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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시집

[좋은 시 추천] 복숭아 _ 이경선

by 이경선
복숭아


복숭아를 콱 깨물면

과즙이 콸콸

쏟아져 나오겠지


달콤한 향기가 입안을 온통

물들이면

코끝이 찌릿할 거야


찌릿한 내음은

심장의 두근거림으로 이어지지

사랑하고 미워하는 습관처럼


심장은 뛰고

마라톤은 멈추지 않아

도착지가 있어 통과하면 또다시 시작이야


복숭아를 입에 물고 뛴다, 털이 쿡쿡 찌르면


과즙이 흐르겠지

한쪽 정도의 사랑이 떨어지고 있겠지

복숭아 한쪽은 꼭 씹고 있을 거야


마라토너는 복숭아나무를 심었다

입안에 주렁주렁

찌릿한 내음에서


마라톤 이어달리기

어디를 가고 싶은 거야? 너는 말이야

우리는 말이야


도착지 무사통과 기원

과즙 터트리기

사랑하고 미워하는 습관처럼


심장은 라인에 서 있고


_


시 ‘복숭아’(시집 미수록 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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