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크리에이티브 런던 Oct 08. 2019

직장생활에서 나만의 루틴을 찾다

리모트 워킹. 돈보다 가치있는 시간이라는 월급 

'일하는 공간과 시간을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다면, 일상의 행복과 질이 정말 달라진다.' 

라는 생각은 리모트 워킹을 시작한지 약 4개월여 지난 후에나 문득 든 생각이다.

바로 내가 만든 "나에게 맞는 루틴"이 어느정도 만들어 지고, 적응이 되었을때다. 


돈만큼 시간이 보상으로 주어지는 시대. 리모트 워크의 시대.

10년내로 국경, 조직내 그룹 워킹도 사라지는 시대가 온다면, 자율적으로, 주도적으로 일하는 습관이 인재를 판단하는데 중요한 기본 스킬이 될것이다. 즉, 당연히 공간과 시간을 초월해서 내가 일하고 싶은 환경에서 최대한 능률을 끌어올려 일하는 능력도 중요해진다 말이다. 그런 업무 습관과 능력은 고액연봉과 사내권력 같은 보상보다도, 개인이 스스로 느끼고 깨닫는 일하는 일상의 행복감에서 저절로 만들어지는게 아닐까 한다. 루틴과 습관으로 자리잡아야 하기 때문이다. 

나의 일하는 습관에 방식, 환경에 따라 일하는 시간도, 하루를 살아가는 일상의 시간도 2배씩 벌 수 있다면?

그것이 리모트워킹시대에는 돈보다 시간이라는 보상이 무엇보다 큰 동기부여가 될 수 있다. 



출퇴근 왕복 2시간이 걸리더라도 삐까번쩍 고층건물에 정장 빼입고 디지털 와치를 흠칫 쳐다보며 럭셔리한 레스토랑과 바에 둘러쌓인 시티에서 회사생활을 하는것을 선호하는 사람들도 많다. 물론 나도 첫 직장생활때는 그랬다.

그러나 지금의 자전거를 타고 내 작은 책상이 있는 공유오피스로 출근하는 하루가 정말 행복하다. 

런던 필즈 공원을 가로질러, 브로드웨이 마켓의 카페에서 아침 커피한잔하고, 오피스에서 일하다  햇살이 나오면 공원 산책도 하고, 근처 서점과  공짜 갤러리를 들러 보고, 퇴근길 자전거타고 가다 공원에 있는 야외 수영장에서 수영하고 장도보고 집에서 요리해먹는 지금의 삶이 너무 행복하다.

아침일찍부터 하루를 마감하는 시간까지, 출퇴근할때보다 1.5배 이상은 시간을 번 느낌이다. 

 

문득, 언제까지 리모트 워킹을 하면서 이런 일상이 가능할까? 라고 걱정이 될때도 있다. 

리모트 워킹일을 하는 사람들의 90% 이상이 불안감 (ANXIETY) 를 느낀다고 하는데, 나 역시 처음에는 생각보다 부담스럽고 알수없는 불안함이 밀려왔다. 

*리모트 워커들이 느끼는 불안감에 대해서는 “리모트워킹의 본질" 에 대해서 좀 더 자세히 설명해보겠다.


내가 지금까지 해 온 직장생활, 일하는 일상이 이렇게 행복한 적이 없는데. 언제 까지 이렇게 일할 수 있을지, 아니 정확하게는 지금 나의 방식이 회사의 일반적인 (Normal) 업무 방식으로 자리 잡지 않는다면 과연 언제까지 고용주가 나를 리모트워킹의 방식으로 고용해줄 것인가? 하는 불안감이었다.  (현 직장에서 리모트워킹을 하는 사람은 내가 처음이다)

출퇴근시간의 스트레스도 없고, 불필요한 미팅도 갈 필요가 없고, 집중이 잘되는 시간대에 아무런 방해없이 업무를 밀도있게 하고 내가 정한 데드라인에 맞춰 (더빨리) 끝낼 수있다. 사람들과 불필요한 인터렉션 없이, 정치적인 리더쉽을 과시하느라 에너지 쏟을필요없이, 그저 100% 일에만 집중되는 시간.

분명 명확한 장점이 많은 리모트워킹이지만, 얼굴을 보지 않고 과연 팀원들, 상사와 CEO 가 나를 얼마만큼 신뢰하는지 확신이 없고, 사실 초반에는 승인을 받고서도 리모트 워킹하는것이 눈치보이기도 했다. 

 

이것은 어쩌면 내가 스스로 “리모트 워킹” 에 대해 확신이 부족해서 오는 불안감이 아닐까 생각했다.

일반적인 출퇴근 직장생활에서 중요한것이 워라밸이다. 리모트 워킹은 워라밸에서 나아가 나 개인의 주체와 내자신과 회사에 고용된 직원으로 내주체. 이  두 주체 사이의 밸런스를 잘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어떻게하면” 이런 일상을 지키고 이어나갈 수 있을지를 계속 생각했다.


리모트워크의 불안함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나도 회사도 공감하는 “루틴" 의 안착이 키

어떤 선례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조언받을 지인도 없었기에, 리모트 워킹 초반에는 매주 새로운 루틴으로 하루가 펼쳐져 적응기가 필요했다. 

일단은,  아침에 눈을뜨는 때부터 “오늘 주어진 시간이 온전히 100% 내가 컨트롤 할 수 있는 그런 시간이다” 라는 느낌을 받아들이는 것도 시간이 필요했다.  모든것이 새롭기에 적응기가 필요했다.

새로운 데일리 루틴 (일상)뿐 아니라, 새로운 공유 오피스,  새로운 주변의 사람들까지. 

