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복
책 <이걸로 살아요>를 읽었다. 저자는 영화 카모메 식당의 원작을 집필한 무레 요코. 손에 쥘 수 있는 작은 행복을 이야기했다는데 나는 오래 지속 가능한 자신만의 행복도 읽은 것 같다. 저자는 물건을 살 때 개인의 니즈에 맞게 신중히 따져가며 고르고 20년이 지나도 안 버리고 소중히 아끼며 사용한다. 이를 통해 나와 내 친구들은 환경을 생각하는 마음도 꿰뚫어 봤다. 사실 환경보호라는 게 거창한 것 같지만 일상생활의 사소한 부분부터 시작할 수 있지 않나.
언젠가부터 여름휴가철이 되면 SNS에 수영장이나 해수욕장에 놀러 간 사람들의 사진이 심심찮게 올라온다. 그때마다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건 그들의 수영복. 매일매일 다른 디자인의 비키니나 모노키니를 입으며 사진의 재미를 더한다.
그래서 나도 일주일간 제주도 여행을 다닐 당시, 매번 다른 디자인으로 사진 찍히는 재미, 보는 재미를 갖겠어! 하며 다짐하며 수영복 하나를 장만하여 총 두 벌의 수영복을 갖고 여행을 떠났다. 그러나 새로 산 수영복의 사이즈 미스로 이 아이는 바깥세상의 빛을 보지 못한 채 내 캐리어에서 단잠을 잤고 원래 가지고 있던 수영복은 스노클링 후 게스트하우스 건조대에 고이 널어두고 까맣게 잊은 채 체크아웃하여 멀리 떠나갔다.. 그렇게 난 내 몸에 딱 맞는 수영복이 없어졌다.
이 이야기 속 한 가지 간과한 점은 매번 다른 수영복을 구매하는 순간 환경에 끼칠 악영향은 생각 못했다. 생산, 운반 과정 속에서의 플라스틱과 탄소. 그리고 그걸 언젠가 버린다면 또 쓰레기가 늘어나는 셈이다. 욕심만 쫓다가 지구가 이렇게 힘들어지고 그 영향을 우리 인간이 매해 심상치 않은 이상기후로 받고 있으니 경각심을 갖고 행동해야 한다.
<이걸로 살아요> 속 무엇 하나 허투루 버리지 않고 신중히 고민하며 구매하는 저자를 보며 나도 오래 입을 수 있는 수영복을 장만하겠다 마음먹었다. 그렇게 내 장수 수영복의 기준을 세웠다.
1. one-piece 수영복일 것.
오래 입으려면 질리지 않는 무난하고 일반적인 형태가 좋으리라 생각했고 내 체형에 어울릴 것도 감안하여 원피스 수영복이 좋을 것 같았다.
2. 형태의 변형이 적을 것.
수영복의 소재 특성상 물에서 놀다 보면 잘 늘어나는데 분명 그나마 잘 안 늘어나는 수영복도 존재하리라 생각하며 탐색했다.
3. 해수욕장과 수영장 어디서든 어울릴 것.
물놀이도 좋아하지만 사진도 좋아한다. 제주에서 여름을 보내는 동안 스노클링이든 단순 물놀이든 자주 놀러 가리라 마음먹었다. 이 푸른 바다를 몸소 안 느끼고 여름을 보낸다는 건 크나큰 실수라 생각한다. 그리고 기록을 남겨야 두고두고 추억할 수 있으니까. 그래서 가족단위의 방문객이 많을 해수욕장과 톡톡 튀는 개성을 발휘하는 수영장의 분위기를 고려했다.
마침내 찾아냈다! NIKE의 패스트백 로우컷 코트 퍼플. 본 용도는 실내 강습용으로 적합하지만 융통성 있게 제 몫을 다 해내리라 생각한다. 처음으로 액티브웨어에 8만 원이 넘는 거금을 썼으니 아마 최소 5년은 입지 않을까 싶다. 사실 제주와 8월에 친구들과 떠날 강릉여행에서 찍힐 사진만 생각하여 수벌의 수영복을 장만한다는 것은 너무 사치라 생각했다. 시중에 나와있는 다양한 디자인의 수영복들에 눈길이 가는 건 사실이지만 매일매일 다른 수영복들을 고르기엔... 정말 하루 몇 시간 잠깐 입을 옷에 몇만 원을 투자하기엔 내 통장잔고와 지구가 비명 지를 것 같았다. 그러니 매 여름마다 내 피부가 되어주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