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ttagirl Jan 09. 2019

나만의 스윙

One true, authentic swing, ours alone.



언제부턴가 제 카카오톡 프로필 상태 메시지는 "is one true, authentic swing, that's ours alone"입니다. 저는 이 문구를 "베가번스의 전설 The Legend of Baggar Vance(2000)"이라는 미국 영화 대사의 한 구절에서 가져왔습니다.



제 카카오톡 프로필입니다




1930년대 미국 조지아주 사바나가 배경인 영화에서 래널프 주너(맷 데이먼)는 왕년의 골프 챔피언입니다. 지역 대표 골퍼로서 명성을 날리던 자랑스러운 과거가 그의 것이지요. 하지만 1차 세계대전에서 겨우 살아 돌아온 그에게는 애인도 명성도 그리고 그토록 자신 있던 스윙마저 모두 사라져 버렸습니다. 유일하게 남은 것이라곤 끈질기게 찾아오는 전장의 상흔과 희미하게 남은 과거의 영광뿐. 그런 그에게 구세주처럼 나타난 캐디 베가번스(윌 스미스)가 이렇게 얘기합니다.


우리 모두 각자의 안에는 우리의 고유한 진짜 스윙이 하나씩 있어요. 우리가 태어날 때 갖고 온 스윙. 우리의 것이고 우리만의 것인 스윙. 가르치거나 배울 수 없는, 기억될 수밖에 없는 그 스윙.
Inside each and every one of us is our one, true authentic swing. Something we was born with. Something that's ours and ours alone. Something that can't be taught to ya or learned, something that's got to be remembered.


영화는 전형적인 할리우드 영화의 작법을 따라, 자신만의 스윙을 되찾은 주너가 명성도 애인도 되찾는다는 행복한 결말로 끝을 맺습니다.


베가번스의 전설(2000)


뻔하다면 뻔하다 할 수 있는 영화이지만 우리가 인생에서 추구해야 하는 바를 이 영화의 윗 구절처럼 잘 표현하기도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진짜 고유한 나만의 스윙, 오직 나만이 주인인 그런 스윙, 내 고유한 무늬와도 같고 나와 한 몸을 이루는 그런 스윙을 갖는다는 것! 베가번스는 그러한 스윙은 우리가 찾아야 하는 것이 아니고, 오히려 그것이 우리를 찾아오는 것이라 말합니다. 우리가 이 스윙을 만나기 위해 해야 하는 것은, 그저 그 스윙이 우리를 찾을 수 있도록 허락하는 일입니다.


힌두의 경전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이 영화의 플롯(위키피디아에 따르면, '바가바드 기타'라는 힌두 경전에 등장하는 "신 god '바가반'-전사 warrior '크리슈나'"의 관계가 "베가번스-주너"의 관계와 평행하다고 합니다)은, 그래서인가 철학적이다 못해 자못 종교적으로까지 읽힙니다. 니체의 초인, 들뢰즈의 노마드는 물론이거니와 기독교의 자유, 불교의 해탈, 도교의 자연까지도 결국 그것이 설파하는 바는 곧 '자기답게 살기'가 아닐는지요. 그것이 우리의 구원이고 해방이라고요. 그렇다면 '배가번스의 전설'은 자기다운 삶을 살아야 한다고 말하는 철학이나 종교와 이웃한 영화적 버전의 하나라고도 볼 수 있겠습니다.


제가 이제껏 이해한 골프란 '나만의 스윙'을 만나는 과정의 또 다른 이름입니다(그리고 이것이 제가 골프를 좋아하는 두 번째 이유이기도 합니다). 같은 의미로 수영은 자신만의 스트로크를, 복싱은 자신만의 펀치를, 마라톤은 자신만의 스텝을 완성해가는 과정이겠죠? 스포츠 전반에 과문한 제가 단정할 수는 없는 문제이지만 왠지 그럴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렇다면, 그런 의미에서, 모든 스윙은 옳습니다. 그것이 진정 자신의 것인 한에서 말이지요.


우리가 아널드 팔머 Arnold Palmer,  퓨릭 Jim Furyk,  댈리 John Daly,  소프 Jim Thorpe처럼 자신만의 독특한 스윙으로 골프계에  획을 그을 법한 골퍼는 아닐지도 모릅니다. 모두가 한눈에  주인이 누군지를 파악할  있는 시그니처 스타일을 가진 파블로 피카소나  고흐 같은 스타일리스트도 아니고, 파바로티나 아델 같이 내놓으라  목소리를 가지고 있지 않을지도 모르죠. 하지만 나만이 고유한 주인일  있는  스윙을 만날  있다면, 나만의 스타일 나만의 목소리가 담긴 나만의 스윙을 만날  있다면, why not swing?!!







이전 02화 은유로서의 골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