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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크리에이티브 런던 Oct 07. 2019

리모트 워킹의 시작 - 직장인에게 성공한 인생이란

성공을 쫒는 과정속에 내자신은 없었다.

몇년 전 나는 35살이 되었다.

소위 말하는 중년의 위기였을지도 모른다.

35세가 되기 전까지는 런던에서 미국계 큰 미디어 회사에서 일하면서 유럽인들 속에서 지지않고 발전시킨 커리어, 멋진 친구들과 데이트하고 파티를 즐기는 그런 삶이 뭔가 패뷸러스한(척), 쿨한 언니의 삶 같았다.

그러나 그때의 나는 , 35살이 되면서 알수없는 현재의 허무함과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툭하면 아침에 눈을뜨면 눈물이 났다.  행복을 찾아 런던에 왔다고 생각했는데, 여전히 길잃은 느낌으로 하루를 시작해야 하는 내자신이 원망스럽고 답답했다.


한국에서도, 런던에서도 항상 어딘가 더 높은곳을 향해 달려가야할 것 같은 압박감을 가졌다.

사실 30대 초반까지는 그런 압박감을 기분좋은 도전으로 받아들여졌는데, 그것을 견디고 해낸 나의 30대 중반의 삶은 참으로 고단하고 지쳤다.

나는 왜 여기 런던까지 와있는지. 난 어떤 사람인지 혼란스럽고 서러웠다. 내가 원하는것이 아무것도 없고, 뭘 원하는지도 모르고 시간만 보내는것 같았다.


약 4개월간 우울증의 전형적인 증상들을 보이다가, 여름이 오면서 여행을 떠났다.

그저 런던을 벗어나고 싶었다. 한국으로의 여행, 디자인 워크샵과 여행, 스페인 안달루시아 지역에서 독서와 등산만 하면서 시골의 Airbnb서 지냈던 1주일. 혼자서 보내는 시간에 집중했다.

대단한 일은 아니었다.  그저 내가 잘 알았는데 몰랐다는것을 깨닫게된 분야의 책을 읽고, 사람들을 만나고, 해보지 않은 경험을 하는데 집중했다. 그때 만난던 사람들을 통해, 조금씩 내가 런던에서 해야할 일, 하고싶은 일들을 그리는데 도움을 받으면서, 서서히 내가 현재에 이곳에 있는 이유를 어렴풋이 이해하기 시작했다.

운이 좋게도, 정말 많은 사람들을 만났지만, 그 중에서 내게 영감을 준 사람들은 모두 평범했다.

그리고 자신이 하고싶은 일을 찾아서 최선을 다해 살고 있었다.


낮에는 디자인회사에서 시니어 디자이너로 회사일을 하지만, 상업적인 디자이너인 본인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저녁에는 세라믹 수업을 듣고 사이드 프로젝트로 본업만큼 중요해진 세라믹 연구를 하는 친구를 만났다. 이 친구는 회사일과 자신의 세라믹 일의 연결고리를 만들어 그 속에서 영감을 발견하고, 그렇게 자신만의 무언가를 만들어가는 하루를 살고 있었다.


잘나가던 패션회사의 글로벌 MD였다가, 모아놓은 돈으로 "환경친화 + 지속가능한" 의류 브랜드를 런칭한 영국인 친구. 매달 나가는 집대출금을 줄이기 위해 큰집을 팔고 집을 줄여 이사하고, 40대에 30대보다 더 오래 일하면서도 24시간이 모자란 그의 시간이, 일하느라 부족한게 아니라, 이렇게 하루종일 일만해도 행복한데, 그 행복한 시간이 하루에 더 주어지면 좋겠다고 한다.



내가 우울하고 지치고 의욕을 잃었던 이유를 그들과의 대화와 워크샵 작업을 통해 조금씩 이해하게 되었다.

내가 생각하는 "원하는 인생"에서는 정작 "나" 라는 존재가 그과정에 빠져있었다.

35살의 런던에서의 내 모습에서는 정작 "내자신"이 부재하다는것을 깨달았다.

하루하루가 모여 내가 그리는 "원하는 인생" 이 되는데, 목표하는 인생만 있고, 그 매일을 이루는 나의 시간과 내 모습은 그 속에 없었다.

내가 목표로 삼은 성공은 타인과 사회가 만들어준,소위 성공의 잣대로 이뤄진 삶의였던 것이다. 내가 원하는 것은 이것이 아닌데.

미디7년동안 쉼없이 달려온 런던에서의 회사생활 좋았던 기억도 많지만, 과연 내가 원했던 길인지 자문해야 했다.


나에게도, 이 글을 읽는 분들에게도  "내가 그리는 인생" “인생의 성공" 이란 어떤 의미일까?


SNS 소셜 미디어 세상이 오면서,  우리는 사진한장에 설명 올리는 포스팅과 블로그도 모자라 시시각각 15초로 순간을 나누는 스토리부터, Vlog 라고 10분짜리 일상까지 바다건너 누군가의 “왠지 모르게 성공적인 인생" 들에게 노출되어 있다.

해외 취업과 이민으로 한국 탈출? 유튜브 100만 구독자 또는 인스타그램 인플루언서로서의 억대 수익? 디지털 노마드로 자유롭게 사는 인생 ? 회사를 창업해서 각종 언론에서 성공한 스타트업으로 스팟라이트를 받으며 사는 화려한 밀레니얼 세대?

