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을 만들면서 언제까지나 크라우드 펀딩에 의존할 순 없다. 자립해야 한다. 또한 펀딩을 놓친 분들께서 계속 구매가 가능한지를 여쭤보기도 하셨다. 스토어 기능이 있는 웹사이트는 BLOCK을 시작하면서 반드시 해야 할 일로 생각하고 있었다. 영어등 외국어 버전까지 제작해서 우선 디지털 버전 판매까지를 목표로 했다.
그렇지만 우선 한국어를 제대로 정착시킨후에 가능했다. 일단 판매를 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했다. 소규모 업체들이 주로 하는 방법은 카페 24나 네이버 스마트 스토어다. 카페 24는 보다 자유로운 변형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스마트 스토어는 접근성에 장점이 있다.
제품도 BLOCK 플래너 하나였기 때문에 스마트 스토어를 선택했다. 스마트 스토어 셋팅은 정말 쉽다. 편리하다. 대단한것은 아니지만 그렇게 스토어를 셋팅하니 뭔가 큰 일을 한 기분이었다. 방문자도 구매자도 없지만 정말 뿌듯했다.
그래 정말 하고 있구나.
종종 착각한다. 이렇게 스토어를 만들었으니 구매자가 폭발하겠지. 그런 일은 대부분 일어나지 않는다. 스토어 페이지를 만들고 상품을 등록하고는 나도 이런 말도 안되는 기대를 했다. 말이 안되는 것을 알면서도 꿈처럼 꾸게 된다. 여러분들도 그럴 것이다.
그리고 생각해보면 구매자가 그렇게 생길 이유도 없었다. 판매하는 제품은 2021년 1/1-3/31 까지 사용할 수 있었다. 그런데 당시가 이미 1월 10일쯤 이었다. 펀딩에 보내고 남은 제품을 판매할 생각이었지만, 이미 1월이 10일이나 지난 시점에서 제품을 구매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렇다고 판매 금액을 낮출 생각도 없었다. 판매 금액은 함부로 낮추거나 높이거나 하면 문제가 될 수 있다. 전략적으로 판단하고 행동해야 한다. 그렇게 기대를 하지도 않으면서 나도 모르게 수시로 스토어 관리 페이지에 들낙거렸다. 만약 구매가 일어나면 핸드폰의 스마트 스토어 앱으로 알림이 오는데도 말이다. 스토어를 처음 시작해본 분들이라면 100% 공감할 것이다.
그리고 몇일이 지났을까. 핸드폰에 알림이 떴다. 나도 모르게 환호성을 질렀다. 우와! 첫번째 구매 고객이다!! 사이트에 들어가서 구매자 연락처와 주소를 확인했다. 택배 앱에 입력했다. 택배 소장님께 카톡을 보냈다.
"소장님, 오늘 배송건 있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이모티콘도 덧 붙였다.
그리고 보낼 제품을 포장했다. 50권 정도 남은 플래너를 다시 하나하나 살펴봤다. 그중에서 가장 좋은 것으로 보내 드리고 싶었다. 괜찮다고 생각된 플래너에 띠지를 결합했다. 커버에 약간의 그을임이 있었다. '아 이건 안돼! 첫 구매자신데 완벽한 걸로 보내드려야지'
그렇게 3,4번을 찾고 찾았다. 조그만 흔적도 없는 것을 찾아서 띠지를 연결했다. 엽서 표지에는 직접 펜으로 감사의 메시지를 적었다. 포켓 설명서를 포켓에 넣었다. 추가로 만년형 노트커버를 선물로 같이 넣었다.
지난번 배송때 몇몇 고객께서 배송중에 찌그러진 플래너를 받으셨었다. 그런 문제가 없도록 이번에는 2중으로 완충재를 보충했다. 그러면서도 사용자 경험에서는 좋지 않다는 아쉬움이 남았다. 빨리 브랜드를 괘도에 올려야 한다. 패키지부터 BLOCK의 철학이 살아 숨쉬는 제품으로 개선해야 한다. 는 생각을 한다.
그렇게 설레는 첫 번째 판매를 했다.
