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를 만들기 위해선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까?
학생 때부터 다양한 노트, 다이어리, 플래너를 사용했다.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부터는 부족한 계획 수립 능력과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 특히 다양한 기능의 플래너를 사용한 것이다. 하지만 언제나 계획만 반복했습니다. 많은 기능이 있는 플래너는 그 복잡함에 얼마 못가 그만두기 일쑤 였다.
문제를 고민하다가 결론은 집중력에 있다는 답을 내렸다. 답을 내렸다 보다는 그것이 나란 사람의 스타일과 더 잘 맞는다고 판단했다가 더 정확할 것 같다. 특히 당시에 읽었던 '원띵'과 '딥워크'란 책이 도움이 됐다.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이야기일 수 있지만, 두 권은 책은 단순함과 단 하나의 핵심에 집중하는 힘에 대해서 다룬다.
대부분의 플래너는 시간을 관리하고, 열심히 계획하고, 실행하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 우선 부지런해야 한다. 그런데 난 부지런함과는 거리가 멀다. 잠도 무조건 8시간 가까이는 자야 한다. 아침에 일찍일어나면 빨리 피곤하다는 것이 내 지론이다.
이런 내 성향을 바꿔보려고 열심히 플래너를 썼다. 하지만 위에서 말한데로 오래가지 못했다. 나와는 맞지 않는 옷을 입는 기분이었다. 그렇다면 내 체형을 바꾸거나, 내 체형에 맞는 옷을 입는것이 맞다. 나는 항상 내 체형을 바꿔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있었다.
그러다가 단순함의 힘에 대해서 알게 된 다음부터는 내 체형에 맞는 옷을 찾고 싶었다. 하지만 이런 목적에 맞는 플래너는 없었다. 그래서 내 나름대로의 아이디어를 더해서 집중력과 실행, 그리고 직접적인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새로운 컨셉의 플래너를 테스트 했다.
핵심 방법은 단순했다. 30분 단위의 블록(직사각형)으로 중요한 시간대를 나눴다. 그리고 집중한 시간은 빗금처리를 해서 구분했다. 이렇게 하면 빗금이 몇 칸이나 되는지를 보고, 오늘 얼마나 집중했는지를 파악하기에 용이했다. 또한 크게 복잡하거나 어렵지도 않았다. 무엇보다 약간의 게임적인 요소가 더해져서 칸을 채워가는 재미가 있었다.
별 생각없이 했는데 4년이 넘도록 계속 했다. 무엇이든 금방 질리는 제가 4년동안 꾸준하게 사용했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아이디어를 앱으로 만들고 싶었다. 하지만 일단 혼자만의 힘으로 하기위해서 플래너로 브랜드를 시작하기로 했다.
네이밍을 정해야 했다. 사실 네이밍은 정해져 있었다. BLOCK.
솔직히 왜 BLOCK이라고 했는지는 정확하게 기억나질 않는다. 아이디어 스케치를 보면 CLOCK에서 변형을 시켜서 네이밍 아이데이션을 했다. 그러다 BLOCK을 선택했다. BLOCK이 갖고 있는 두개의 의미가 내가 생각하는 브랜드 컨셉과 딱 맞아서 그랬던 것 같다.
네이밍을 정했으니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정립해야 한다.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잡기 위해서는 단순하게 네이밍, 로고 디자인, 슬로건, 브랜드 스토리(철학,비전등)가 필요했다.
우선 로고가 필요했다. 학생때는 디자인을 전공해서 그런지 나는 만들고 싶은 브랜드나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로고나 그래픽적인 요소를 먼저 그리는 습관이 있다. 5년전에 혼자서 BLOCK 아이디어를 끄적이며 쓰기 시작했을때도 로고를 만들었었다.
이때는 집중보다는 시간이라는 것과 연계성을 더 중요하게 생각했다. BLOCK에서 L을 시계바늘 형태로 변형했는데, 당시에는 스스로 굿 아이디어라고 자화자찬 했다. 부끄럽다. 디자인적인 요소로 볼때 엉망에 가까운데 말이다.
다행스럽게 BLOCK을 제대로 만들기 시작하면서 로고의 방향성을 변경했다. BLOCK의 핵심은 시간을 잘 계획하고 관리하는 것이 아니다. 집중할 시간에 제대로 집중하는 것이다. 이런 생각을 중심으로 다시 브랜드 로고를 고민했다. 'L'을 블로킹(빗금)한 블록으로 표현하는 방법이었다. 베타버전에서는 그 뒤에 'OCK'를 썼다.