그런데 과연 이런 성공의 정의들이 순수하게 “내 자신” 에 의해 결정되었을까?



그 원하는 삶의 성공을 이뤄나가는 삶에는, 나의 오늘 하루, 어제 하루가 행복할 수 있는 성공인가?


“나 구글에 취업했어"

이 한마디면, 20-30대의 친구들에겐 올킬이다.

구구절절 설명할 필요도 없다.  누구나 잘하는 회사고, 많은 사람들이 선망하기 때문에, 별다른 설명없이도 이미 절반이상의 인류보다 성공한 인생일지 모르겠다.


아마 35살의 중년의 위기가 오기전까지의 나에게도 성공이란 “연봉올리고 구글로 이직하고,  멋진 사람들속에서 일하고, 런던에서 집도 사고, 여행도 다니고...."  그랬을거다.

35세면 세상을 모두 알것 같은 나이지만, 나는 그때서야 “내 인생의 본질" 에 대해 조금씩 눈을 뜨기 시작했다.


지금의 나에게  “성공한 인생” 에 대해 묻는다면,  조금 더 구체적으로, 심플하게 정의를 할 수 있을것 같다.  

하지만 누구다 공감하고 인정하는 성공이 아니라서, 지금의 내가 가고 있는 이 길을  선택하기 까지 구구절절 설명해야 할 노릇이다.

나를 모르는 브런치 리더분들께는 그저 “리모트워킹" 은 내가 좀 더 성공한 나의 인생을 살기위한 시작점 이라고만 언급하고 싶다.

그렇다고 지금의 "출퇴근 안하는 삶을 선택한 지금이 그래도 나는 행복해요" 하고 스스로 방어하고 자위하면서 굳이 타인에게 멋진 삶인듯 어필하려는 꾸밈도 섞고 싶지 않다. 리모트워킹이 아직은 일반적인 업무방식이 아닌만큼,  일하는 공간과 시간의 자유를 얻었다면, 포기할 부분도 많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고연봉과 화려한 타이틀을 성공이라 하겠지만, 나는 일하는 공간과 시간에 대한 자유를 얻는것이 ‘내가 꿈꾸는 성공적인 삶" 에 있어서 무엇보다 중요한 요소라고 보기때문이다.


그런데, 궁극적으로 일하는 공간과 시간의 자유와 내가 원하는 무엇이 연결되어있는지 모르겠다.

그저 시간과 공간의 자유만 주어진다면 행복할까? 성공일까?


먼저 내가 뭔가 유치하고 드라마틱하게 나의 중년의 위기를 잠시 언급한 이유는 간단하다.

단순하게 미디어에서 멋지게 보이는 삶들. 해외취업, 글로벌 커리어, 성공한 젊은 사업가.

보이기에 멋져 보이는, 남들이 부러워할 듯한 삶을 산다고 행복하지 않다는 것이다.  과연 우리가 20세기 후반까지의 고정관념들로 만들어진 (꾸며진) 성공한 직장인, 성공한 삶이라는게 행복을 가져다 줄까?

먼저 나 역시도 타인과 사회, 외부 시선에 의해 성공의 잣대를 들이대고 겉멋에 취해 착각하고 살았다는 것을 35살에 깨달았다. 그리고 그 다음해에 현재 회사로 이직했다. 작지만 전문성 있는 회사. 듣보잡에 남들이 가고싶어 하는 회사는 아니지만, 적어도 돈때문에 사람들을 부속품처럼 여기지 않는 회사로.


그러나 이직후에도, 여전히 반복되는 일들이 많았다.사람들은 싫었다.  선택한 업계의 문제인지, 지금 회사의 문제인지.답답했다.  이직후 2-3개월만에 아침에 그 우울함이 스믈 스믈 올라왔다.


바로 답을 찾는 대신, 아침에 눈을 뜨고 잠에서 깨면, 어떤 기분으로 오늘 하루를 시작하고 보내고 싶은지를 내 자신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가졌다.

“오늘 하루는 이렇게 보내고 싶다" 하는 구체적인 그림.


일하기 싫은게 아니고, 그저 출근해서 보내는 매일매일이 싫었다.

전혀 관심도 없는 영국인 직원들에게 How are you? 라고 말해야하는 상황도 불편하고, 회사의 오픈 데스크와 너무 가까운 직원들간의 거리. 큰회사에 비해 지저분하고 세련되지 못한 퍼실리티. 그리고 부정적기운을 내뿜는 회사사람들. 사소한 하나하나까지.

그 곳에서  주 5일 9-6, 그리고 출퇴근 약 1시간 반의 시간.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면 하루의 65%를 회사에서 보내는것 자체가 견딜수가 없었다.  


그러나 나는 회사를 관둘수는 없었다. 영주권이 있어서 비자의 문제는 아니다.

퇴사할 경우의 나의 삶이 행복할거라 생각되지 않았다.

그러나 일단 지금의 회사로 매일 출근하다간, 이유없는 고통이 이어질거라는 건 확신했다.


그래서 나는 "가능한 옵션부터 시도해보자"는 생각으로 회사에 신청을 했다.

“무급휴가 1개월"   


그래서 나는 “무급휴가 1개월" 을 회사에, 나의 상사에게 제안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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