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크리에이티브 런던 Oct 07. 2019

무급휴가 1개월으로 시작된 리모트워크

회사(고용주)와의 협상

현재 나는 현재 영국의 광고회사에서 풀타임으로 디지털 광고기획일을 하며, 동시에 운영팀을 관리하고 있다. 독립적으로 일을 하지도 않는 풀타임인 내가 어떻게 "리모트워크" 협상을 할 생각을 했을까?

 


나의 고용주는 2012년에 5인의 스타트업으로 창업하여, 현재 Series B 까지 400백억 정도의 투자금을 받아내어, 글로벌하게 직원이 약 300명이 넘는 광고기술 및 플랫폼회사다. 경쟁자는 아주 많지만 흔하게는 구글과 페이스북이라 하겠다. (물론 구글과 페이스북은 경쟁자로 생각하지 않는다)

전직장에서는 그야말로 디지털 미디어의 플랫폼부터 컨텐츠까지 깊고 넓게 다뤘다. 컨텐츠 마케팅+바이럴 비디오 광고+인플루언서+에디토리얼+일반 디지털광고 + 소셜미디어. 한마디로 Integrated (digital media) Marketing 수준으로 담당했지만, 지금은 광고 기술중심의 회사이다. 

 ”노잼”이다.


런던에서 첫 직장인 미국계 대기업 미디어사에서는  에서는 깊고 다양한 전반적인 디지털 플랫폼과 기술 컨텐츠를 캠페인 목적에 따라 기획하고 집행하는 “창의성" 이  요구되는 일이었고, 그렇게 열정을 가지고 지금의 디지털 미디어업계에 서 5년여를 보냈다. 그후 이직한 지금 회사에서는  “광고 기술" 만 담당하기때문에 기획도 한계가 있고, 담당하는 대부분의 일이 숫자와 logic  중심인데, 이 부분은 대부분 반복적이다.  나의 기획보다는, 순수하게 회사의 프로덕트 자체에 성패가 달려있고, 프로덕트 기술은 내가 컨트롤 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의 이 회사에서 노잼인 일을 진짜 열심히 일해서, 거의 1인당 효율(?)창출이 직원내 탑3안에 들게되었고, 그래서 영국 영주권을 받는 즉시 바로 회사 사직의사에 대해 회사대표와 논의하였다. 

영주권을 받으면서, 비로서 내게 영국에서 “일하지 않아도 거주할 수 있는 자유” 가 주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영주권을 받자마자 일단 “무급 휴가" 를 요청했다.

리모트 워킹을 계획한것은 아니다.

늘 회사 스폰서쉽에 얽매여 있다가, 영주권을 받고나서 취할 수 있는 옵션이 갑자기 많아지다 보니, 내가 진정 원하는것이 무엇인지 모른채 너무 많은 기회가 있는것 같았다. 

그렇게 1달여를 쉬고나서, 회사의 부사장이자 직속상사와 함께 무급휴가 이후를 논의했다. 



나는 다음 2가지에 대해 솔직하게 말했다. 


1. 내가 왜 이 회사에서 행복하지 않은지

2. 어떻게하면 현재 회사를 다니면서도 행복하고 더 높은 성과를 올릴 수 있는지 



영국인 친구들과 세일즈 중심의 회사문화와 관련된 불필요한 스트레스,  내가 담당하는 글로벌 마켓을 커버하기 위해 Flexible working hours 가 필요하다는 점을 중심, 그리고 개인적인 이유들을 솔직하게 말했다.

 

왼쪽은 실제 광고 미디어업계 친구들의 썸머볼 파티. 오른쪽은 미드 매드맨의 이미지. 백인남성 중심의 그 문화가 기저에 깔려있다. 


* 영국인 친구들과 세일즈 중심의 회사문화: a.k.a LAD 문화.

단순하게는 백인남성중심 문화라 할수 있다. 자세한 내용은 구글 검색 “LAD office culture”


나의 개인의 웰빙도 중요하지만, 내가 회사에서 어떤 포지션과 업무를 담당하는지, 그리고 리모트워킹의 업무방식이  나의  업무를 성실하고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시스템인지를 증명할 필요가 있다. 


시니어로 갈수록 외국계 IT및 미디어 회사는 리더쉽이나 팀매니징을 하는 성격의 디렉터로 팀조직 중심의 리더.

반대로 팀의 성과를 높이기 위한 컨설턴트처럼 회사의 중심에서 팀과 회사의 문제해결을 지휘 및 서포팅하는 개인기여자 (individual contributor) 역할을 하는 방향으로 나뉘게 된다. 

