다. 도서관에서 글쓰기 강좌도 듣고, 동네 친구를 만나 지하에서 밥도 먹고, 커피도 마신다. 지금은 어린이 책 코너를 제일 많이 간다. 가장 많이 보는 책이 그림책이 되다 보니 새로 나온 신간 그림책을 보기도 하고 누군가 추천한 책도 찾아본다. 희망을 찾던 곳이 일상이 되고, 그 공간이 언젠가 나의 일터가 될 수도 있다. 내년이면 내가 그린 그림책도 도서관 신간 코너에 꽂힐 수 있는 날이 올 수 도 있을까. 언젠가 내가 쓰고 그린책이 여러 권의 되고 도서관에서 찾는 작가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그때가 되면 도서관이 나에게 또 다른 새로운 공간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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