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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현 Aug 21. 2022

경험(經驗)

단어와 감정

배곧, 2022

 경험은 온전한 재현을 허하지 않는다. 발을 뗀 순간, 돌이킬 수 없다는 것을 모르지 않았다. 무수한 감정들과 사건들은 점차 맥락을 잃어 기억의 편린으로 남을 것이다.


 나를 짓누르던 선명한 불안과 압박은 형체를 잃었으나 이제는 공기가 되어 나를 감싼다. 지난날에는, 채워지지 않았으니 비울 걱정은 사치였다. 그러나 가득 채워졌던 경험은 내게 매 순간의 공허를 알게 한다.


 사람은 참 간사하다. 비워내고 덜어내야 내가 살 것만 같았는데. 이제 공허 속에 나를 잃어간다. 늘 두려운 마음으로 무게를 쟀다. 저울이 되어보니 알겠다. 이 얼마나 큰 오만이었던가.



- 오판,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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