직장인으로서 나의 성향은 후자다. 

즉, 나의 성향 및 성격은 리더쉽, 피플 매니지먼트에 큰 의미와 성취감을 느끼지 못한다. 

반면 내가 주도적으로 일에 오너쉽으로 이끈 일이 잘되면 , 그 자체에 성취감을 느끼고, “내 일”이 중요하고 의미를 찾는 사람이며 , 이런 나는 당연히 개인 기여자의 일이 잘 맞다. 팀과 조직보다는 개인에 집중한 스타일이다. 

이런 성향을 가진 내가 매니저로 이끄는 팀에서는 , 팀원들게  철저하게 성과주의인 편이며, 매니저나 상가라는 느낌보다는 좀더 경력많은 팀멤버같은 관계로 이끌어주는 사람, “만능 팀 메이트”로서 나의 역할을 포지셔닝한다.


이런 나의 성향덕분에, 팀원이 있어도 리모트 매니징이 가능하다. 모든 관리적인 역할도 리모트로 논의가능하도록 시스템을 만들었고, 매일 스카이프로 회의하고, ad-hoc미팅도 컨퍼런스 콜로, tableau라는 고급분석툴로 성과를 공유하며, 월 1회꼴로 팀 런치도 직접 만나서 한다. 

팀원들은 매니저가 오피스에 없어도 만족감이 매우 높다는 피드백을 받고 윗선에 올렸다.

.

리모트 워킹 협상 주요 내용을 정리하면,


1. 첫 1년반을 진짜 빡세게 일해 성과를 올림 : 성과증명과 오너쉽 증명을 통해 경영진에 신뢰를 얻었다.


2. 글로벌 마켓 및 브랜드 광고 담당으로 온라인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한 업무 특성 (아시아부터 미주까지 커버) : 시간과 공간에 있어 유연한 업무방식이 더 효율적인 포지션이다


3. 면대면 미팅보다 빠르고 효율적인 커뮤니케이션 시스템 증명 (향상된 성과와 팀원 만족도 측정) : 매니저의 슈퍼바이징 없이도 팀원들과 신뢰를 바탕으로 일하는 문화 및 조직임을 증명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무엇보다 내 자신의 상태에 대해 솔직하게 말했다. 지금처럼 9-6 로 회사오피스에서 일하는 일상을 언제까지 이어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즉 리모트 워킹을 하지 않으면 회사를 계속 다니는것이 어려울것 같다고 말했다. 


간략하게 3가지로 요약했지만, 그 과정은 쉽지 않았다. 또한 리모트 워킹이 개인적으로나 회사입장에서나 득이 훨씬 많음을 다양한 내용으로 설득하였다. 


이 리모트 워킹을 통해 내가 얻은것은 내가 일하는 공간과 시간에 대한 자유.  

잃은것은 연봉인상과 승진이다.


이렇게 조직 헤드 (조직장)로의 승진은 팀매니지먼트보다는 아직은 실무를 함께 하는 일에 더 의미와 성취감을 느끼기에 승진에 대한 미련은 없다. 연봉 인상이 아쉬울 수 있지만, 고연봉일수록 약 2-3천만원의 연봉이 인상한다 하더라도 소득세후 월 수령액은 사실 차이가 크지 않다.  출퇴근을 하지 않음으로서 런던의 비싼 교통비를 절약하고, 나가서 사먹는 점심값을 일정부분 아낄 수 있다.


그러나 내게는 돈으로 값어치를 매길 수 없는 “내가 컨트롤 하는 나의 시간” 이 훨씬 의미있다. 자율의지로 시작하는 "좋은 아침"은 연봉 몇천만원과 비교할 수 없이 소중하다. 

고용주와 조직에 컨트롤 되는 시간이 아닌, 내가 컨트롤 하는 나의 시간. 

내가 컨트롤 한다는 의미는 더더욱 책임감도 스트레스도 커진다는 의미이다. 


오롯이 나의 업무효율, 생산성. 그리고 나의 시간 관리 능력에 따라 남들보다 2배로 살수도 있다. 

물론 런던 출근 시간의 지옥철을 타지 않아도 되니, 회사 출근으로  기를 빨리지 않으니 체력적으로도 더 길고 많이 일할수 있게 된것이다. 그래서 체감적인 업무 시간은 더 많아진것 같다. 


LAD에 둘러쌓여 어깨에 힘줄필요없이, 내자신으로 일하는하루. 이 좋은 아침을 얻기까지 정말 열심히 일하고, 흰머리도 꽤 얻었다. 


이전 04화 좋은 아침을 시작하는것으로 충분하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