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스에서 최초로 리모트 워킹 직원이 되다.
나는 런던의 영국 광고회사에서 기획/운영관리일을 하는 풀타임 직장인이다.
본사는 런던 중심에 있어, 한국에서 처럼 아침 출근시간 직장인들 사이에 끼여 미어터질것 같은 런던의 지하철,튜브를 타고 출근했다.
그러나 올 3월부터 소위 말하는 “워킹 프롬 홈 Working from home” 으로 리모트워킹을 시작했다.
일반적으로 주 1-3회 집과 오피스를 오가며 일하는 "워킹 프롬 홈" 이 아니라, 나는 오피스 출근을 아예 하지 않아도 되었다. 집에서 일해도 상관없다. 그러나 나의 업무 생산성을 위해 일과 일상의 공간을 구분하고자 집대신 나만의 업무공간을 공유오피스에 대여했다.
이런 나의 업무 시스템 또는 일하는 방식을 “리모트워킹" 이라고 부르는것이 가장 적절하겠다.
한국에서 이 글을 접하신 분들은 '런던에서는 회사생활에 리모트 워킹이 흔한가보다' 라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HR 등 기본적인 조직을 갖춘 어느정도 큰 회사들을 모두 9-6의 출퇴근 방식을 기본 룰이다. 이런 HR 조직이나 업무공간을 마련할 수 있는 재정적 능력이 부족한 소규모 회사들은 리모트 워킹을 어쩔수 없이 할수도 있다.
프리랜서 시장이 큰 런던은, 한국 보다는 리모트워킹의 방식의 회사와 개인들이 많겠지만, 그래도 런던에서도 “리모트워킹" 은 아직 대부분의 회사에서 취하지 않는, 비주류적인 업무 방식이다.
1년전의 나는 출근하는 아침마다 조금만 더 침대속의 시간을 벌어보고자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그렇게 출근한 직장에서는 알수없는 복통에 시달렸고, 밤에는 1주일에 2일은 불면증으로 잠을 이루지 못했다.
나는 한국과 런던에서의 직장생활이 10년이 넘었지만, 매해가 지날수록 나는 업무스트레스와는 별도로 그저 회사생활이 힘들었다. 천상 직장인이라고 생각한 내 자신은, 해가 바뀔수록 평생 직장인으로 살 자신이 없어졌다.
그곳이 런던이든, 서울이든.
이 정신적 스트레스가 바로 반응하는 몸의 신호. 건강 적신호.
가장 먼저 생각한것은 "퇴사" 였다.
그러나 한국에서 처럼 비빌 언덕인 부모님도 안계시고, 친인척도 없는 런던에서 수입원을 잠시 끊는다는것은 내 상황에선 옵션이 될수 없었다. 물론 잠시 한국에 다녀오는것도 방법이 될 수 있었지만, 다녀온 이후의 그림이 그려지지 않았다.
가장 중요한건 나는 무엇을 하기위해 퇴사를 하는것인지 알수 없어 내 스스로 납득이 가지 않았다.
지금 상황으로는 그저 "출근부터 퇴근할 때까지의 매 시간이 의미없게 느껴지고 알수없이 스트레스받고 몸이 피곤" 하기 때문에 몸이 아픈것 같다. 라는 느낌적 상황이었기에, 퇴사는 답이 아니라는 생각이 강했다. 그렇다고 이직을 하고 싶지도 않았던 이유는 내가 속한 인더스트리, 업계에 대한 나의 부정적인 감정때문에 이직에 의한 의욕도 없었다. 이것이 '번아웃'이라고 할 수 없는것이, 일 자체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아닌, 내가 속한 업계 자체의 문화와 사람들, 그리고 7년 넘게 영국회사에 출퇴근을 하면서 "심적으로 지친" 상황 때문이었다.
그러면 지금처럼 "일" 은 그대로 하되, 나를 심적으로 지치게 하는 그 상황에서 벗어나는 방법이 없을까? 라고 고민하기 시작했다. 지금의 나는 이 일을 좋아하진 않지만, 잘하고 있기 때문이다.
친구들은 프리랜서 계약직으로 전환하는것을 권유했다. 그러나 프리랜서도 출근해서 하는일은 똑같게 때문에 그것은 내가 가진 문제의 본질을 해결해 줄수 없었다.
무엇보다도 풀타임 정규직이 아닐 경우, 현재 회사에서 얼마만큼 나를 필요로 할지 전혀 예상이 되지 않았다.
그런 사례도 없거니와, 주변에 워킹맘의 경우 주 2회 집에서 일하는 것조차 꽤 눈치가 보이는 상황이었기 때문이었다.
사표를 쓸수는 있겠지만, 지금 상황에서 다른 회사로 이직할 긍정적인 기운과 자신감, 그리고 비슷한 포지션으로 다른 더 큰 회사에서 일하는 나의 행복한 모습이 그려지지 않았다. 그야말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안개속.
내 스스로 자신감과 확신이 필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