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번째 텀블벅 펀딩을 돌아보면 큰 아쉬움이 남는다. 너무 서두른 것이다. 나쁘지 않은 성과인데 왜 아쉬움이 남는지 궁금할 것이다. 무엇보다 당시 내 마음이 너무 급했다. 1년 가까이 준비했던 프로젝트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극도의 스트레스와 무기력증에 빠졌었다. 그때 나를 구한 것이 이 BLOCK을 만드는 것이었다.
최대한 빨리 결과물을 내놓고 싶었다. BLOCK 아이디어를 떠올린 것이 9월 초였다. 그때 2개의 선택지가 있었다.
1번 : 최대한 빠르게 베타 버전(2020년 11-12월 2개월 분량)으로 시작한다. 이 경우 2021년 1분기 버전 펀딩을 12월 전에는 해야하기 때문에 엄청난 속도로 진행해야 한다.
2번 : 여유를 갖고 2021년 1분기 버전으로 시작한다. 이 경우 1번의 베타 버전을 제작하지 않는다. 그만큼 일정과 제품 개발의 여유를 갖을 수 있었다.
돌아보면 2번을 선택하는 것이 옳았다. 하지만 난 1번을 선택했다. 그리고 당시에는 1번이 옳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옳다는 판단에는 당시 내 마음 상태가 영향을 미쳤다. 빠르게 움직여서 만들면서 자신을 찾고 싶었던 것이다. 2번을 선택할 경우 첫번째 제품이 나오기 까지 2개월 이상이 걸릴 것이다. 그 2개월의 기다림이 2년과도 같이 느껴졌다. 물론 돌아보면 기다리는것은 아니다. 엄청 많은 일들을 그 사이에 해야 한다. 하지만 난 몰랐다.
이런 결과를 떠나서 정말로 아쉬운 것은 하나의 이유다. 텀블벅 펀딩의 시스템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앞서 말한것처럼 BLOCK 플래너의 첫번째 펀딩은 정말 성공적이었다. 추천 프로젝트 등에 올라가면서 예상보다 많은 후원자와 예산을 모을 수 있었다. 이런 결과를 보면서 다음 분기 플래너도 이 정도 이상이 될 것이라고 착각했다. 솔직히 금방 키울 수 있다는 꿈에 부풀었다.
내 착각도 일리는 있었다. 무엇보다 첫번째 블록 플래너는 단 2개월만 사용할 수 있었다. 그런데 가격은 2만원이 넘었다. 그런데 300명이 넘는 분들이 펀딩을 한 것이다. 당연히 자신감이 붙었다. 베타 버전이 이정도인데, 제대로 시작하면 최소한 이것 이상은 나오겠다. 우선 매 분기 500명의 고객을 목표로 했다.
그런데 모든게 착각이었다. 우선 텀블벅 플랫폼에 대한 이해가 떨어졌다. 텀블벅은 개인 창작자의 창작물을 후원하는 역할을 한다. 첫번째 BLOCK 플래너는 컨셉이 독특했고, 텀블벅의 목적과도 잘 맞았다. 나는 이때 다음에 하는 것도 당연히 추천 프로젝트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다음번 BLOCK 플래너는 내부 내지의 디자인에만 변경이 있지 완전히 다른 프로젝트가 아니다. 텀블벅 정책에서 보면 새로운 것이 아닌것이다. 내 입장에서는 완전히 새로운 것이지만 말이다. 두번째 펀딩은 추천되지 못했다.
그런데 이 추천의 영향력이 엄청났던 것이다. 난 그렇게 클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그래도 고무적이었던 것은 첫번째 샘플을 펀딩한 고객중 60%가 다시 펀딩을 해주신 것이었다. 하지만 이것이 전부였다. 자연 도달을 첫번째 펀딩과 비교할 수조차 없는 수준이었다. 2차 펀딩은 247명이 후원해 주셨다.
만약 2번을 선택했다면 결과는 어땠을까? 물론 정확하진 않지만 대략 추측해 볼 수 있다. 2번을 선택했다면 대략 아래와 같은 일정이 됐을 것이다.
펀딩 : 10/1 ~ 11/15
제작 : 11/15 ~ 12/15
배송 : 12/20 전후
우선 펀딩 기간이 급하게 했을 때보다 3배, 최대 4배까지 늘어난다. 물론 매일 같은 속도로 펀딩 고객과 액수가 늘어나긴 어려울 것이다. 펀딩이 끝날때까지 추천 프로젝트에 올라간다는 보장도 없다. 이를 감안하고 보수적으로 계산하면 펀딩 고객 수는 최소 800~ 최대 1200명, 펀딩 금액은 최소 1500 ~ 2800만원 정도가 예상된다. 무엇보다 펀딩 고객 수가 1차 결과 330명에 비해 2.5배 이상 늘 것은 분명하다.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2차 펀딩도 최소 500명 이상은 유지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모두 결과론이다. 이 자체도 경험을 하지 않았다면 몰랐을 것이다. 크라우드 펀딩을 처음 해보면서 배운 것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렇게 서두르는 것은 내 성격이기도 하다. 어떤 프로젝트를 할때마다 나는 서두는 경향이 있다. 가끔 착각한다. 서둘러서 빨리 만들어야 제대로 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런데 항상 결과는 서두르면 아쉬운 점이 많이 남는다. 무엇보다 서두르지 않았을 때와 비교하면, 왜 이렇게 서둘러서 하려고 했지 하는 생각이 많이 남는다.
솔직히 말하면 명확한 설계가 없기 때문이다. 내 성격자체가 굉장히 급박하고, 즉흥적인 편이다. 그러다 보니 상세한 계획과 설계는 잘 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빠르게 해내는 것이 옳다고 착각한다. 부끄럽지만 고치려고 하는데 잘 고쳐지진 않는다. 하지만 정말로 내 브랜드를 만들려고 한다면 이제는 고쳐야 할때라는 것을 느끼고 느낀다. 이 첫번째 펀딩을 끝내고 더욱 더 그 깨달음이 크게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