이후로 많지는 않지만 꾸준하게 주문이 들어왔다. 물론 금액이 크지도 않고, 수량이 많지도 않다. 금액을 생각하면 '이것을 계속 해야 하나' 라는 생각이 솔직하게 들 수밖에 없다. 회사를 다니면 월급이 나오는데, 나는 거의 0 상태다. 물론 마이너스가 아닌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하지만 무엇보다 1년은 수익을 생각하지 않기로 하지 않았나. 내가 BLOCK을 만드는 것은, 플래너가 아닌 브랜드를 만드는 것이다. 내가 직접 밑바닥부터 하나씩 브랜드를 직접 만들고, 키우는 경험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그것 때문에 하는 것이다. 그리고 핵심은 브랜드 북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브랜드 북을 만드는 것이다. 라는 생각으로 스스로에게 초심을 다시 불러 일으킨다. (문제는 그 브랜드 북을 아직도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올해까진 꼭 해야지!)
그래도 BLOCK의 가치를 알아봐주시는 분들을 만나는 것은 이 가치를 다시 불러 일으킨다. 얼마전에는 정말 행복한 일이 있었다. 한분께서 BLANK (만년형)를 3권 구입하신 것이다. 그냥 3권을 구입한 것만으로 이렇게 기분이 좋진 않을 것이다.
우선 톡을 드렸다.
안녕하세요! BLOCK 입니다. BLANK 하드커버 3권을 구입해주셨네요. 잘 못 구입하신건 아닌지 확인 차 연락 드립니다. 3권을 동시에 구입하시는 경우는 처음이라서요!! 혹시 몰라 확인 후에 보내드리느라 배송이 하루정도 늦어질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답장이 왔다.
안녕하세요. 기본형 2Q부터 펀딩 시작해서 3Q도 정말 잘 쓰고 있습니다! 곧 미국으로 유학을 가는지라 한동안 기본형 펀딩은 참여하지 못할 듯하여 대신 만년형을 쟁여가려구요ㅎㅎ 자율적으로 일해야 하는 대학원생인데 플래너 덕분에 스스로 어떻게 시간을 쓰고 있는지 확인도 하고 생산성도 올리고 있습니다. 아직 출국까지 시간이 있으니 천천히 보내주셔도 괜찮습니다 (전혀 늦지 않았는데요...ㅠㅠ) 그냥 플래너 개발해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 드리고 싶었습니다.
2Q와 3Q를 펀딩해주시고, 유학 가서 사용하기 위해서 만년형을 3권이나 구입하신 것이다. 놀랍고, 신기하고, 감사하고, 행복했다. 매출이 늘어난것도 행복하다. 하지만 정말 BLOCK의 가치를 발견하고, 공감해주는 찐 BLOCKER분이 한분 더 생긴것이다. 이것이 정말 행복하다. 고객은 나를 춤추게 한다.
유학 가셔서 공부하는데 BLOCK이 도움이 되면 좋겠다. 감사와 축하를 담아서 BLANK HARD (만년형 하드커버) 1권과 BLANK LIGHT(만년형 노트커버)3권을 함께 보내 드렸다.
지금 나에게 중요한 것은 이런 BLOCKER 분들을 만드는 것이다. 자만하지 않고, 서둘지 않고, 하지만 핵심을 공략하면서 빠르고 정확하게 말이다!
아침 일과는 네이버 스토어 확인으로 시작한다. 아직 정식 웹사이트를 만들지 못했다. 그래서 네이버 스마트 스토어를 사용한다. 스마트 스토어에 들어가서 주문이 있는지 확인한다.
그런데 예상하지 못한 팝업이 떠있다. 사업자 등록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연 매출이 4000만원은 돼야 사업자 등록을 요청할텐데 내가? 무슨일일까. 하고 자세히 내용을 봤다. 구매 완료 건수가 100건 이상이면 사업자 등록을 권장한다는 내용이 있다.
기분이 좋다. 스마트 스토어에서 판매한게 100건이 넘었다는 거다. 그래봤자 매출액은 어림도 없는 수준에 불과하다. 최저 시급도 안된다. 그래도 이제는 한 계단 올라간 기분이다. 개인 사업자를 등록해야 겠다.
아직, 부끄러운 수준이지만,
어쨌든, 이렇게,
내 브랜드를 만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