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엄마가 종종 만들어주던 음식이 있다. 바로 '식빵피자'다. 옥수수식빵 위에 냉장고 속 남은 피망, 버섯, 햄 등을 썰어 올리고 케첩을 뿌린 간단한데 참 맛있는 별식이었다. 우리 집은 내가 9살 때부터 아침엔 간단히 빵과 수프, 과일을 먹었는데(지금도 그러하다) 식빵에 쨈을 발라먹는 것이 지겨울 무렵 엄마가 만들어준 이 별식이 식탁에 올라오면 너무 맛있어서 코를 박고 먹었다.
이젠 더 맛있는 피자전문점 피자들이 있는지라 식빵피자를 안 먹은 지는 최소 십몇 년이 됐는데 가끔씩 별거 안 들어가서 심플한데도 손이 가는 그 맛이 떠오를 때가 있다. 마치 간장계란밥처럼. 마치 소시지 야채볶음처럼.
며칠 전, 엄마에게 엄마표 식빵피자가 떠오른다고 했더니당시 없는 살림에도 있는 재료들로 맛있는 걸 해주고 싶어 떠오른 아이디어라고 했다. 지금으로 치면 엄마의 냉장고 파먹기 비법이었던 것이다.
간만에 떠오른 추억의 식빵피자를 직접 만들어 먹기로 했다. 이왕이면 좀 더 맛있는 것이 좋으니까 케첩보다 토마토소스를 식빵에 고르게 펴 발라준 후 양송이버섯, 파프리카, 베이컨을 한입 크기로 썰어 보기 좋게 올린다. 나름 피자이므로 모차렐라치즈도 빠질 수 없다.
프라이팬에 올려두고 뚜껑을 덮어둔 후 약불로 30초 정도 해두면 식빵의 아랫면이 노릇해진다. 이후 전자레인지로 옮겨서 1분 30초 정도 데워주면 치즈도 녹아서 따뜻한식빵피자가 완성된다. 입안이 토마토소스로 코팅되면서 버섯향이 은은하게 퍼진다. 베이컨이 씹힐 때 아삭하게 씹히는 파프리카의식감이 즐겁다. 아는 맛이지만 역시 맛있다. 가끔 냉장고 속 재료들이 눈에 띌 때 이 추억의 별식을 맛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