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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망이 아빠 Aug 22. 2023

내일은 소망이의 두 번째 생일이다  

24개월 초보 아빠의 생각들

내일은 소망이의 두 번째 생일이다. 예정일이었던 8월 6일을 넘겨 3일 더 엄마 뱃속에 머물다 유도분만을 통해 세상에 나온 날, 그게 벌써 2년이 지났다. 많은 일들을 거쳐 지금, 제주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했는데 그 모든 게 불과 2년이라니 새삼 이상한 기분이 든다.


2년이 지났지만 나는 여전히 부족한 아빠인 것 같다. 내 자식인데도 이렇게 힘든데 남의 자식 돌보는 유치원 선생님이나 소아과 선생님들은 참 대단한 것 같다. 아이와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고자 결정한 지금의 삶과 제주로의 이사, 그 덕에 물릴 정도로 많은 시간을 아이와 아내와 함께 보내고 있다. 그만큼 아이를 돌보며 느낄 수 있는 각종 감정들을 섭렵하는 중이다.


요즘들어 가장 힘든 건 이유를 알 수 없는 울음이나 짜증을 내는 아이를 볼 때 드는 감정들이다. 울고부는 아이가 안쓰럽기도, 나도 같이 짜증이 올라오기도, 때로는 '지금 맞게 가고 있는 건가.'하는 근본적인 생각까지 미칠 때도 있다. 도시의 일상을 내려놓고 아이와 온전히 부대끼는 날들 속에서 '아, 차라리 육아 전문가한테 맡기고 나는 내 전문 분야에서 더 생산적인 삶을 사는 게 더 나은 거 아닌가.'하는 못난 생각이 들 때도 있는 것이다. 아이가 어릴 때 부모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그 품에서 배우고, 느끼고, 사랑 받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믿으면서도 하나의 인격을 가진 생명을 키운다는 건 그만큼 많은 시간과 고민을 동반하는 일인 것 같다.


어제는 소망이를 어린이집에 내려주고 함덕에 들렀다. 이틀 후에 있을 생일 파티를 위해 다이소에서 커다란 보드지와 각종 장식물을 구입했고 사진관에 들러 사진도 몇 십 장 인화했다. (직접 기획한 건 아니었고) 어린이집에서 생일 파티를 할 때 필요한 준비물이라고 선생님께 전해들었기 때문이었다. 어제 저녁, 나는 바닥에 보드지를 내려놓고 'Happy birthday 소망' 문구와 여러 개의 사진, 그리고 축하 장식들을 요리조리 배치해가며 생일 보드를 만들었다. 그동안 사진을 그렇게 많이 찍었어도 직접 인화하기는 이번이 처음이었는데 하나하나 접착제로 붙이며 뭉클한 마음이 들었다. 소망이의 독사진과 우리와 함께 찍은 사진, 또 할아버지 할머니, 삼촌 이모와 찍은 사진들까지... 아이가 자라는 동안 쌓인 시간들이 알록달록하게 장식되었다.


오늘 소망이는 두시간 반 정도를 어린이집에서 보냈다. 지난 주에 처음 등원을 했으니 아직 한참 적응해야 할 게다. 점심 시간에 맞춰 아이를 데릴러 갔더니, 한쪽에서 나무 장난감을 만지며 혼자 놀고있던 소망이가 나를 보고 울음을 터뜨린다. 다른 아이들은 한창 식사를 하고 있었는데 아직 모든 것이 어색해 함께 먹는 시간도 낯선 모양이다. 안쓰러운 마음을 감추고 우는 아이를 반갑게 안아준 뒤에 식탁으로 데려가 다른 아이들과 함께 밥을 먹였다. 한 그릇을 뚝딱 할 정도로 배가 고팠으면서도 식탁으로 오지 못하고 혼자 놀았을 걸 생각하니 마음이 은근하게 저린다.


'자식을 키운다는 건 이렇게 가슴이 저미는 일이구나.' 아이가 제 무대를 넓혀가며 겪을 수많은 시행착오와 경험, 또 상처들을 생각하니 그런 생각이 든다. 어떤 시련이 있어도 단단한 밝은 아이, 사랑을 많이 받아 날선 세상도 부드럽게 받아안을 줄 아는 사람으로 소망이를 키우고 싶다. 24개월 초보 아빠는 그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오늘도 새삼 깨닫는다. 내 힘으로 안되는 일일 테니 잠시 눈을 감고 기도를 해본다.


2023년 8월 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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