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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지혜BaekJi Jun 28. 2023

히치콕과의 대화

프랑소와 트뤼포

p. 104

<너무 많이 알고 있는 사나이>


트뢰포: ...미국판에서는 그 심벌즈에 관객들의 주의를 집중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메인 타이틀 직후에 그 연주자가 심벌즈를 흔드는 장면이 나오며, 심벌즈를 치는 것이 한 미국인 가족의 인생 행로를 바꾸거나 그와 비슷한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는 자막이 나옵니다. 그리고 그 뒤로도 악당들이 연주회장에 가기 전에 칸타타의 레코드를 듣는 장면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 뒤로도 악당들이 연주회장에 가기 전에 칸타타이 레코드를 듣는 장면도 있습니다. 당신은 그들이 문제의 부분을 2번 반복해서 듣는 것으로 했습니다. 


히치콕: 관객들이 완전히 참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그렇게 처리했습니다. 관깨 중에는 심벌즈가 무엇인지조차 모르는 사람도 있을 것이기 때문에, 심벌즈를 보여주는 것뿐만 아니라 글로 써서 보여줄 필요가 있었습니다. 또 관객이 단순히 심벌즈 소리를 알아듣는 것뿐만 아니라 마음 속에서 그 소리를 예상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관객들이 무슨 일이 일어날지를 알면, 그 일이 일어나기를 기다리게 되는 겁니다. 관객을 이처럼 조절하는 것이 서스펜스를 불러일으키는 데 필수적입니다.

칸타타 레코드를 2번 트는 이유는 앞으로 일어날 사건을 관객들이 혼동하지 않게 하기 위한 것입니다. 영화의 전개가 충분히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서스펜스의 상황이 약화되는 경우를 종종 봅니다. 예컨대 두 배우가 우연히 똑같은 양복을 입는다면 관객은 누가 누군지 구별할 수 없을 겁니다. 장소를 명확히 알려 주지 않는다면 관객들은 사건이 어디서 일어나고 있는 건지 의아해할 겁니다. 관객들이 영화의 전개를 따라가기에 급급한 판에 결정적인 장면이 제시된다면, 그 장면의 감정적 충격은 분산되고 맙니다. 끊임없이 명확히 드러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트뤼포: 명확히 하는 것만큼이나 단순화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영화 감독은 단순화에 대한 감각을 가져야 합니다. 창조적 예술가에는 두 종류가 있는 것 같습니다. 단순화하는 예술가가 있고, 복잡하게 만드는 부류의 예술가가 있습니다. 


232P.

기본적으로 컬러라는 것은 없다는 것, 얼굴이라는 사물이 없다는 걸 가슴에 새겨 두어야 합니다. 왜냐하면 조명이 비춰 줄 때까지 그것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니까요. 내가 미술 학교에서 처음 배운 것은 선이란 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오직 빛과 그림자만 있을 뿐이라는 것. 등교 첫날 나는 그림을 그렸습니다. 아주 멋지


p. 253

트뤼포: 당신이 대여섯 편의 영화에서 비틀기를 덧붙여 상호아의 놀라움을 증대시켰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다른 말로 하면 당신은 교묘한 트릭을 써서 긴박감 넘치는 작은 전환을 만들어 냄으로써 즉시 뒤이어 오는 놀라움을 훨씬 크게 만드는 것입니다.

...

<의혹의 전망차>에서 팔리 그레인저가 로버트 워커의 아버지를 죽이기로 합니다. 실제로는 아들을 조심하라고 노인에게 경고할 생각이지만요. 그래서 그레인저는 한밤중에 그 집으로 숨어듭니다. 아버지의 방은 2층에 있습니다. 이제 그가 단순히 살금살금 계단을 걸어올라간다면 관객들은 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를 그려 보게 될 것이고, 2층에서 그레인저가 브루노의 아버지 대신 브루노를 만나게 될 것이라 생각하기도 할 겁니다. 그래서 당신은 계단 가운데에 커다란 개를 놓아 서스펜스의 전환을 만들어 냄으로써 그런 기대를 무산시킵니다. 이 경우 이런 질문을 하게 됩니다. 팔리 그레인저가 개에게 물리지 않고 무사히 지나갈 것인가, 그렇지 않을 것인가?


