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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블록을 시작했다.

집중하면 블록한다.

by 블록군

집중하면 블로킹 한다.

내가 떠올린 방법은 간단했다. 아니 목표가 간단했다. 하루를 얼마나 열심히 살았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잘 집중했는지를 간단하고, 쉽게, 재미있게, 빠르게 요약하는 방법이었다. 오랜 시간이 걸리면 내 스타일상 또 잠깐하다 말게 분명했다. 그리고 그래픽적으로 매력적으로 보이길 바랐다. 그래도 나름 디자인 전공인데.


단순한 네모 한 칸을 생각했다. 그 한 칸을 30 분이라고 생각했다. 30분은 포모도로 테크닉에서 힌트를 얻었다. 그리고 만족스럽게 집중했다면 그 한 칸을 빗금으로 표시했다. 그렇게 하루에 몇 칸을 빗금으로 표시했는지로 성과를 파악했다.


어떤 날은 한 칸, 어떤 날은 세 칸, 어떤 날은 다섯 칸, 늘어나기도 하고 줄어들기도 했다. 마치 블록을 쌓는 것 같았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블록이란 이름을 떠올렸다. BLOCK과 CLOCK의 철자가 비슷한 것도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빗금으로 표시하는 방법을 블로킹이라고 불렀다.


딥 워크는 집중할 시간을 미리 확보하라고 한다. 그리고 그 시간은 최대한 지키도록 노력하라고 한다. 방해 요소로부터 집중을 막는 것과 같다. 블로킹이란 뜻이 이런 의미와도 잘 통했다. 사실 내가 처음 떠올린 블록은 플래너가 아니었다. 이름도 당연히 블록 플래너가 아니었다. 그냥 블록이었다.


앱을 만들고 싶었다. 첫 블록 스케치도 앱이었다. 그냥 사용하다가 블록을 클릭만 하면 블로킹으로 처리되는 구조였다. 데이터가 쌓이면 블록 숫자로 하루, 일주일, 한 달, 분기, 일 년의 집중 성과를 파악할 수 있는 앱이었다. 내가 할 일은 그냥 클릭만 하면 되는 것이다.


얼마나 단순하고, 간단한가?


하지만 앱을 만들기는 어려웠다. 일단 어떻게 쓸까 고민하다가 내가 쓰던 몰스킨에 블록을 그려서 사용했다. 그렇다고 꼭 이 방법을 계속 써 야겠다는 의지 같은 건 없었다.


집중 블록만 그냥 체크하는 용도로 작성하기 시작했다. 자연스럽게 더 상세한 내용을 적기 시작했다. 일기를 적을 때도 있었고, 그냥 기분이나, 집중의 내용을 적기도 했다. 이때도 이걸 꼭 쓰겠다는 생각이나 의지는 없었다. 그냥 하고 싶을 때 썼을 뿐이다. 내가 생각하는 핵심은 여전히 집중 블록을 몇 개 했는지 표시하는 것 뿐이었다.


어느새 5년을 쓰고 있었다.


그런데 별 생각도 없었는데 어느새 5년을 넘게 쓰고 있었다. 매번 작심삼일로 끝나던 내가 5년을 쓰고 있다니 신기했다. 물론 매번 완벽하게 사용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어쨌든 계속 쓰고 있었다. 이렇게 오랫동안 쓴다는 게 신기했다. 나에게는 있기 힘든 일이었다.


그동안 썼던 노트를 살펴보면서 이게 정말 효과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 효과는 다음과 같다.

1. 집중 시간을 미리 확보 하니, 시간을 더욱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었다.

그만큼 더욱 여유가 생겼다. 또한 그만큼 시간의 소중함을 더 느낄 수 있었다. 예전에는 30분이면 정말 짧고 별것 아닌 시간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블록에서 30분은 더 이상 의미 없는 시간이 아니었다. 짧다면 짧은 이 30분이 1블록이다. '30분 밖에 없네' 에서 '1블록이 아직 남았네' '1블록이라도 집중하고 마무리하자'로 생각이 바뀌었다.


2. 집중력이 흐트러지면 바로 잡기가 쉬워졌다.

이전에는 집중력이 한번 흐트러지면 몇 시간이고 헤어 나오지 못했다. 하지만 블록을 하면서는 상대적으로 쉬워졌다. 예를들어 무기력에 빠져서 목적도 없이 유튜브를 4~5시간 동안 보다가도 (부끄럽지만 이런 경우가 자주 있었다) '그래 오늘을 이렇게 버릴 순 없다. 가볍게 1블록만 해보자'라고 생각하면 어느새 2.3블록을 하고 있었다. 중요한 건 일단 하는 거라는 생각도 얻었다. 뿌듯함과 자신감이 생겼다. 의미 없이 낭비하는 시간이 그만큼 줄었다.


3. 얼마나 집중하고 성과를 냈는지 단순하고, 직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집중 블록의 목표와 실행 횟수, 그리고 WRITE NOW에 작성한 내용을 살펴보면서 하루를 직관적으로 돌아볼 수 있었다. 예전보다 리뷰에 시간은 훨씬 적고 부담도 없었지만, 성과는 더 커졌다.


자화자찬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나도 솔직히 내가 생각한 방법이라서 더 그런 것 아닐까 하는 의구심도 가졌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5년 동안 꾸준히 쓴다는 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런 방법을 원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만들어보기로 했다.

그렇게 블록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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