이후에는 'OCK'를 뺐다. 보다 더 단순하게 변형했다. 이렇게 단순화 하니 플래너의 커버에 로고를 세로 형으로 넣을 수 있었다. 이후에는 이 로고를 사용하고 있다.
디자인을 할 줄 아니까, 이렇게 로고를 만들 수 있는거 아냐? 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내 디자인 실력은 솔직히 디자인한다고 말하기 부끄러운 수준이다. 졸업한 이후에는 일러스트, 포토샵 한번 제대로 만진적이 없다. 이후에는 마케터와 광고전략을 하면서 만질 일도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완벽한 것은 없다는 것이다. BLOCK 로고는 크기에 따라 다시 제작해야 한다. B와 블록형태의 크기가 변형되면 굵기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것을 일러스트레이터로 다시 제작하려고 하니 잘 안됐다. 그렇다. 지금은 이 상태인것이다.
중요한 것은 어떤 방법이든 시작하는 것이다. 파워포인트로 만들어도 되고, 키노트로 만들어도 된다. 그냥 노트에 스케치를 해서 디자이너에게 부탁해도 된다.
단지 실행을 안하는 것이 문제일 뿐.
마케터나 브랜딩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좋아하는 브랜드의 슬로건이 있을 것이다. 나이키의 just do it, 애플의 think different 처럼 말이다. 또한 누구나 이렇게 모든 사람이 알고 공감할만한 브랜드 슬로건을 만드는 꿈이 있을 것이다.
나도 그랬다. BLOCK을 고안하고, 로고를 제작하면서 먼저 생각한 것이 슬로건이었다. 지금은 한국에서 작은 플래너를 만들지만 2년안에 전세계에 알려질 수 있는 브랜드를 생각하며 꿈에 부풀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Just do it 이나 Think different나 초점이 명확한 문장은 아니다.
Think different는 애플이 아니라, 구글, 페이스북이나 어떤 기업이 써도 쓸 수 있는 슬로건이다. 그런데 우리는 왜 애플의 Think different에만 열광하는 것일까?
이와 비슷한 문장을 슬로건으로 사용하는 기업이 애플만은 아닐텐데 말이다. 그것은 애플이 걸어온 길, 그들의 브랜드 스토리가 Think different와 이어지기 때문일 것이다.
개인적으로 사랑하는 브랜드인 '파타고니아'의 슬로건은 '지구를 구하기 위해 사업을 한다'(Patagonia is in business to save our home planet)' 이다. 만약 이 슬로건을 파타고니아가 아닌, 엑슨모빌이 쓴다고 하면 어떨까?
지구를 파괴하는 행위를 하면서 우리는 지구를 구하기 위해 사업을 한다고 하면?
누가 이 브랜드 슬로건에 공감하겠는가?
그렇다.
브랜드 슬로건은 브랜드 스토리와 철학이란 초석 위에서 쌓는 것이다. 당연히 스토리와 철학은 말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 일관되게 쌓아가야 하는 것이다. 그때서야 슬로건의 힘도 배가 된다.
그런데 나는 그냥 멋진 슬로건을 만들고 싶었을 뿐이다. BLOCK이란 브랜드가 만들고 싶은 가치는 명확하게 설정하지도 못한체 말이다. 그렇게 1년동안 3번이나 슬로건을 변경했다. 다음은 슬로건 아이디어 중 일부다.
Your time is limited, focus, focus, focus!
BLOCK your today, BUILD your tomorrow.
BLOCK your day, BUILD your dream.
KEEP FOCUS.
BLOCK for focus.
focus, flow, fly.
Don't manage time, Just conquer it.
Don't manage time, DO MANAGE FOCUS.
don't manage your time, MANAGE YOUR FOCUS.
블록은 시간을 관리하지 않습니다. 블록은 집중을 관리합니다.
블록하고, 집중하세요.
중요한 것은 BLOCK의 핵심 가치가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시간을 잘 관리하는 것? 자기 개발? 생산성 개선? 처음에는 이 가치를 명확하게 하지 않고 했다. 얼마후 브랜드 북을 제작하기 위해서 BLOCK의 철학을 정리하면서 깨달았다.
BLOCK의 핵심 키워드는 무엇이지? 모든 니즈를 모두 만족시킬 순 없다. 시간관리? 자기개발? 생산성 개선? 모두 만족시킬 순 없다. 오히려 BLOCK은 시간관리의 대치점에 있다. 시간관리의 새로운 방법이다. 집중에 집중하는 방법이다. 결국 '집중'이다.
이런 결론을 얻자 머리가 맑아졌다. 위험성이 있지만 대치되는 말로 관심을 끌 필요도 있다고 판단했다. 그렇게 결정한 BLOCK의 슬로건은 다음과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