p.255

트뤼포: 영화의 상황 설정은 강렬하지만 인물이 평범한 쪽을 택할 것인가, 아니면 인물들은 미묘하지만 그들이 처한 상황은 정적인 것을 택할 것인가 하는 문제입니다. 생각하건대 당신의 모든 영화는 강한 상황을 중심으로 움직이며, <의혹의 전망차>는 마치 하나의 도표처럼 실제로 세밀하게 짜여져 있습니다. 이런 정도의 양식화는 정신과 시각을 흥분시켜 많은 관객들을 매혹시킵니다. 


p.261

히치콕: <싸이코>를 심각한 영화로 만들려고 했다면 그것은 미스터리나 서스펜스가 없는 임상 케이스로 그려졌을 겁니다. 소재는 그 케이스의 전말을 기록하는 것으로 쓰였을 겁니다. 우리는 이미 완전한 개연성과 진실성이란 단지 다큐멘터리에 해당된다는 점을 언급한 바 있습니다. 미스터리와 서스펜스 장르에서 별것 아닌 체하는 접근법은 불가피합니다. 나는 <나는 고백한다>와 <누명 쓴 사나이>는 모두 유머가 부족하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이럴 때 유일한 문제는 심각한 주제를 다룰 때 항상 유머 감각을 가져야 하는가의 여부입니다. 나의 영국 시절 영화 중 일부는 너무 가벽고, 미국 시절 영화 중 일부는 너무 재치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p.264

히치콕 : ...

당신이 경험했든, 남에게서 들었던 어떤 상황이 진짜라고 해서 영화 속에 집어넣는 것이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 ... 우리는 진실이 허구보다도 더 이상하다는 생각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영화 속에 콜리어 형제와 같은 구두쇠나 은둔자를 집어넣으려 한다고 가정해 봅시다. 그들이 실제 인물이고, 나도 그와 비슷한 사람을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나는 그런 인물을 영화 속에 집어넣지 않을 것입니다. 내가 아무리 그런 인물이 존재한다고 주장하더라도 관객은 그를 알지 못하기 때문에 의심을 버리지 못할 것입니다. 


히치콕: 세부 사항 중 어떤 것은 노력의 낭비라고 할 지라도, 그런 것들이 영화에 힘을 주는 것입니다. 그 점이 이들ㅇ ㅕㅇ화가 요 몇 년 전 재개봉됐을 때 흥행 성적이 꽤 좋았던 이유입니다. 그런 영화는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는 법입니다. 


p.282

<이창>에 대하여

트뤼포: 우연히도 그 장면이 영화의 시점이 바뀌는 유일한 대목입니다. 단지 카메라를 스튜어트 아파트 밖에 놓음으로써 장면 전체가 아주 객관적으로 됐습니다.

히치콕: 맞습니다. 그게 그러한 유일한 장면이었습니다.

트뤼포: 이것은 당신의 작업 규칙 중의 하나, 즉 한 장면이 극적인 절정에 도달하기까지 세팅의 전모를 보여주지 않는다는 것을 알려주는 또 하나의 사례가 아니겠습니까? 예컨대 <파라다인 부인의 사랑>에서 50분간의 재판정 장면은 모욕을 당한 그레고리 펙이 재판을 포기할 때 절정에 이릅니다. 그 때서야 카메라가 멀리서 그가 재판정을 나서는 것을 잡음으로써 당신은 재판정의 전체 모습을 보여 줍니다. 그리고 <이창>에서도 당신이 처음으로 뜰 전체를 보여 주는 것은 여자가 자신의 개가 죽은 것을 알고 울부짖기 시작해서 이웃 사람들이 모두 무슨 일인지 궁금해 창가로 달려나오는 때입니다. 

히치콕: 틀림 없습니다. 영상의 크기는 극적인 효과를 위해 사용되는 것이지, 단지 배경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바로 그 다음 날 나는 tv용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었는데 그 중에 한 사나이가 자수하려고 경찰서에 나타나는 장면이 있었습니다. 나는 들어서는 그 사나이와 뒤에서 닫히는 문, 그리고 그가 책상까지 걸어오는 것을 클로즈업으로 잡았습니다. 세트 전체는 보여 주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은 "관객이 그 곳이 경찰서인 것을 알도록 전체를 보여 주어야 하지 않느냐"고 내게 물었습니다.

