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으로서의 내자신" 을 이해하는 것 부터
이전 포스팅은 읽는 사람입장에서는 흔한 인생 타령이고, too much 감성적인 시각으로 보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커리어를 목적으로 국경과 대륙을 넘었는데, 그 대륙에서 발견한 판도라의 상자를 열고나서 "이 산이 아닌가벼" 하고 깨닫는 허무함은, 사실 무기력으로 이어졌다. 무기력함은 머릿속을 비워냈고, 비워진 머릿속엔 온갖 자아중심의 생각들로 가득차게 되었다.
책도 읽고, 새로운 경험도 하고, 여행도 하고, 배우기도 했지만, 그 과정에서 내자신을 이해하고 직장인으로서의 내자신을 파악하기 시작했다. 내가 뭘 원하는지도 모르는데, 갑자기 사업가가 된다던지, 디자이너가 된다던지 해서 완전 새로운 나로 다시 리셋하고 시작하기엔, 나는 경험이 많았다.
그래서 지난 몇십년간 해온 "직장인으로서의 내자신" 을 이해하는 것 부터 시작했다. 무엇을 할지 고민하기 전에, 나는 어떻게 하는 사람인지부터 파악하기 시작한것이다. How 를 알면 What 을 찾기까지 훨씬 쉽다는 것을 알만큼 충분한 연륜(?)이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직장생활 10년여간 "팀플레이" 를 좋아하고, 팀속에서 만족감, 팀원을 돕고 함께 배운다. 는 전형적인 팀플레이를 추구하는 직장인이었다.
그러나 시니어로 갈수록 일을 위한 팀플레이가 아니라, 사람과 조직을 위한 팀플레이를 추구해야한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팀원을 매니징하면서 부터, 한주의 30% 이상은 그 팀원의 일을 관리하고, 그들을 동기부여하느라 시간을 보냈다. 나는 30%였지만, 그당시 나의 보스는 일과의 50%는 그렇게 팀원들관리로 시간을 보내는듯 했다.여기서 추가적으로, 다른 팀과 회사 임원들과의 술자리, 미팅때 존재감을 증명하는 언어들을 내뱉는다던지. 가장 중요한것은 "아니, 굳이 이런것까지 바꿀필요가 있나?" 할 정도로 (필요) 없는 일을 만들어 내는데 시간을 많이 보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내가 담당하는 직원들이 많아질수록, 내 "일" 에 쏟는 시간보다 직원관리에 더 많은 시간이 할애되고, 심지어는 감정적 노동까지 요구되었다. 내 팀만 관리하는 것이 아니다. 회사내 다른 사람들까지 더 신경쓰고, 내 담당 직원이 타팀 직원들과 충돌없이 일 잘한다는 것도 내평가에 반영되기 시작했고, 난 이것이 너무 불편했다.
한국에서도 사내정치가 중요하다지만, 런던에서는 정말 시니어로 경력이 높아질수록 사내정치와 리더쉽을 “보여"주는것이 중요하다.
여기서 중요한건, 나라는 사람이 임원들과의 커뮤니케이션과, 팀원들을 걱정하고 신경쓰며 하루의 반을 보내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보람은 커녕 아침에 회사가는 악몽에서 발버둥치기 시작한 것이다.
난 내가 관심없는 사람과 일들에는 Not Giving a F**k 인 사람인데...
전직장에서 이미 좋은 친구들을 많이 만들어, 지금 친구들과 보내는 시간도 부족해 새로운 인간관계를 굳이 만들 의지가 없었다. 게다가 이직한 직장은 스타트업 베이스라 직원들도 매우 젊어 나와 나이 차이를 떠나 그다기 공통의 관심사가 없어, 친해지고 싶지도 않은 사람들과 인터렉션하느라 하루에 몇시간씩 쓰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회사생활속엔 내 일은 있었지만 나라는 사람은 없었다.
무급휴가를 보내는 동안 나는 많은 창업에 관한 많은 책을 읽었다.
퇴사, 창업, 이직. 무엇을 해야, 이 허무함과 무기력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고민했다.
한달간의 기간동안 나는 "내가 원하는것이 무엇인지" 찾는데 집중했지만, 그 한달간의 시간으로 내 운명의 일을 찾기란 불가능했다. 그래서, 무엇을 해야할 지는 천천히 생각해보고, 일단 아침에 일어나 하루를 시작하기 싫다는 감정없이, 좋은 아침으로 좋은 하루를 시작할 수 있는 마음가짐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무급휴가 1개월을 끝내고 돌아와, 상사와 지속적으로 논의했다.
