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망이 아빠 Sep 03. 2023

25개월 아이의 머릿속에도 이정표가 생겨난다

당근 조각 하나에도 떠오르는 추억들이 쌓여가는 소망이

제주에서 지내며 가장 많이 하는 말이 뭘까? 나의 경우, 바로 '하늘이 파랗다'는 말이다. 오늘도 우리 가족은 "와, 어떻게 이렇게 매일 하늘이 파랗지?" 하는 감탄을 연발했다. 제법 가을 느낌이 들기 시작하는 9월의 첫 주말, 간단히 아침을 먹은 우리는 차를 몰고 나왔다.


공기가 어찌나 맑은지 구름의 앞, 뒤가 다 구별이 된다. 그저 '구름 아니면 배경'으로 나뉠 수 있는 공간이 여러 차원으로 보일 만큼 시야가 선명하다. 어느 구름이 어느 구름보다 앞에 있고, 어느 구름이 더 빨리 흘러가는지가 구별이 되는 맑고 파란 하늘, 제주에 살고 있다는 실감이 또 든다.


오늘의 목적지는 15분 정도 거리의 목장카페 <밭디>, 소망이가 좋아하는 아기 말들이 있는 유명한 관광지다. 몇 달 전 제주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소망이를 한 목장에 데려간 적이 있었다. 당근으로 말에게 먹이를 줘볼 수 있었는데 그날 이후로 아이는 당근만 보면 "마!", 말!" 하며 당시를 떠올렸다.


그뿐인가, 여러 갈래로 나뉘는 나뭇가지 따위를 보면 "다드-", "따-드" (사슴) 하고 뿔 달린 노루 체험을 했던 노루생태공원을 떠올리고 그림책의 상어나 고래 같은 걸 보면 "항어", "상어"하며 종종 가는 아쿠아리움을 떠올린다. 아이와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며 줄곧 드는 생각 중 하나, 다양한 경험의 중요성이다. 당근 조각 하나에도 떠오르는 추억이 있는가, 25개월밖에 안 된 아이의 머릿속에도 벌써 이정표가 들어서고 있다.


밭디에서 말들에게 당근 먹이를 주고 시원한 풍경을 보며 커피도 한 잔 했다. 얼마 전까지 그렇게 덥고 습하더니 오늘은 공기가 산뜻하니 뽀송하다. 제주에서 알게 된 지인분들 왈, 9-10월이 제일 계절이 좋아서 그때는 추석 명절에도 절대 육지에 안 가고 차라리 부모님을 제주로 초대한다고 하셨는데, 그 말이 딱 맞다 정말.


앞으로 두 달, 놓치지 말고 누려봐야지. 이 좋은 계절도, 가족이 함께하는 다시없을 이 시간도.


2023년 9월 2일.

이전 13화 내일은 소망이의 두 번째 생일이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