뭔가 아른 아른 거리는 기억이, 알고보니 2009년에 한국의 회사를 퇴사한 이후의 첫 1달여간 그런 느낌을 가졌던것 같다. 다른점이 있다면, 그때는 유학준비를 했다면, 이번에는 회사일을 하면서 “의무적으로 해야할 일" 이 주어졌다는 점. 뭐, 아주 큰 차이라 할 수 있겠다.



그런 적응기를 거친 끝에, 지금의 나의 일반적인 리모트워킹 일상의 루틴은 다음과 같다. 

아침 6시-6:30분에 일어나 세수도 하지 않고 따뜻한 물한잔 하면서 책을 읽는다. 

1시간에서 30분 정도 책을 읽고, 간단히 스트레칭 겸 요가를 10-20분 정도 한다. 

시차가 다른 지역과 중요한 프로젝트 논의가 오가는 중이라면, 오전 7시 30분 정도부터 이메일을 확인하고 일 1시간 정도 한다. 

그리고 간단히 아침식사를 하고, 모카포트로 커피를 만들고 텀블러에 담아 자전거를 타고 출근한다.

오전에는 풀타임 회사일을 한다. 오전에 모든 화상미팅을 잡고나면, 보통 점심시간 전까지는 중요한 일들을 끝낸다. 그리고 점심시간에는 산책을 하거나, 책을 읽거나, 필라테스 수업을 간다. 

점심 후 약 2시 정도에 다시 풀타임 회사일을 시작하고, 끝내는 시간은 매번 다르다. 

회사일이 끝나면, 그 이후부터는 나의 사이드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사이드 프로젝트 집중이 잘될때면 가끔은 밤 9-10시까지도 일을 한다. 

몸이 뻐근할때는 공유 오피스 근처의 공원에 딸린 수영장에서 운동을 하고 온다. 

이것이 일반적인 나의 리모트워킹 일상, 루틴이다. 

물론 정말 집중해서 아침 8시부터 일을 시작하면 점심시간쯤이면 모든 하루의 일이 끝날때도 있다.

회사로 출퇴근할때는 보통 오후 5시까지 걸리던 모든 일이 보통 정오 12시내로 끝나니, 효율적인 시간활용이 얼마나 삶의 효율과 생산성을 높여주는가 체감하고 있다.

특히 내 경우엔, 아침을 맞는것이 더이상 싫지 않다는 것을 넘어, 아침에 일어나 하루를 시작하는것이 설레인다는 것이 큰 변화를 가져왔다. 아침시간에 집중적으로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 많은 것들을 할 수 있고, 그로 인해 오전시간에 회사일에 몰두하고, 벌써 점심시간이 되어 하루의 반이 지났다는게 아쉬울 정도다. 


아침을 기다리는 시간. 침대를 벗어나 좋아하는 자리에서 갓 내린 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을 수 있는 심적인 안정.



이 루틴이 자리잡기 전까지, 리모트 워킹의 초반에는 이 새로운 루틴에 큰 단점은 발견하지 못했지만, 드라마틱한 장점도 발견하진 못했다.  

첫 3개월만해도, 내가 과연 자유롭게 일하는 스타일이 맞는지, 대기업 생활이 맞는지는 헷갈렸다. 흐릿해진 소속감. 회사에서 내가 일하고 있는건 아는지.  물론 현재 작은 회사에서 일할때 보다는, 체계와 문화가 잘 잡힌 전직장과 같은 대기업에서 큰 빌딩에서 근무할때 만족감이 컸다. 갓 회사생활을 시작한 사회 초년생들에게는 출퇴근하여 팀의 루틴속에서 일하는 회사생활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조직속에서 일하는 경험을 쌓아야,  그 조직과 함께 같은장소에 있지 않더라도 어떤 일을 어떻게 해야할 지 파악하게 되고, 그래야  자기주도적인 리모트 워킹을 루틴을 설계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직장생활 10년이 넘은 나는, 리모트 워킹 6개월이 지난 지금 해당 루틴에 적응하고, 매우 만족하며 건강한 하루를 살고 일한다. 



리모트 워크에서는 개인의 역량과 업무 스타일에 맞게 직접 커스텀한 업무방식이 필요

효율적인 시간활용이, 회사 일뿐 아니라, 삶 그자체의 효율과 생산성을 높여주는것을 체감하고 있다.

획일화된 업무, 일과의 루틴이 아닌 개인의 역량과 스타일에 맞게 스스로가 주도적으로 커스텀하는 유연한 업무 방식가 필요하다. 어느 누가 나보다 더 나의 업무효율에 최적화된 업무루틴을 만들 수 있을까? 

현재 나의 리모트 워킹 루틴과 1년후 나의 루틴은 또 조금 달라져 있지 않을까 한다. 내 업과 고용주의 비지니스 상황에 맞춰 각자의 업무 스타일과 생산성을 최적화한 루틴을 만들고 소화해 내는것이 필요하니까.

싱글인 내게 최적화된 리모트 워킹 루틴과 육아를 병행하는 직원에게 최적화된 리모트 워킹 루틴은 똑같은 일을 하는 사람이라도 다를수 밖에 없다. 그 루틴은 경험과 업무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를 통해 본인이 직접 만들어 나가야 하는것이니까. 


그래야 리모트워킹을 하는 개인도 행복하고, 고용주도 만족하고 신뢰 할 수 있을것이다.


리모트워킹 후 더이상 아침이 싫지 않다. 아침을 좋아해야 아침형 인간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이제야 깨닫고 있다. 좋아하는 책을 마음껏 읽을 수 있는 시간.


이전 05화 무급휴가 1개월으로 시작된 리모트워크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