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중반 어떻게 살아야 할까 고민이 많은 시절, 시립 도서관을 자주 찾았다. 취업이 되지 않았던 기간 동안 유명한 사람들의 전기, 자기 분야에서 성공한 사람들의 자기 계발서를 읽으며 용기와 희망을 얻었다. 그 뒤로 호주 워킹 홀리데이도 다녀오고, 취업하고, 결혼하고, 아이를 낳을 때까지 도서관 갈 생각도 못했다. 40대 초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다시 내 인생의 나침반이 필요하다고 느끼고 나니 도서관이 생각났다. 20대 때와는 사는 동네가 달라져 처음 가는 도서관이었지만 집 근처 도서관을 처음 갔을 때 어느 동네에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모습이라 익숙한 느낌이 들었다. 너무 크지도 작지도 않은 적당한 4층 짜리 건물 내부에는 지하 식당이 있고, 1-2층은 책 열람실, 3-4층엔 독서실이 있었다. 오랜만에 들어간 열람실의 오래된 책 냄새들 사이에서 방황하던 나의 청춘이 꿈틀거렸다.
오랜만에 간 도서관 열람실은 별천지 같았고, 두근두근 설렘이 느껴지며 내 안에 무언가 꿈틀거리는 걸 느꼈다. 인문, 교양, 예술… 칸의 신간을 보며 책을 뒤적이고, 미술, 디자인 쪽의 참고 도서들을 훑어보는 것도 행복했다. 도서관 안에 있는 책만 다 읽어도 내가 뭐가 될 것만 같고, 내 안에 지식과 지혜가 쌓일 것만 같은 기대감이 들었다. 그 많은 책들을 보면 나도 뭔가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래서 20대의 내가 생각이 난지도 모르겠다. 불안했지만, 꿈과 희망이 있던 시절. 40대가 되고 나니 30대와는 다른 불안감이 더 엄습해졌다. 자발적으로 그만둔 회사지만 2-30대에 일자리가 없을 때보다 더 불안했고 책임감이 더 크게 느껴졌다. 하지만 40대에도 꿈과 희망을 품을 수 있었고 20대의 내가 무엇이 되고 싶었는지 생각하며 나에 대해 깊이 생각하며 나를 찾고 있다.
다시 도서관을 찾았을 때 아이가 유치원생이었는데 지금은 초등학교 4학년이 되었다. 시간이 지나고 도서관은 이제 일상이 되었다. 도서관에서 글쓰기 강좌도 듣고, 동네 친구를 만나 지하에서 밥도 먹고, 커피도 마신다. 지금은 어린이 책 코너를 제일 많이 간다. 가장 많이 보는 책이 그림책이 되다 보니 새로 나온 신간 그림책을 보기도 하고 누군가 추천한 책도 찾아본다. 희망을 찾던 곳이 일상이 되고, 그 공간이 언젠가 나의 일터가 될 수도 있다. 내년이면 내가 그린 그림책도 도서관 신간 코너에 꽂힐 수 있는 날이 올 수 도 있을까. 언젠가 내가 쓰고 그린책이 여러 권의 되고 도서관에서 찾는 작가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그때가 되면 도서관이 나에게 또 다른 새로운 공간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