나는 "왜 신경을 쓰는가? 카메라의 오른쪽 옆에 보이는 경사의 팔에 세 개의 줄무늬가 있다. 그것이면 그곳이 경찰서임을 충분히 알 수 있다. 극적인 순간에 유용하게 쓸 수 있는 롱 숏을 낭비할 필요가 있겠는가."


p.309

트뤼포: 주된 난점은 허구의 영역에서 완벽한 것을 만들어 내는 당신의 스타일이 다큐멘터리의 미학과 전면적으로 갈등을 일으키게 되어 그 모순이 전편에 걸쳐 드러난다는 겁니다. 


p. 315

히치콕: ...영화에서 나는 다른 접근법을 썼습니다. 제2부 처음에 스튜어트가 갈색 머리 주디를 만날 때 주디의 정체를 알려 줍니다. 그러나 관객에게만 알려 주지요. 스튜어트는 아직 주디가 매들린과 닮은 여자가 아니라 바로 매들린이라는 사실을 모르지만 관객은 이미 알고 있습니다! 주위의 모든 사람들이 이구 동성으로 이렇게 바꾸는 것에 반대했습니다. 그들은 그 사실을 마지막에 밝혀야 한다고 했습니다. 나는 어머니로부터 이야기를 듣는 아이의 입장으로 돌아갔습니다. 어머니가 얘기를 멈추면 아이는 항상 "다음엔 뭐에요?"라고 묻지요. 소설의 제2부는 마치 다음에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돼 있지만, 내 식으로 하면 매들린이 주디와 동일 인물이라는 것을 아는 이는 "스튜어트는 그걸 모르네요. 그가 그 사실을 알면 어떻게 할까요?"라고 물을 것입니다.

다른 말로 하면 우리는 서스펜스를 원하는가, 놀라움을 월하는가 하는 통상적인 양자 택일에 직면하게 됩니다. 나는 어느 지점까지는 소설대로 했습니다. 처음에 스튱트는 주디가 매들린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합니다. 이윽고 주디가 모든 점에서 매들린과 닮았을 뿐이지 그녀가 아니라고 체념합니다. 그러나 이제 관객에게 그 계략의 진실을 알려 주었으므로, 주디와 매들린이 동일 인물이라는 것이 밝혀졌을 때 스튜어트가 어떤 반응을 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둘러싸고 서스펜스가 야기될 것입니다. 


p.318

트뤼포: 이 영화의 모든 에로틱한 측면은 환상적입니다. 초반부에 스튜어트가 킴 노박을 바다에서 건져 내는 장면이 떠오릅니다. 그는 자신의 집으로 그녀를 데리고 가는데, 그녀는 그의 침대에서 잠이 듭니다. 그녀가 점차 정신을 차리면서, 명확히 표현되지는 않지만 그가 아마도 그녀의 옷을 벗겨 나체를 보았을 것이라는 것이 암시됩니다. 킴 노박이 그의 목욕 가운을 걸치고 발 끝으로 걸어가 난로 곁에 앉고 스튜어트는 그녀 뒤에서 왔다갔다 하는 그 장면의 나머지 부분은 대단합니다. 


p. 328

<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

히치콕: 숏의 길이는 캐리 그랜트가 숨기 위해 달려야 하는 다양한 거리를 알려 주고, 거기에 덧붙여 달려가 숨을 곳이 없다는 것도 보여 주는 것이어야 합니다. 이런 장면을 전적으로 주관적으로 보여 줄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면 순식간에 사라져 버릴 것이기 때문입니다. 비행기가 다가오는 것을 캐리 그랜트가 알아채기 이전에도 보여 줄 필요가 있습니다. 그 숏이 너무 빨리 지나가면 비행기가 프레임 속으로 들어왔다가 나가는 것이 너무 빨리 일어나, 관객이 무엇이 일어나는지 깨닫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새>에서 보트를 탄 티피 헤드렌이 새의 습격을 받는 장면도 똑같은 경우입니다. 갈매기들이 순식간에 화면에 나타났다가 사라진다면, 관객은 종이 한 장이 그녀의 얼굴 앞을 스쳐 지나갔다고 여길지도 모릅니다. 그 장면을 주관적으로 처리하자 무언가 그녀의 머리를 치고 지나갑니다. 그러나 아직도 너무 빠릅니다. 그래서 시점의 원칙을 깰 필요가 있습니다. 신중하게 주관적 앵글을 포기하고 공격하기 전의 갈메기를 보여 줌으로써 객관적 시점으로 옮겨 갑니다. 그러면 관객들은 무엇이 일어날지를 완전히 알게 될 것입니다.