나의 건강과 안녕과 회사의 이익을 위해 내가 좋은 아침을 시작하는것이 얼마나 중요하고, 내가 다시 출근하면서 얼마나 이 좋은 아침을 유지하기 어려운지. 지금까지 여기 나열한 모든것들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그래서 나는 어찌 저찌 회사와 협상을 통해 리모트 워킹을 시작했다. (자세한 내용은 다음편에)
적어도 내가 팀원들을 관리하고, 회사내 사람들의 눈치를 살피고, 시니어로서 리더쉽을 "어필" 하고자 내가 아닌 척하고, 관심없는 사람들과 small talk 를 하는 불편한 상황을 거의 제거했으니, 이젠 성공적이고 행복한 직장인이 될것인가?
그런데 리모트 워킹을 하는것만으로 성공한 직장인인가? 남과 다르다는 것이 성공인가?
최근들어 한국에서 성공하는 스타트업 문화,디지털 노마드 등이 각종 매체에서 과장되어 있는데,
그것처럼 나의 프리랜서와 같이 출퇴근없는 삶도 굉장히 일반 직장인보다 행복한 삶처럼 "보인다".
그러나 과연 이것이 내가 원했던 하루고 일상일까?
불필요한 휴먼인터렉션으로 시간낭비를 최소화 하고 싶지만, 사람 어울리기 좋아하는 내게 혼자서 매일 혼자 일만하면서 보내기란 버거운 일이었다. 그래서 나는 코워킹스페이스의 커뮤니티에 속해서 일을 하는것을 택했다.그래도 여전히 "혼자" 라는 기분은 지울 수 없고, 혼자 점심을 먹는다. 그리고 시간을 아끼고 아껴서 내가 하고싶은 사이드 프로젝트를 시작하다보니, 오히려 전체적인 일하는 시간은 늘어났다.
남들에게 무엇으로든 인정받는 삶?
아니면 내가 하는 디자인 스튜디오가 잘되서 살만큼 돈을 벌고, 남은 시간은 가족과 , 내자신 오롯이 보내는 삶?
무엇이던간에, 그것이 진정한 나의 인생의 성공이라면, 일단 남들과 비교하지는 말아야 할것이다.
비교대상은 오로지 내가 원하는 나의 모습이다.
나에게는 그랬다. 아침에 일어나서, 드디어 밝아온 새로운 하루를 시작한다는 흥분과 기대감.
바로 좋은 기분으로 진짜 좋은 아침을 맞이하는 것만으로 나는 성공한 하루를 시작하는 마음이 들었다.
오늘 내가 하루를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나의 하루가 결정될 수 있다는 사실은 엄청난 동기부여다.
내가 어떻게 하루를 보내고,
내가 어떤 사람들과 하루를 보내고,
그리고 아침에 일어났을때 내 삶에 대해 내가 느끼는 그 "감정"이다. 그 감정은, 기분은 내가 느끼는 것이다.
그 모습에는 인스타그램속의 명품드레스를 입고 럭셔리한 사진을 올리는 인플루언서와의 비교도,
잘나가는 직장 동료도 없다.
오롯이 내자신만 있다.
아침에 일어나, 내가 좋아하는 일상의 루틴으로 시작하는 아침.
이 상상속에 펼쳐지는 내 모습이, 멋지게 입고, 고연봉과 자가용을 끌수 있는 직장 자리에 “No” 라고 거절할 수 있는 용기를 준다.
리모트 6개월이 지난 지금, 어느정도 내가 무엇을 하고싶은지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그런데 생각은 그만하고, 일단 아침을 시작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내가 오늘 아침에 하루를 시작하면서, 기대되고 설레는 감정으로 시작하는 아침.
그날 하루만의 성공은 나에게 달려있다. 회사의 출퇴근 시간도, 미디어 비치들과의 기싸움도 없고, 미팅시간에 의미없는 발언을 할필요도 없다. 오늘을 어떻게 보낼지, 내가 결정하고, 효율적으로 일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것. 출퇴근할때보다 하루를 2배로 가는 느낌. 그 기대와 설레임.
리모트워킹은 직장인들의 성공지표가 아니다.
오롯이 내가 그날 하루를 컨트롤 할 수 있다는 감정. 그 감정을 맞이하는 아침의 기분좋음.
리모트 워킹으로 성공한 삶을 사는 사람이 되는건 이제 회사도, 일도 아닌, 내자신에게 달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