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레이지살롱 Jun 13. 2024

수영 만년초보

자유형만 n번째

햇살 가득한 이국적인 풍경의 휴양지, 배를 타고 가다 자연의 폭포에서 뛰어내려 자유롭게 수영하는 외국 친구들의 여행 영상을 보며 수영을 배워야겠다고 생각했다. 생각보다 수영장의 물은 무서웠고 나는 세 달 만에 물이 너무 두려워 수영을 포기했다. 몇 년이 지나 그 사이 물에 대한 두려움은 극복했지만 결혼 후 다시 남편과 도전한 수영 한 달 만에 임신이 되어 그만두게 되었다. 아이 낳고 1년 후 회사 복직 2개월 전 수영 학원에 다시 도전했으나 한두 달 후 다시 복직하며 애매한 자유형에서 끝나고 말았다. 그러고 또 몇 년이 지나, 다시 또 수영학원을 끊었다.


시간을 효과적으로 쓰기 위해 화, 목 6시 첫 강습으로 끊었다. 작년 5시 기상하는 새벽 챌린지를 2년 동안 꾸준히 해왔기에 5시에 일어나 수영 가는 건 어렵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일어나는 건 역시 어렵지 않았지만 즐겁게 가는 게 어려웠다. 처음 수영을 등록하고 n번째 다시 시작하기까지 16년이 지나니 나의 체력은 저하되었고 숨도 딸려 레인을 한 번에 헤엄쳐 가는 게 어려워졌다. 게다가 나이 들며 힘든 건 그만둬 버리는 게 습관화된 건지, 조금만 숨이 딸리면 바로 일어서 버린다. 그나마 다행인 건 수영을 다시 시작한 지 한 달이 되니 키판을 떼고 자유형이 익숙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16년 전과 달라진 건 유투부에 웬만한 정보는 다 있다는 것이다. 숨이 너무 차서 나의 호흡법이 문제가 있나 싶어 자유형 호흡법을 검색하고, 알고리즘에 따라 발차기 영상까지 보게 되었다. 유투버가 가르쳐주면 너무 쉬워 보이고 다음 수영땐 잘할 수 있을 것만 같은데 막상 실전으로 가면 숨이 꼬이고 가르쳐준 데로 되지 않는다. 화, 목요일 가다 보니 목요일 쉬고 다음 화요일에 가면 다시 숨이 차고 힘들다.


게다가 뒤에 따라오는 사람이 나 때문에 페이스를 놓칠까 싶어서 급하게 가다 보면 더 숨이 찬다. 몇 사람 앞으로 보내고 잠시 숨을 고르고 다시 뒷사람과의 차이를 조금 벌리려고 또 달린다. 몇 번의 숨 가쁜 자유형을 하다가 물이 점점 편해지고 호흡이 조금 안정됨을 느낄 때쯤 수업이 끝이 난다. 끝날 때쯤엔 차가웠던 물이 미지근해지며 내 몸과 비슷한 온도로 느껴지고, 팔사이로 다리 사이로 느껴지는 물살이 익숙해짐이 느껴지지만 다음 시간에는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는 것 같다.


수영강사가 다른 회원에게 ’ 지금이 제일 재미없을 때예요. 조금만 지나면 재미있어져요 ‘라고 하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나에게도 해당되는 이야기 같았다. ’ 요즘은 존버만이 답이다!‘라는 생각으로 버티고 있는데 조금만 버티면 가능할 것 같은 희망이 생겼다. 이번 수영의 목표는 세 달만 버티자였다. 새벽 수영의 제일 안 좋은 점은 수영장 가는 길에서 노출증 환자를 만날 확률이 높다는 것이라 날이 밝은 여름만 다니자고 생각하고 세 달 치를 먼저 끊었는데(10프로 할인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 달 후엔 재밌어서 더 연장할 수 있을지가 나의 수영 관전 포인트가 될 것 같다.



매거진의 이전글 피아노 교습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