p. 341

히치콕: 만약 탁자를 프레임 안으로 들어오도록 하겠다면 탁자를 9인치 정도 높여야 할 겁니다. 탁자 건너편에 서 있는 한 남자를 보여주려 할 땐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 때는 카메라가 그에게 가까이 다가갈수록 이미지를 그대로 유지하기 위해 탁자도 그만큼 높여야 할 겁니다...

이점은 영화를 만드는 데 있어 기본적인 것입니다. 스크린에 이미지를 배치하는 것은 결코 실제적인 방식으로 되지 않습니다. 결코 맓입니다. 


p.344

히치콕: 카메라의 움직임이나 장면들의 분할과 관련해 내가 기본 규칙으로 삼고 있는 것을 말해보겠습니다. 한 배우가 앉아 있다가 일어나서 방을 빙 돌아 걸어갈 때 나는 절대로 카메라의 각도를 바꾸거나 뒤로 빼는 동작을 하지 않습니다. 나는 항상 클로즈업으로 움직임을 시작하며 배우가 앉아 있을 때 찍었던 클로즈업의 크기를 그대로 유지해 나갑니다.

대부분의 영화에서는 두 사람이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두 사람 중 한 사람을 클로즈업한 다음 빠져서 상대편을 클로즈업하며, 다시 카메라를 뒤로 빼서 앞의 동작을 반복합니다. 그 뒤 카메라를 점프하다시피 뒤로 빼 롱 숏으로 두 사람 중 한 사람이 일어나서 걸어 나가는 것을 잡습니다. 그러나 그런 방식은 잘못된 겁니다.


p.374

히치콕: ... 영상의 크기는 감정에 굉장히 중요합니다.


p. 415

히치콕: 어느 정도는 그렇다고 할 수 있습니다. 가끔 한 편의 영화는 대단히 모호한 하나의 아이디어로부터 출발합니다. 예를 들어 도회지 생활의 24시간을 영화로 만들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합시다. 그러면 그 아이디어로부터 영화 전체, 처음부터 끝까지의 이미지를 머릿속에 다 그려 낼 수 있습니다. 각각의 사건들이나 그것들의 배경들을 일목 요연하게 묶어 내, 완벽한 하나의 순환으로 그려 내는 겁니다. 새벽 5시, 동이 트는 것으로부터 시작합니다. 한 마리의 파리가 도로변에 자고 있는 부랑자의 코 위를 날고 있습니다. 술렁거림 속에서 도시가 숨쉬기 시작합니다. 여기서 음식이 어떻게 소비되는지 ... 이렇게 해서 영화가 막바지에 이르면 하수도로부터 쓰레기나 오물들이 바다로 방출되는 당면을 보여줍니다. 새벽의 신선한 야채가 하루가 끝날 즈음에는 오물이 되어 하수구로 흘러가는 것을 보여 줌으로써 완전한 하나의 순환을 이루게 되는 겁니다. 이 순환의 주제는 인간이 하루를 어떻게 영위해 나가는가를 보여 줍니다. 또는 영화 전체의 주제가 인간의 부패라는 것이 될 수도 있을 겁니다. 이를 위해 도시의 구석구석을 모두 보고 그것들을 카메라에 담아 관객들에게 보여 주어야 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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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스펜스의 거장 히치콕은 현역시절 내내 스크린에 감정이란 걸 담고싶어 했다. 이 장면을 이 쇼트로 찍었을 때, 이 쇼트를 붙였을 때 주인공의 어떤 감정을 전달할 수 있는지, 관객들이 어떤 반응을 보여줄지에 대해 그는 고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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